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
상무/충남취재본부장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살인의 위협을 얼마나 경험하게 될까. 예외야 있겠으나 아무리 범죄가 날뛰어도 직접 체험하는 것은 평생 한두 번의 기회 정도이며, 그 경험조차 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의외로 수많은 살인의 위협 속에 살고 있다. 따라서 반복되는 살인의 위협 속에 살고 있는 국민이 있다면, 그래서 늘 불안하다면 국가는 아주 심각하게 이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길을 나서면 곧바로 살인의 위협에 직면한다. 과속 불법 운전자들에 의한 살인의 위협은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정말 두렵다. 오늘도 내일도 두려움 속에 떨다가 그렇게 하나 둘 소중한 생명이 사라져 간다. 오늘 또 소중한 내 가족이 영원히 곁을 떠나버리고, 그 슬픔은 국가와 사회에 대한 원망으로 켜켜이 쌓여만 간다.

이것은 도로 위 엄연한 현실이며, 많은 국민들이 겪고 있는 더 이상 인내하기 힘든 괴로운 경험이다. 죽음을 몰고 다니는 광란의 교통사고에 주눅이 든다. 그러나 단속도, 제재도 빈약할 따름이다. ‘강력한 대응이 분명 이를 억제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진한 아쉬움만이 사고를 당한 싸늘한 시신과 함께 묻혀 스러질 뿐이다.

고속도로는 무법천지 같다. 생사의 기로를 장난하듯 넘나드는 과속 운전자의 갑작스러운 끼어들기에 순간 식은땀이 흐른다. 종잇장처럼 구겨져버린 차와 함께 목숨을 잃는 그 순간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공포다. 아찔한 순간, 죽음이 뇌리를 스치면 거듭되는 몸서리에 온몸이 전율한다.

OECD 국가 중 교통사고율 1위, 연간 5천여 명이 목숨을 잃는 1등 교통사고 국가에서 더 이상 살인의 위협 운전을 일삼는 운전자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국민에 대한 국가의 살인방조와 같다.

하루빨리 국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 운전면허 취득자에 대한 정기적인 안전 체험 교육을 시행하는 등 정신 개조가 시급하다. 교육에도 불구, 별 기대를 할 수 없으면 정신 나간 그들의 살인 의지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도로 곳곳에 CCTV와 같은 감시망을 설치, 위협의 현장을 주시해야 한다. 그래서 난폭 불법 운전으로 살인의 위협을 가하는 예비 살인자의 범죄 행위에 강력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사실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이며, 말 없는 다수, 이들은 큰 바람이 없다. 그저 열심히 일하며 분수껏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것 정도가 욕심이라면 욕심이다. 예의(銳意) 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역할에 충실하다.

이들에게 단 하나 바람이 있다면 범죄로부터 가정이 파괴되거나 타인에 의해 나와 가족이 생명을 잃는 등의 비극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이다. 즉 지금 나의 행복이 타인에 의해 파괴되지 않기를 희망하는 ‘행복불가침’이다. 물론 이 사회가 완전한 자유로움을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적어도 이를 위한 국가의 강력한 실천의지와 그 의지가 반영된 사회 속에서 행복을 지속하며, 또 추구하며 살고 싶은 것이다.

이달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안전에 정책의 방점을 찍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예전 정부와 비슷한 수준의 안전을 생각하고 있다면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 수시로 살인의 위협 속에 식은땀을 흘리고, 위협이 현실이 되어 거의 매일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되는 보통사람들의 절박함을 해결하는 정책을 우선 제시해야 한다.

이 땅의 주인에게 큰 보답은 못 할망정 그들의 인내를 끝까지 시험해서는 안 된다. 무시해버리고, 외면해버릴 수 있는 정도의 것이라면 인내를 요구받지 않아도 늘 그래 왔듯 인내할 것이다. 그러나 위협이 너무 많고, 이로 인한 안타까운 죽음이 너무 많아 더 이상 인내하기 벅차다는 것이 문제다.

국민의 기대 속에 새 정부가 출범한다. 행복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제발 행복을 잃지 않게 해달라는 국민의 소박한 희망에 답하는 희망 정부가 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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