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촬영지·백화점 투어 코스로 유명세
로댕 '생각하는 사람' 15번째 에디션 전시
대만서 공수한 수령 2천년 편백나무 볼거리
값비싼 식음료·주말 입장료 부담 커 '눈살'
가난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왔던 일제 강점기와 해방 후 세대들은 먹고 사는 인간의 기본적 생존문제에 쫓겨서 삶의 여유가 없는 생활을 해왔으나, 1970년대 이후 경제성장과 국민소득의 향상으로 의식주 문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적 취향이나 성격을 즐기는 계층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국가나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아닌 수집자의 취향이나 인생관을 반영하는 특정 분야에 집중된 유물이나 자료를 일반인에게 공개하여 함께 보고 즐기는 시설이 많이 생기는 것도 근래의 한 추세이다(2012.09.19. 온양민속박물관 참조).
물론 이러한 경향에 대해서 문화 사업을 빙자하여 미술관 혹은 박물관들이 재벌기업이나 극히 일부 계층의 행태가 재산에 대하여 부과되는 조세부담을 벗어나려고 하는 절세 내지 탈법 수단이라는 비판도 많은데, 아무튼 세종시 전동면 송성리의 베어트리 파크(Bear tree Park)는 모 그룹 임원을 역임한 이 모 씨가 1966년부터 개인 수목원으로 가꿔오던 것을 2009년 5월에 공원으로 개장한 곳이다.
경부고속도로 천안 나들목을 빠져나와서 조치원→ 대전 방향으로 1번국도 구도로를 따라서 약15분쯤 달리면 베어트리파크 입구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파크의 중심은 아담한 서양식 2층 건물인 웰컴하우스인데, 이곳은 사실 유일한 레스토랑이다. 웰컴하우스 앞 광장에는 프랑스 조각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동상이 있는데, 로댕의 브론즈 버전은 로댕 미술관 이외에 전 세계적으로 25점 중 15번째 에디션이라고 한다.
또, 광장 오른쪽에는 높이 365cm, 길이 538cm, 폭이 170cm에 이르는 거대한 나무뿌리가 조각처럼 세워져 있는데, 이것은 타이완의 1800m~ 2500m의 고산지대인 아리산 절벽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편백나무는 약20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하는데, 편백나무가 이렇게 오랫동안 장수하게 된 것은 편백나무에서 분출되는 피톤치드가 나무껍질의 박테리아 성장을 막은 때문이라고 하며, 이 나무를 ‘신이 내린 나무’라고도 한다.
또, 광장 왼편에는 8000만 년~1억 2000만 년 전에 형성된 나무화석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나무가 늪지대나 갯벌의 진흙 속에 묻히거나 혹은 모래나 화산재에 의해서 급속하게 땅속에 묻히게 되면 박테리아나 미생물들에 의해서 분해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무의 조직 사이로 광물이 스며들면서 나무는 고유한 나무 성분을 잃고 대신 나무의 형태나 조직. 나이테 등만 고스란히 남는 화석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웰컴하우스 왼편으로 난 오솔길을 올라가면 반달곰 새끼들을 보여주는 반달곰 동산과 공작, 원앙 등이 있는 조류원이 있고, 오른편에는 향나무 동산과 그 위로 송파원이라고 이름 지은 암석공원이 있다. 1970년대 말 애완용으로 처음 기르기 시작한 반달곰과 사슴 한 쌍이 해를 거듭하면서 숫자가 늘어나서 지금은 생후 5개월 된 아기 곰부터 5년 이상 된 어미 곰까지 다양한 150여 마리의 재롱을 구경할 수 있다.
반달곰 동산과 조류원 위로 전망대를 올라가는 길가에는 아래쪽으로 넓은 잔디광장이 있고, 길 위쪽으로는 꽃사슴 동산이 있다. 베어트리 파크의 정상에는 전망대가 있지만, 수목이 울창하게 우거진 것을 생각하면 너무 낮게 지어서 그다지 좋은 전망처가 되지는 못한다.
베어트리 파크는 3월 중순부터 바깥 정원에서도 연분홍빛 매화가 봄소식을 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노란 산수유, 새하얀 목련, 각종 야생화, 벚꽃, 꽃잔디, 철쭉, 금잔화 등 색색의 봄꽃이 만개하는데, 향나무 등 늘 푸른 수천 그루의 나무가 잘 정렬한 병정들처럼 관리되고 있다. 또, 시골집 울타리에서 옮겨온 어린 향나무들이 아름드리나무로 굵어지고, 사계절 꽃이 피고 지는 동안 숲도 커지고 돌보아야 할 동물 가족도 늘어나면서 베어트리파크가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변한 것은 동식물에 대한 설립자의 애정과 정성이 배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베어트리 파크에서는 계절에 맞춰서 갖가지 이벤트 행사를 많이 벌이는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조금은 개선되어야 할 점도 있다. 우선, 입장료 1만원을 인터넷으로 예약할 경우에는 2000원을 할인한다고 하지만, 정작 관람객이 많이 찾는 주말에는 1만 3000원을 받고 있는 처사가 조금은 부담스럽다.
둘째, 실내 박물관이나 전시관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야외 공원인데도 카메라 삼각대를 가지고 갈 수 없고, 음식물 반입을 일체 허용하지 않은 채 오로지 구내 시설만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지나친 상술이라는 비판이 많다. 웰컴하우스의 유일한 레스토랑의 메뉴도 다양하지 못하지만, 음료수 한 병이 4000원, 돈가스가 1만원, 스테이크가 2만 9000원인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셋째, 관람객들이 앉거나 쉴 수 있는 벤치 같은 편의시설이 전혀 없다는 점도 시정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도, 모 TV방송국의 드라마 ‘다섯 손가락’ ‘비밀의 정원’ 등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더욱 연인들과 젊은 세대들이 어린이를 동반하여 찾는 것은 드라마에서 본 이미지에서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로망을 기대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