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여 점 교육자료 소장·전시 시대별 학교생활 한곳에 재현

현장학습·역사교육 '생생체험' 투호놀이 등 민속놀이도 즐겨

1932년 공주읍에 있던 충남도청을 신도시 한밭 대전으로 옮기던 해에 개교한 동구 삼성동의 삼성초등학교는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붉은 벽돌로 지은 현대식 교사로서 대전 도심에 사는 부유층 자녀들이 다니는 명문이기도 했다. 학교 건물은 6·25전쟁 기간에는 피난정부를 추격하던 북한군이 일시 주둔하는 주둔지가 되었다가 유엔군의 반격 이후에는 유엔군이 주둔하기도 했던 비운의 현장이기도 한데, 준공된 이후 80여 년 동안 한 번도 개축하지 않아서 지금도 당시 전쟁의 상흔인 총탄 자국이 건물 외벽 곳곳에 선명하게 남아있기도 하다.
그런데, 1989년 대전시가 북쪽의 신탄진읍과 서쪽의 유성읍을 포함하여 광역도시가 되면서 원도심과 이 두 지역을 꼭짓점으로 하는 삼각지 안인 둔산 지구가 개발로 지방행정과 경제의 중심이 둔산 지구로 이전하자, 대전역과 충남도청을 중심으로 했던 원도심은 공동화 현상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자 대전시는 1992년 7월 남아도는 삼성초등학교 2층짜리 교사 한 동 전체를 한밭교육박물관으로 만들었다(대전시문화재자료 제50호).
대전역에서 신탄진 방향으로 통하는 도로 중간쯤인 우암로 96번지 삼성동네거리 삼성초등학교 한편에 자리 잡은 박물관은 약3만여 점의 교육관련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데, 관람객의 편의를 위하여 주말에도 개관하고 매주 월요일과 관공서의 공휴일에만 휴관한다. 관람료도 무료이다.

서당(왼쪽)과 추억의 교실.
사실 박물관이라고 하면 희귀한 유물과 조금은 고고한 장소로 생각하던 시민들에게 초등학교 교실에 우리가 직접 보고 배우던 손때 묻은 초등학교 관련 유물들을 전시하여 현장 체험학습과 함께 효율적인 역사문화 교육을 지원하기 위하여 개관한 교육박물관은 그래서 한층 더 친근감이 있는 공간이 되었다.
박물관은 상설전시장과 야외전시장 등으로 나뉘는데, 상설전시장은 교사 2층 건물 전부를 7개의 전시장으로 만들었고, 박물관 입구에서부터 담장을 따라 양쪽 공간이 야외전시장이다.
상설전시장인 1층은 실제 교실로 사용하던 모습을 그대로 복원해 두고서 문화체험과 옛 교실에서 추억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존과 탁본 체험실과 제1~ 제7전시실이 있다.
제1전시실은 기획전시실인데, 지난 12월 21일부터 올 6월말까지 개관 20주년을 기념하여 ‘추억의 학창시절”이란 특별전시전을 하고 있다. 특별전시전은 1950~70년대 학생들이 사용했던 여러 교과서, 공책 및 학용품, 교육과정 내용과 관련 교구 및 기자재들은 물론, 선생님들만의 기록물인 학급경영록 등도 전시되어 있다.
제2전시실은 민속실로서 옛날 남성들의 생활공간과 여성의 생활공간을 각각 재현해 놓았는데, 남성들의 공간인 사랑방에는 선비들이 사용하던 서안, 책궤, 사방탁자, 갓, 각종 신발 등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고, 여인들의 공간인 안방에는 당시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생활용품과 안방모습을 꾸며놓았다. 제3전시실에는 박물관이 삼성초등학교 건물인 점을 적극 활용하여 그동안 상설전시실로 사용해 오던 교실 하나를 나무창 틀이 있는 옛 교실로 복원하고, 낡은 목제 책걸상, 칠판, 풍금, 무쇠난로 등 1960~70년대 초등학교의 교실을 재현하고 있다.

