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현
이용화플랜트 치과 행정원장
얼마 전 영국 언론매체인 이코노미스트 발표에 따르면 국제미용성형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011년 기준 한국인의 성형률이 전 세계에서 1위로 집계됐다. 성형인구는 인구 1000명당 13.5명으로 명실공히 성형대국의 수위 타이틀을 차지했다.

성형이란 사전적 의미는 외과적 수단으로 신체의 일부분을 고치거나 만드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아주 오래 전부터 그 시술이 이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고대 중국 진시황 시대에는 언청이(입술갈림증이 있어서 윗입술이 세로로 찢어진 사람을 이르는 말)들을 수술로 치료했다는 기록이 있고 기원전 6세기경 인도에서는 코를 재건해주는 수술이 있었다고 한다. 이집트에서는 여인들이 통통한 얼굴을 갖기 위해 송진을 집어넣어다는 기록도 있고 우리나라 가야에서는 ‘편두라’라고 해 일정한 머리 형태를 만들기 위한 성형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렇듯 성형의 역사, 다시 말해 인간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망은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일이다.

성형 수술은 20세기 초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이는 아마도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하면서 그 치료를 위해 성형 기술의 발전이 뒤따르지 않았나 싶다.

인간이 아름다움(美)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은 분명 아니다. 자연의 생리가 이성에게 성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그로 인해 관심을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뭐든지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지 않다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 성형의 목적을 뜯어보면 치료적 목적은 거의 희석되고 오로지 아름다움을 위한 성형만이 남은 듯하다. 예전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다양한 성형 외과적 수술과 성형 수술에 집착한 나머지 성형 중독에 빠진 사람들도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과도한 성형 수술로 인한 피해 사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들도 여성 중심에서 이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성형외과에는 지금 환자보다 고객이 훨씬 많은 셈이 돼 버린 것이다.

성형수술을 위해 직장 생활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작금의 행태가 정상적인 사회의 모습은 분명 아닐 것이다. 도대체 우리 사회에 언제부터 이런 성형 열풍이 불어 닥친 것일까?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가 내면의 모습보다는 외형의 모습에 치중하고 열광하는 외모지상주의에 물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외모지상주의는 방학이면 청소년들을 성형외과로 몰리게 하고 남녀 취업준비생에게는 성형이라는 또 다른 취업 준비 과정을 만든 게 사실이다.

우리 사회 자체가 성형을 조장하고, 미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요즘 TV를 시청하면 성형 관련 프로그램이나 성형에 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방송 중에도 성형의 치료적 의미나 외모로 인한 사회 부적응자들을 위한 성형 상담 방송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방송들이 도대체 어떤 목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담아 방송하는지 의도 자체가 불분명한 사례가 많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 연예인들의 생김새나 어딘지 모르게 상당히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개성을 잃은 듯한 공간에 있는 것 같아 섬뜩할 때도 있다.

무조건 예뻐야 하는 여성들, 이유를 불문하고 잘생겨야 하는 남성들,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들은 정말 피곤하다.

사실 성형이라는 행위가 모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성형을 통해 신체적 콤플렉스를 극복해 사회적 자신감을 회복하고 치료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그런 긍정적 기능이 분명 있다.

문제는 이런 긍정적 기능보다 성형으로 인한 폐해가 더 크다는 것이다. 어쩌면 정말 성형이 필요한 것은 외모지상주의와 성형을 부추기는 우리 사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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