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 효 테마공원으로 각광

형형 색색 136개 성씨 조형물 조성

족보박물관·산림욕장 볼거리 가득

대전시 중구청이 1997년11월 1일 보문산 남쪽 유등천변 약 6만 6000여 평의 부지에 개장한 뿌리공원은 전국에서 유일한 효(孝)를 주제로 한 테마공원이다. 중구청이 효 테마공원을 개장하면서 ‘뿌리공원’이란 명칭을 붙이게 된 배경은 아프리카에서 미 대륙에 노예로 팔려온 쿤타킨데의 7대손인 알렉스 헤일리(Alex Palmer Haley 1921~1992)가 1976년 자기 조상을 찾는 자서전적 소설 뿌리(The Roots)에 근거를 둔 것 같다.
소설 뿌리는 그 후 영화화 되어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공명을 불러왔는데, 자연 속에서 심심을 수양하고,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조상의 성씨와 유래를 조각품에 새긴 내용을 통해서 뿌리를 찾게 하는 역사교육의 현장인 뿌리공원을 나무뿌리를 이용한 공예나 조각공원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이들도 있다.

뿌리공원 입구.
대전 시내에서 서부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나 금산군으로 통하는 635번 지방도를 따라가다가 유등천 지류인 안영천 위에 놓인 안영교 건너기 직전에 좌회전하면 뿌리공원인데, 외지에서는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가 이어지는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안영나들목을 빠져나와서 안영교를 건너면 오른편에 있다.

뿌리공원은 안영천을 건너는 구름다리에서 시작되는데, 구름다리를 건너기 직전 왼편에는 대전시에서 운영하는 유료양노원인 장수마을이 있다. 뿌리공원으로 들어가는 구름다리는 모든 성씨가 한곳에 모인 곳이라는 의미를 담아서 만성교(萬姓橋)라고 하는데, 구름다리 아래 둔치에는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만성교를 건너가면 왼편은 라버로 막은 인공 댐에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오리 모형의 놀잇배 선착장이 있고, 둔치에는 어린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교통법규를 알기 쉽게 가르쳐주는 전기자동차 운전코스가 있다. 이곳에서는 어린이들이 약420m에 이르는 가상도로를 직접 전기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놀이를 겸하여 올바른 교통문화를 익힐 수 있도록 꾸몄다.

그러나 뿌리공원의 가장 중심은 오른편 산기슭에 각 성씨의 유래를 담은 비가 성씨 별로 특색 있는 색깔과 모양으로 세워진 형형색색의 조형물들이다. 개장 초기에는 76개 성씨의 비가 있었지만, 현재는 136개 성씨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성씨 조형물은 각 문중이 자기 조상의 시조를 비롯한 문중의 유래, 문중의 대표적 인물들을 소개하며, 후손에게 전하는 메시지 등이 담겨 있어서 자연스럽게 경로효친을 깨닫게 하는 학습장이 되고 있다.
뿌리공원의 성씨별 조형물이 많은 사람들의 인기대상이 되자, 수많은 종중이 추가 건립을 요청하여 중구청에서는 150여 개 성씨의 조형물을 추가로 설치하기 위한 뿌리공원 확장 절차를 거치고 있다.

