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중구고은빛혼성합창단 연습현장
40~80대 “나이는 숫자에 불과”
해외교민들에게 향수 대신 전달하기도

▲ 28일 중구문화원에서 고은빛합창단이 노래하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속절없는 세월 한두 살씩 나이를 먹다보면 서글픈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여기 40대부터 80대까지 당당한 시니어로 구성된 이들은 노래로 인생의 행복을 찾는다. 28일 대전중구문화원에서 펼쳐진 대전중구고은빛혼성합창단 연습 현장을 찾았다.

중구문화원은 지난 2008년 고은빛혼성합창단을 창단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전, 궂은 날씨도 아랑곳 않는 단원들의 열정으로 연습실은 활력이 넘친다. 몸 풀기 발성연습이 끝나자 피아노 반주가 들린다. “전주를 감상하기 보다 템포를 느끼면서 편안하게 부르세요”라는 지휘자 코칭에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하는 가사가 풍성한 화음과 어우러져 코끝 찡하게 다가온다.

단원들은 해외정기공연을 다니며 동포들에게 고향의 향수를 전하고 있다. 올해는 3·1절을 기념해 카자흐스탄에서 교류 공연을 열고 강제이주 당한 고려인 동포들의 애환을 달랬다. 이신득(72·여) 씨는 “창단 때부터 활동하고 있는데 동포들을 위한 해외연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이번엔 고려인 동포들에게 ‘고향의 봄’과 ‘신아리랑’을 불러줬는데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달랠 수 있어 좋았다”고 뿌듯해했다.

연습실을 찬찬히 둘러보니 대부분이 가족 뒷바라지를 마친 가정주부들이거나 퇴직자들이었다. 다소 단조로울 수 있는 인생 2막을 노래와 함께 즐겁고 보람차게 보내고자 합창단에 가입했단다. 이윤금(60·여) 씨는 “소프라노 파트를 담당하면서 아름답고 고운 소리를 내다보면 기분도 좋고 힐링도 된다”고 웃어보였다. 합창의 꽃은 소프라노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날씨 탓인지 테너의 깊고 낮은 소리가 돋보인다. 이동일(75) 씨는 “그림에 파스텔톤으로 희끄무레한 안개같은 분위기를 더해주는 게 내가 맡은 테너의 매력”며 “전체가 하나의 일치된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룰 때 기쁘다”고 말했다. 합창단은 지난해 기존 여성합창단에서 혼성합창단으로의 파격 변신을 시도하며 새 길을 걷고 있다. 지휘자 이현숙(52·여) 씨는 “남성회원들을 모집해 테너파트를 추가편성했더니 소리가 더 다채로워졌다”며 “아름다운 가사 말을 노래하며 단원들이 정서적 정화를 얻어가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28일 중구문화원에서 고은빛 합창단이 지휘자의 손짓에 맞춰 노래하고 있다.
28일 중구문화원에서 고은빛 합창단이 지휘자의 손짓에 맞춰 노래하고 있다.

김고운 기자 kg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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