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불경기에 장사나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참 신중해야 한다. 경험도 계획도 제대로 없으면서 부모나 주변 지인의 충고를 무시하고, 사업을 시작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진 자본금 다 날려버리고 장사를 접을 때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듣는 말이 ‘다 떨어먹었다’이다. 그러나 이때 사용하는 바른말은 ‘떨어먹다’가 아니라 ‘털어먹다’이다.

물론 장사나 사업을 하다가 사업을 접는 경우에 ‘털어먹다’를 사용하는 것도 엄격히 적용해야 하는 말이다. 망한 내가 내 입으로 ‘털어먹었다’고 말하면 자신을 낮추어 말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또 아무런 준비도, 경험도 없이, 달콤한 말에 현혹돼 묻지마 투자로 사업을 시작했다가 자본금을 모두 날려버리는 경우에는 ‘털어먹다’를 써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사업을 접은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라면 조심해야 한다. 계획 잘 세우고, 열심히 사업을 했으나 장기적인 경기침체나 주변 환경 등이 돕지 않아 사업을 접는 경우라면 ‘털어먹다’를 사용해서는 곤란하다. ‘털어먹다’는 ‘재산이나 돈을 함부로 써서 몽땅 없애다.’가 그 뜻이기 때문이다. 함부로 써서 없앤 경우가 아니라면 ‘털어먹다’를 사용해서는 곤란하다.

‘투자금의 몇 배를 준다기에 이것저것 검토도 없이 ‘묻지마 투자’를 했더니 1년 만에 다 털어먹었습니다. 후회막급입니다.’ ‘술과 도박으로 지내다 보니 아버지가 물려주신 재산을 1년 만에 다 털어먹었습니다.’ 등으로 쓰면 바른 사용이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결과를 두고 시끄럽다. 어쨌든 수십조 원 들어간 대형 국책사업이니 털어먹은 공사인지 아닌지 잘 살펴볼 일이다. <본사 상무/충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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