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완전한 국회 이전 공약했지만
민주, ‘선거용’ 의심…당장 논의하자
시민단체, 여의도개발에 방점 찍힌듯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7일 여의도 당사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국회를 완전히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국회 완전 이전을 통한 행정수도 세종 완성’을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힘의 이 같은 태세 전환은 매우 이례적이라 신선하다는 반응도 나오지만 이례적인 만큼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선거용 아니냐’는 거다. 특히 국회 이전을 발표하면서 규제 완화를 통한 서울 개발 공약을 함께 제시하면서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본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방을 살리겠다고 아무리 외쳐봐야 수도권 성장·개발정책으로 인해 청년들이 자꾸 서울·수도권으로 몰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 노무현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 추진 이후 통용되는 경험칙인데 국힘은 여전히 지방 따로 수도권 따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수도권 초집중 억제가 전제되지 않는 균형발전은 헛구호라는 얘기다. 또 국회와 함께 사법기관, 대통령실 세종 이전도 이제는 불가역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국회 완전 이전이 지방 표심에 얼마나 파급력을 미치겠느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한 위원장의 이날 공약은 국회 이전보단 서울 개발을 위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깜짝 발표 충청권 화색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7일 중앙당사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으로 여의도정치를 종식하고 국회의사당을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시민들께 돌려드리고 여의도와 그 주변 등 서울의 개발 제한을 풀어서 서울의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 국민의힘은 분절된 국회가 아닌, 완전한 국회를 세종으로 이전해서 세종을 정치·행정의 수도로 완성하고 기존 국회 공간은 문화, 금융의 중심으로 바꿔서 시민들께 돌려드릴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완전한 국회의 세종 이전은 행정 비효율의 해소, 국가균형발전의 촉진,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고 세종시를 미국의 워싱턴DC처럼 진정한 정치·행정의 수도로 완성되게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공주·부여 국힘 후보로 이번 총선에 나선 정진석 의원은 곧바로 “두 손 들어 환영한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정 의원은 그간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보조를 맞춰 ‘세종시 완성’을 위한 법안들을 제출하면서 지역민심을 대변해왔는데 수도권 의원들의 반대 논리 등에 막혀 번번이 좌절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행정수도 등 국가균형발전 이슈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책브랜드라는 점에서 국민의힘 중앙당 차원에서 환영받지 못한 측면도 없지 않았던 터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완전한 국회 이전을 공약한 만큼 이번 총선에서 지역 표심에 대한 소구력이 매우 클 것으로 충청권 여당 후보들은 기대하고 있다. 세종 갑·을 선거 여당 후보들 역시 큰 기대감 속에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 의원과 세종지역 후보들은 28일 세종시 국회의사당 예정부지에 필승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건 또 뭐지?’ 찜찜한 뒷맛
국민의힘의 대표격인 한 위원장의 ‘국회 완전 이전, 행정수도 완성’ 발언에 대한 야당의 반응 역시 즉각적이었다. 일단 환영한다고 했지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포 서울 편입’, ‘메가 서울’ 공약 때처럼 뜬금없는 공약이 또다시 발표돼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우선 민주당이 밀고 있는 국가균형발전 이슈에 국힘이 편승했다는 점에서 이제라도 다행이라는 평가를 하면서도 그간 국힘의 행적에 비춰 ‘행정수도 완성’ 공약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장은 “2020년 7월 민주당은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통해 ‘국회의 세종시 이전’과 더불어 ‘청와대 이전’을 함께 제안한 바 있다. 국힘은 곧장 비난 일색의 논평을 내며 ‘부동산 투기 절호의 찬스’라는 원색적 표현을 일삼았다. 분명히 말해두건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고 여의도에 눌러앉길 바랐던 건 지금의 국민의힘이다”라고 상기시키면서 “이번 공약이 총선용 선심성 공약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관련 논의를 시작하자. 나아가 용산 대통령실을 포함한 국가 권력기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등 사법기관의 지방 이전도 함께 논의하자. 집권당다운 책임감 있는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결국 방점은 서울 개발?
국힘의 ‘행정수도 완성’ 공약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국회 이전 그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국회 이전 뒤 이전 부지 개발과 관련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국회 세종 이전을 공약하면서 이전 부지 개발을 신호탄으로 서울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함께 공약했다.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히 옮기고 권위주의 규제를 모두 풀어 재개발을 통한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겠다. 여의도뿐만 아니라 여의도와 인접한 마포, 영등포, 동작, 양천, 용산 등에서도 연쇄적으로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서 함께 적극적으로 개발할 것이다”라고 했는데 이에 대한 지적이 뒤따르고 있는 거다. 한 위원장은 28일 자당 후보 지원유세에서도 “우리는 서울을 개발할거다. 서울은 이미 충분히 개발했는데 왜 개발하냐? 그렇지 않다. 서울 대단히 오래됐다. 정말로 제대로 된 개발을 한 적이 없다. 우리가 여의도 시대를, 여의도 정치를 종료하는 의미에서 여의도 국회를 세종으로 완전히 이전하는 것도 사실 그 의미가 있다. 여의도 국회 때문에 막혔던 고도제한들, 개발제한을 여의도로부터 시작해서 광진에 이르는 한강벨트까지 모두 철폐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균형발전을 촉구하는 강원·영남·호남·제주·충청권 시민사회단체는 논평을 통해 “국회 세종 이전은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인구 분산을 목적으로 계획된 국가 정책인 세종시 완성의 필수 요소다. 국가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국회를 세종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동시에 수도권 집중을 강화하는 서울 개발 공약을 내놓은 것은 심각한 자기모순으로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진정성과 의지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이어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핵심과제는 수도권 관리다. 그러나 윤석열정부와 집권여당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수차례 국민과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에서는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하고 수도권에서는 각종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 수도권을 집중 성장·개발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김포 등 경기도 기초지자체를 서울로 편입해 서울을 메가시티로 만들겠다는 등 수도권 초집중을 오히려 강화시키는 정책들을 추진하는 것도 모자라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각종 수도권 중심의 성장·개발정책을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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