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정당 38개 참여 투표용지 길이만 51.7㎝
거대양당 위성정당 꼼수에 제도 취지도 사라져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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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국민의 관심도 이번 총선과 각종 재보궐선거에 쏠리고 있다.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재외국민 투표가 27일부터 내달 1일까지 엿새간 해외 115개 나라에서 이뤄진다. 국내 사전투표는 내달 5일과 6일 이틀간 시행되며 본투표는 10일 치러진다. 이번 선거에선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비례대표 투표도 함께 이뤄지는데 비례정당이 난립하면서 유권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 선거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득표수에 비례해 당선인 수를 배정하는 선거방식으로 군소정당도 득표비례에 따라 의석을 확보할 수 있어 정치적 다양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사표(死票)를 방지하고 거대 정당의 비대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현재 우리가 활용하는 비례대표제는 ‘준연동형’이다. 지역구와 별도로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의원을 뽑는 병립형 비례제의 한계를 뛰어넘자는 취지로 2020년 제21대 총선부터 도입된 이 제도는 정당 득표율보다 지역구 의석 수가 적으면 모자란 의석 수의 50%를 배분하는 방식이다. 지역구 의석을 많이 차지할수록 비례 의석은 줄어드는 구조다. 반면 군소정당의 원내 진출을 더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정치적 다양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그 원동력으로 국회가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최선책을 찾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담겨 있다.

◆희망 뒤에 숨겨진 함정
문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이상과 현실에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준연동형 비례제가 처음 도입된 4년 전 총선에선 35개 정당이 비례대표를 내 투표용지 길이가 48.1cm를 기록했다. 이번 총선에선 정당이 38개로 더 늘어 투표용지 길이가 51.7cm로 더 길어졌다. 2001년 헌법재판소가 '1인 1투표 제도를 통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 배분 방식은 위헌'이라는 결정에 따라 지역구 후보자와 지지 정당에 각각 기표하는 정당명부식 ‘1인 2표제’가 도입된 2004년 이후 역대 최장이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새로 도입한 개표 분류기도 무용지물이 돼 이번에도 수개표가 불가피하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의 장에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것 자체에 문제를 제기할 순 없지만 유권자 입장에서 선거때만 등장하는 비례정당에 대한 피로감 역시 만만찮다.

무엇보다 연동형 비례제를 무력화시키는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 꼼수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제도의 취지는 소수정당의 국회 진입을 돕는다는 것인데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 선거에 참여할 위성정당을 만들어버리니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 가능성의 폭이 크게 줄어버렸다. 위성정당 창당의 배경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이 두 거대 정당의 비례대표제 방식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민주당은 양당제의 폐해를 없애자는 게 민의라는 판단에 따라 연동형 비례제를 선호하는데 국민의힘은 기존 병립형 비례제가 더 낫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이견에 따라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지난 21대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기로 하자 국민의힘은 예고한 대로 위성정당을 창당했고 민주당 역시 눈 뜨고 코 베일 수 없다며 위성정당을 창당했다. 다만 민주당은 진보 진영 내 자력으론 원내 진입이 사실상 어려운 정당들과의 선거연합(더불어민주연합)을 구성했는데 국힘은 뭘 어떻게 포장해도 위성정당이라며 평가절하 하고 있다.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에 따라 이번에도 준연동형 비례제는 뚜렷한 한계 속에서 치러질 공산이 커졌다. 다만 이 같은 비례제의 혼돈 속에서 비례정당인 조국혁신당의 선전은 선거 이후 비례제를 둘러싼 논의 과정에서 또 다른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꼼수 위성정당의 문제는 선거보조금 측면에서도 유권자들을 불편하게 한다. 중앙선관위는 정치자금법 제27조에 따라 동일 정당의 소속의원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총액의 50%를 배분하고 의석이 없거나 5석 미만의 의석을 가진 정당 중 선거 득표수 비율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정당의 경우 총액의 2%를, 남은 잔여분 중 절반은 의석수 비율로, 나머지 절반은 지난 총선 득표수 비율에 맞춰 배분하고 있다. 이번 총선과 관련해 더불어민주연합은 28억 2000여만 원을, 국민의미래는 28억여 원을 각각 배분받았다.

원구환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위성정당은 양당이 국회의석을 최대한 더 얻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들은 총선 때 반짝 등장해 3% 이상 표를 얻어 의석을 확보한 후 사라진다. 따라서 정당을 개별적으로 분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위성정당 방지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연동형 비례제가 운영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비례대표를 내지 않아 정당투표용지에 기호 1번과 2번은 표기되지 않는다. 기호 3번부터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4번에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표기되고 기호 5번 녹색정의당, 6번 새로운미래, 7번 개혁신당, 8번 자유통일당, 9번 조국혁신당이 표기된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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