자격루.
계단을 따라서 2층으로 올라가면 대전교육사관이라는 현판이 전시장의 성격을 한눈에 압축시키는 듯한데, 왼쪽에서부터 시작되는 제4전시실은 조선시대의 교육기관인 서당, 서원, 4부학당, 성균관 등의 모습에서 구한 말 신식교육에 이르기까지의 각종 자료가 시대·영역별로 전시되어 있다. 제5전시실에는 8·15 광복 이후 우리 교육이 발전해 온 모습이 각종 교과서 및 교구 자료와 함께 전시되어 있는데, 특히 이곳에서는 일반인들이 지나치기 쉬운 제1차 교육개편과정을 비롯하여 현제 제7차 교육개편과정까지 그 특징과 현황에 따른 교과서와 부교재 등을 자세히 구분하여 보여주고 있다.
제6전시실은 한말 개화기의 신식 교과서, 일제강점기 때 강제로 학습된 교과서, 그리고 해방 이후 현재의 교과서를 전시하고 있는데, 일제강점기 때의 창씨개명 서장·황국신민서사 석 등 일제의 황민화(皇民化) 교육 자료들을 볼 수 있다.
제7전시실은 삼국시대이후의 교육제도와 사서오경, 천자문, 명심보감 등 당시 교육 자료와 각종 필기구인 문방사우(文房四友)를 갖춘 필방(筆房)을 따로 만들어 두었다. 이밖에도 2층 전시실 한편에는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이나 박사들의 의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존을 마련해두기도 했고, 복도 양쪽 벽에는 한말부터 현재까지의 각종 태극기 자료가 전시되어 있는데, 특히 일제 강점기에 만주 등지에서 활동한 독립군들이 제작하여 사용했던 여러 형태의 태극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위쪽부터 제3전시실 근현대사, 해방후 교과서들, 디딜방앗간.
한편, 박물관 입구에서 출입문까지 양편의 공간은 황국신민서사지주(皇國臣民誓詞之柱), 교문 지주(校門支柱), 풍기대, 맷돌 등 실제 석조물과 우물, 측우기, 돌다리(石橋), 석제 평일구, 십이지신상, 수표, 자격루, 타루비 등의 모형을 전시하고 있는 야외전시장인데, 도로 쪽에는 담장을 벽으로 삼아 기다랗게 건물을 지어서 1960년대 우리 농촌에서 사용하던 디딜방앗간을 실제 크기로 재현해 놓았고, 그 옆에서는 투호놀이 등 민속놀이 체험도 할 수 있다.
주차장 쪽의 공간에는 장승과 부여의 정림사지 5층탑 등의 모형을 전시해두고 있으나, 교육관련 자료라기보다는 옛 민속자료를 마구잡이식으로 진열하고 있다는 아쉬움도 크다.

전시공간이 부족하던 시대에는 폐교시설을 알뜰하게 이용하여 개관한 한밭교육박물관이 우리의 현대 교육제도와 학교생활을 엿볼 수 있는 훌륭한 공간이 되었지만, 세종시의 교과서박물관 등 대전 주변에 점점 대규모의 교육관련 박물관이 개관하면서 그 역할과 기능이 점점 위축되는 점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2012.12.26. 세종시 교과서박물관 참조).
한밭교육박물관 스스로도 이 점을 의식하여 지금까지 유물의 기탁 등 소극적인 방법에 의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구입에 나서기도 하고, 대전과 충남 이외의 지역에 대한 역사문화탐방을 실행하는 등 제자리 찾기에 노력하고 있다. 또, 노인들이 노후에 여가를 보람 있고 유익하게 보낼 수 있도록 노인대학과 연계하여 고령화 시대에 평생교육의 장을 실현하고 다양해지는 노인들의 문화생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의 협소화, 노후화로 박물관 소장품의 보존, 관리에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전시 장소 이전이 꾸준히 제기되었지만 가시적인 진전이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초등학교 관련 유물이라는 태생적 제약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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