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중인 대학 상당수 쏠림 심해
비인기학과·전공 폐지 가능성에
기초학문 생태계 파괴 심화 우려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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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올 입시부터 대학의 무전공 입학 비율 확대를 꾀하는 가운데 준비없는 추진에 따른 역효과를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눈길을 끈다. 이미 무전공제를 운영 중인 대학 상당수에서 전공을 선택할 때 특정학과 중심의 쏠림 현상이 극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가려졌지만 올해 입시의 변수 중 하나는 무전공 입학 확대다. 앞서 교육부는 수도권과 국·공립 및 거점대학 정원 중 최대 25% 가량을 통합 선발하도록 하는 무전공 입학에 시동을 건 상태다. 교육부는 25%를 무전공으로 선발하면 대학혁신지원사업비로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는데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 입장에선 정부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어 이같은 선택을 하는 대학은 계속 늘 전망이다.

문제는 정책이 설익었다는 데 있다. 학생들의 전공 선택 기준은 취업이 된 지 오래이고, 무엇보다 대학의 기초학문이 붕괴하는 시점에 무전공 입학 확대는 무분별한 전공 쏠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작 우려에 대비는 없다. 준비 없는 정책으로 자칫 소위 인기 전공만 비대해지는 기형적 상태가 더 악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대학교육연구소가 학부 재학생 1만 5000명 이상 국·공립대와 사립대 34곳을 대상으로 무전공 현황에 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조사대상 대학 34곳 중 자료를 공개한 33곳 가운데 ‘무전공을 운영한다’고 밝힌 대학 18곳(54.5%)의 2023학년도 입학생들의 2024학년도 전공 선택이 컴퓨터공학, 경영학 등 특정 전공에 집중된 게 그렇다. 충청권에서 조사에 응한 충북대의 경우 자율전공학부 전체 43명 중 15명(34.9%)이 소프트웨어학부, 14명(32.6%)이 반도체공학전공을 택하는 등 쏠림은 마찬가지였다. 무전공 선발 확대에 따른 문제에 관한 심도있는 논의 없이 성급히 도입했다간 비인기학과나 취업에 도움 되지 않는 전공은 고사될 운명이 명약관화한 것이다.

임은희 연구원은 “급하게 추진되는 무전공 확대는 특정학과 쏠림, 기초학문 관련 학과 구조조정 심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여기에다 전공 선택 완전 보장이라는 허울로 쏠림 학과의 교육여건은 부실해지고 중도탈락하는 학생마저 늘어나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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