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28일 시작된다. 앞으로 13일간 전국 254개 선거구에서 선량을 꿈꾸는 후보들의 격전이 펼쳐질 예정이다. 바꿔 말하면 주권을 행사할 의사가 있는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다. 지역구 출마자는 적게는 2명, 많게는 4∼5명에 이른다. 작심했든 안 했든 선택지가 단출하다. 비례대표로 눈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무려 38개 정당이 등록을 마쳤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낳은 기현상이 켯속을 아는 유권자의 실소를 자아내고 있다.

준연동제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의석을 지역구 선거 결과와 연동해 배분하는 제도로, 국회의원 의석수 총 300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누고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보다 적은 정당에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게 골자다. 군소정당의 국회 진출 지렛대라는 취지만 놓고 보면 포장은 꽤 그럴싸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거대 정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의석수 자판기로 변질시킨 게 문제다. 꼼수 논란이 아닌 꼼수 그 자체다.

처음 시행된 지난 21대 총선 결과에서 굴절은 확인됐다. 당시 비례대표 47석 중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7석,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9석을 차지하며 독식하다시피 했다. 나머지 11석은 정의당 5석,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이 각 3석을 챙겼다. 한 마디로 고양이 쥐 생각해준 꼴이 돼 버린 것이 20대 국회에서는 양당의 국회의원 비율이 81%였지만 준연동제 비례대표제에 힘입은 21대에선 되레 94%로 늘어났다.

비정상화는 그러나 개정 없이 이번 총선에 재등판했다. 변명은 달리할지언정 고전적인 정치공학적 셈법이 작용한 결과다. 정치적 다양성 보완과 거대 정당 비대화 억제는 고사하고 각계 전문가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국회 입성 통로로 마련한 비례대표제를 의석수 늘리기 장치로 활용하다 보니 공천 취소와 후보 추천 번복, 비례 순번 교체 등의 볼썽사나운 자체 혼선을 빚기도 했다. 당리당략에 맡겨놓은 비례대표제의 민낯이다.

이번 총선의 비례대표제 의석수는 46석이다.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비례정당인 조국혁신당의 선전을 기대하며 반전을 점치기도 하지만 더불어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미래(국민의힘)의 이름으로 위성정당은 또다시 출현했다. 이들을 포함한 38개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기 위해선 최소 정당 득표율 3%를 충족해야 한다. 에멜무지로 등록한 정당은 없다고 쳐도 예측은 가능하다.

51.7㎝의 투표용지에서 일말의 희망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꼼수로 보는 재미는 재탕이면 족하다. 최소한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안전핀을 마련해야 국민의 정치 감수성에 근접한 비례대표제라 할 수 있다. 국민은 그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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