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로 인한 내수 부진 영향
업계 “지원용 정책자금 등 확보해야”

▲ 대전 산업단지 내 주인 없이 철문으로 닫힌 폐업한 사업장.

#1. 대전에서 수도꼭지를 제조·생산하는 A 씨는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겨우 경영을 이어가는 중이다. 사실상 이달을 마지막으로 폐업을 고민 중인 A 씨는 “일감은 매일 줄고 수십억씩 적자로 고통 속에서 버티고 있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결국 파산이다”라고 하소연했다.

#2. 충남 아산에서 도기 업체를 운영하는 B 씨는 “물건을 만들어도 판매까지 이어지지 않다 보니 실적이 50% 가까이 줄었다. 50년 동안 이렇게 경기가 어려운 건 처음이다. 수출기업이야 상황이 나아 보이지만 내수 판매만 하는 중소기업은 문 닫은 지 오래다”라고 말했다.

극심한 고물가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이어 중소기업마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수치상으론 벌써 한계에 다다랐고 폐업까지 고민하는 이들이 절대 적잖은 상황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전체 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9포인트로 전월보다 반등했지만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더욱 하락했다.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을 담은 BSI는 기준선 100보다 낮을수록 부정적 응답이 많은 걸 뜻하고 100보다 높으면 반대다. 즉 현재 기업경기가 매우 좋지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단 상황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해당 수치가 대기업보다 매우 나쁘다. 기업 규모별(제조업)로는 대기업이 77로 상대적으로 높았고 중소기업은 65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의 체감 경기가 훨씬 부정적인 셈이다.

중소기업의 체감 경기가 나쁜 이유는 내수 부진 때문이다. 수출보다는 내수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국내 소비 추이에 민감한데 지난해 하반기 들어 3% 넘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이어지면서 소비 침체가 뚜렷해졌다. 올해도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기대는 절망으로 바뀌는 실정이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의 지난달 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경영 애로 사항으로 ‘내수 부진’(61.6%)을 꼽는 중소기업이 가장 많았다. 업계에서는 내수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역 기업 관계자는 “내수 소비 침체 영향으로 중소기업이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내수 부진이 명확해지는 상황에서 높은 금리가 발목을 잡는 만큼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용 정책자금 등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개선의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김동은 기자 yarijj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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