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애숙
대전지방기상청장

길고 지루한 장마도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여름휴가를 계획하며 늘 똑같던 일상에서 잠시라도 벗어난다는 기대와 여행에 관한 설렘으로 가슴 두근거려본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나기상 씨는 몇 년 전 영화 ‘해운대’를 보며 한 번쯤 멀리 부산에 있는 해운대로 휴가를 떠나야지 하고 생각만 하다 마침내 친구들과 해운대로 휴가 계획을 잡았다. 휴가 날짜도 미리 정하고 거기에 맞게 숙박시설도 모두 예약해 놓은 상황. 이제 떠나기만 하면 된다. 출발하는 날 서울은 햇볕도 쨍쨍하고 무더운 것이 바다에서 수영과 일광욕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인 듯하다. 5시간에 걸친 긴 여정을 통해 부산 해운대에 도착하니 이것이 웬일인가 낮게 드리운 잿빛 구름에 바람도 강하게 불고 있어 해수욕은커녕 해변 산책도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는 그다지 넓지 않지만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여 있고 산과 계곡이 많기 때문에 특히 여름철에는 날씨가 변덕스럽고 지역별로 날씨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나기상 씨가 출발 시 도착지인 해운대의 날씨정보를 미리 확인했더라면 여행지를 날씨가 좋은 강원도 경포대로 수정하고 즐거운 휴가를 만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운전자를 위한 기상서비스를 만들고자 기상청이 결심하고 탄생시킨 게 바로 웨비게이션(Weavigation)이다. 웨비게이션은은 날씨(Weather)와 내비게이션(Navigation)을 결합한 용어로 기상청의 대표적인 미래형 기상서비스다. 지금까지 내비게이션은 길 안내만 해줬다. 일부 내비게이션에서 기본적인 날씨정보가 제공되기는 하지만 현재 있는 곳과 이동하는 경로, 수 시간 뒤 도착할 곳의 기상 변화를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실시간으로 운전자에게 전달하지는 못한다.

연간 발생하는 교통사고 중 위험기상으로 인한 교통사고 치사율은 매우 높다. 2011년 8월 국토해양부 발표에 의하면 특히 안개 낀 날 교통사고 치사율은 다른 날과 비교해 약 3배나 높고 최근 5년간(2006~2010년) 기상 악화로 인한 교통 사고율은 1.4% 증가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폭우나 폭설 등 위험기상은 물론 경미한 기상 악화도 도로 교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내비게이션이 길 안내와 함께 내 눈 앞의 날씨 변화를 바로바로 알려준다면 어떨까? 웨비게이션은 기상청, DMB 방송사, 그리고 내비게이션 제작회사가 각자의 역량을 결집시킨 결과다. 기상청이 최첨단 기상정보를 DMB 방송사에 전송하면 DMB 방송사는 동영상과 오디오 정보를 디지털로 변환해 내비게이션 운영사로 송출하는 방식이다. 차량의 내비게이션 단말기는 이 정보를 받아 스스로 기상조건을 고려해 안전한 경로로 운전자를 안내할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른바 TPEG-WEA(Transport Protocol Expert Group-Weather) 시스템이다.

나기상 씨가 만약 웨비게이션을 장착한 차량을 타고 여름휴가를 위해 해운대로 출발했다고 다시 가정해보자.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웨비게이션에 알림창이 뜨면서 목적지인 해운대가 위치한 부산지방에 호우주의보 발표를 알리는 기상특보 알림창이 뜬다. 나기상 씨 일행은 여행계획을 즉시 수정하고 비교적 날씨가 좋은 강원도 경포대로 일정을 수정하고 즐거운 휴가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 처럼 웨비게이션은 호우, 대설, 태풍, 특보 등 위험기상을 알리는 기상특보가 발표되면 즉각 알림창이 떠서 기상특보를 확인하고 안전운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운전자는 웨비게이션을 통해 출발지, 주요 경유지, 목적지의 현재 날씨와 1~2시간 후 초단기 날씨예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으며 기상레이더와 위성 영상을 제공해 비구름의 이동 현황과 강수지역의 변동사항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현재 날씨정보를 통해 위험기상 지역과 침수 및 산사태 등이 발생한 자연재해 위험구간을 피해갈 수 있는 안전한 길을 알 수 있다. 웨비게이션은 내비게이션에서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PC 앱 으로도 서비스하는 뉴미디어 기상정보 서비스이기도 하다. 웨비게이션 서비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운전자들이 도로의 노면상태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아 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계속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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