만성교(왼쪽)과 족보박물관 입구.
그런데, 2010년 6월 뿌리공원 안에 국내 최초의 족보박물관이 개관함으로서 뿌리공원은 우리의 뿌리와 조상의 숨결을 한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산 교육장으로서 한층 더 내실 있는 효 테마공원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족보박물관은 지상 3층 건물로서 5개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수장고, 시청각실, 정보자료실, 문중협의회실, 세미나실 등이 있는데, 족보박물관은 조금은 진부하고 난해한 곳일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과 달리 최신식 디지털 자료와 디오라마로 꾸며서 누구든지 친근감을 갖도록 했다.
제1전시실은 족보에 기록된 가계의 체제를 보여주는 공간으로서 씨족의 의미와 성씨(姓氏)의 탄생, 혈통 계열을 나타내는 본관에 대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과 함께 설명해 이해를 돕고 있으며, 성씨 일람표와 항렬표, 촌수 따지는 법, 족보 찾아보기 연습 등 실제 생활에 필요한 정보가 풍성하다.
제2전시실에서는 족보의 간행 체계를, 3전시실에서는 족보의 역사를 보여주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족보로 알려진 '안동 권씨 성화보'(1476년 간행) 등 각 문중과 개인이 소장한 고문서·족보 등 2000여 점의 유물이 기증 또는 기탁되었다. 특히 전시중인 문중의 족보중 고려시대 김방경(1212~1300) 장군을 중시조로 하는 구안동김씨의 자손 계보가 수록된 족보는 1580년 목판으로서 간인본만으로 본다면, 현존하는 족보자료 중 세 번째로 오래된 족보이고, 임진왜란 이전에 필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충주박씨내외 자손보는 충주박씨 내손뿐 아니라 외손과 사위를 포함한 모든 자손을 기록해 조선 초기 족보의 모습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또, 도산족계좌목은 감찰공 박진(1366~1422)의 후손이 감찰공의 묘소에 모여 결성한 족계의 규칙과 계원의 명단을 수록한 책으로 조선시대 문중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희소성이 높은 자료로서 대전시의 유형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제4전시실에는 왕실족보, 돌에 새긴 족보, 비석족보, 휴대용 족보 등 다양한 형태의 이색적인 족보를 구경할 수 있고, 제5전시실은 자신의 뿌리를 알 수 있는 성씨 유래비 찾아보기, 승경도 놀이 등을 즐길 수 있는 체험 공간이다.

인동 장씨 족보(왼쪽)과 조형물.
우리 역사에서 민중이 성을 갖게 된 것은 삼국시대에 나라에 큰 공을 세운 경우에 임금이 성을 하사하는 사성(賜姓)에서 시작하지만, 각 성씨의 족보 대부분이 고려 중기 이후부터 기록하고 있는 것은 조선시대에 조상의 역사성을 자랑하기 위해서 소급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그다지 신빙할 수 없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보편화된 족보만으로도 한국의 족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방대한 가계(家系)기록으로서 기존 역사 서술에서 찾기 힘든 사람에 대한 기록이자, 미시적 관점에서 한 가정이 시대를 어떻게 지내왔는지 살필 수 있는 좋은 사료가 되는데, 특히 대전은 우리나라 전체 족보의 90%를 제작하는 족보 전문출판사 회상사(回想社)가 있는 등 족보 관련 인프라가 풍부한 점도 뿌리공원의 한 배경이 되었다.

해가 갈수록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고 효를 체험하려는 국민들의 열기는 전국 각지에서 수학여행객과 문중, 가족단위 방문객이 찾아와서 뿌리공원은 인근의 효문화마을관리원, 대전동물원, 단재 신채호 생가 등과 연계한 관광지로서 인기가 높은데, 대전시는 뿌리공원의 역할과 기능을 더욱 확대시키기 위하여 2008년부터 매년 5월 말에 뿌리문화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뿌리문화축제에는 우리나라 280여 성씨의 대표 문중이 참여하는 문중체험관, 문중 퍼레이드, 성씨 축원제, 문중 요리전시 등 다채로운 행사를 벌인다.
그러나 매년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으나 단순 관람에 그쳐서 다양한 볼거리 및 체험장 제공을 통한 체류형 관광지 조성을 위하여 생태 숲에 30개소의 캠핑장, 샤워장, 취사장 등을 설치하고, zip트랙과 스카이 점프 등 체험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밖에 뿌리공원은 각종 수목과 야생 화초류를 관찰로를 따라서 관찰할 수 있는 자연관찰원을 비롯하여 장미터널, 유실수 단지, 소나무가 무성한 1000평 규모의 삼림욕장, 정글짐, 시소, 평행봉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산책로를 따라 올라간 산꼭대기에는 영·호남과 충청도의 화합을 기원하는 삼남 기념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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