조동우 대전성모여고 교사

3월이 어느덧 마지막 주를 맞이했다. 아직은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어도 계절이 변하는 경계를 넘어선 것은 분명하다. 요 며칠 비가 오긴 했지만, 다음 주에는 학교 차원에서 봄꽃 구경을 학교 주변으로 갈 수 있다고 하니 학년과 학기가 바뀌었다는 것, 그리고 내가 맡은 학급이 바뀌었다는 것에 대해 이제는 어색한 때를 지난 것 같다.

1학기 초에는 전국의 많은 담임 선생님이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라고 본다. 작년 학부모님이 아침에 아이의 지각 또는 결석 연락을 여전히 전해 온다든지, 작년 우리 반 아이들이 쉬는 시간마다 교무실로 와서 작년 반 생각이 자꾸 난다며 이야기를 건다든지 하는 일들이 바로 그것이다. 익숙했던 작년의 삶이 바뀐 올해의 삶에 적응해 가는 시간보다 길다 보니 그런 일을 겪게 되면 나도 모르게 추억에 사로잡히고, 올해에도 작년에 우리 반에서 이러이러한 역할을 했던 친구들이 있어야 할 텐데 하는 사소한 걱정에 빠지기도 한다. 물론 새 학기 수업 준비와 평가 준비, 새 얼굴을 익히고 이름을 외우며 라포르 형성에 몰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런 감상에 빠져있을 만큼 여유가 있을 새는 거의 없긴 하지만.

글을 쓰는 시점에 다음 주 학급 시간에 개인별 시험 시간표 짜기와 공부 계획 점검하기를 할 때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반 친구들을 재미있게 하면서도 공부 방법 익히기에 몰입하게 할까를 고민하고, 모레 있을 교과 수업 토론 활동에 어떤 진행 방법을 활용할까를 동시에 생각하는 나를 돌아보면서 이미 새로운 환경과 생활 양식에 익숙해진 상태라는 것을 느낀다. 사실 그래야만 한다. 학교가 추구하는 교육은 매년, 매 순간 학생이 지닌 가능성을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에 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발전의 모습이 꼭 숫자로 표현 가능한 것이어야만할 이유는 없다. 학생이 세상을 대하는 개방적 태도, 포용적인 마음가짐, 꿈에 대해 가진 진지한 정도가 더 깊어지고 심층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을 보는 것은 교사에게 매우 행복한 경험이다. 또한, 학생이 그런 발전 과정으로 발걸음을 내딛도록 하는 데에는 교사의 변화가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작년의 교육 경험이 교사에게 만족스러웠을지라도 올해 그 교육적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달라진 얼굴로 모여 앉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먹힐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가르쳤던 아이들과 함께 진급하여 수업을 실시하더라도 분명, 교사를 바라보는 아이들은 존재론적인 의미에서는 같은 아이들이지만, 똑같은 아이들은 아닌 것이다. 그 아이들 역시 일 년의 교육적 경험을 통해 성장하였으며, 과거와 동일한 내용과 수준의 교육적 자극에는 과거와 같은 반응과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업 때 사용하는 발문의 종류와 이야기의 타이밍, 사례의 전후 순서를 조금 바꾼 것인데 아이들이 예전보다 재미있어하면, 과거에는 그저 웃음의 취향이 서로 다른 아이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많았다. 물론, 개인의 호불호와 취향에는 차이가 있으니 이것이 잘못된 분석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교육 경험이 매년 쌓여가는 상황에서 교사인 나 역시 예전과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가정이었다. 매일, 매 순간 노력하는 과정에서 수업 내용, 전달 방식,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고, 아이들 역시 적응해 가며 새로운 본인의 장점을 발견하고 성장해나갔다. 교사는 그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교육 방법을 점검하고, 즐거운 모습에 안심하면서도 새로운 교육적 도전을 모색하는 것이다.

지난 일에 대한 즐거운 조망과 추억함은 너무 소중하다. 이미 지나가 버린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그 순간을 가치 있게 여긴다는 것, 그 기억 속에 교사가 함께 기억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기쁨이 아닐까. 하지만, 여기에서 머무르지 말고 새로운 교육 활동에 다양한 아이디어와 철학이 어우러진 교육 활동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쓸 때 그 노력이 모였을 때, 학기 초 새로운 환경에 낯설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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