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희귀동물 등 600마리 서식 4계절 내내 즐기는 플라워 랜드

'스릴만점' 18개 놀이시설 인기 ··· 일회성 방문·비싼 이용료 지적

보문산 남서쪽 기슭인 사정동의 오월드(O-world)는 원래 원도심에서 가까운 보문산 중턱에 있던 대전동물원을 옮긴 뒤, 2002년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개장한 것이다. 약58만 3000㎡(약18만평) 부지에 130종 600여 마리의 세계적 희귀동물을 가진 국내 세 번째 규모의 동물원으로 개장한 대전동물원은 2009년 100종 15만 그루의 나무와 85종 30만 포기의 튤립 등 각종 꽃들로 꾸며진 10만㎡에 이르는 플라워 랜드(Flower Land)를 만들고, 수석전시관, 화석전시관, 3D입체영상관 등 전시시설과 놀이시설을 대폭 늘리면서 명칭을 오월드로 바꿨다. 시립동물원이 플라워 랜드를 개장함으로서 명실상부한 4계절 테마공원으로 탈바꿈하게 되어 동물원이라는 명칭이 부적당하다는 것인데, 수도권의 일부 테마공원을 제외하면 중부권 이남에서 유일한 공원시설이라고 한다. 하지만, 2015년까지 26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서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4계절 즐길 수 있는 열대 화조원(花鳥園)과 나비 곤충관, 숲 탐방로, 숲속 체험학습원 등 체험공간을 마련하고, 500대 규모의 주차가 가능한 시설을 추가할 것이라고 한다.

오월드 입구.
대전 시내에서 서부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서 뿌리공원과 금산으로 통하는 635번 지방도를 달리면, 왼편 보문산 기슭에 오월드 입구임을 알리는 큼지막한 표지판이 있다. 외지에서는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가 대전 남부에서 연결되는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안영나들목을 빠져나오면 금세다. 뿌리공원과 안영농수산물센터를 지나면 오른편에 오월드 안내판이 있고, 약간 완만한 비탈길을 돌아가면 광장과 함께 오월드가 보인다.
오월드에 들어서면 아프로디테 조각공원을 중심으로 왼편에 동물원 쥬랜드(Zoo Land)가 있고, 오른편으로 놀이시설 조이 랜드(Joy Land), 맨 가장자리에 눈썰매장이, 가장 안쪽 깊숙이 아프리카 사파리관이 있다. 동물원은 동물전시와 아프리카 사파리관, 어린이 동물원, 그리고 화석 및 수석 등을 전시하는 상설전시관으로 세분되는데, 꽃사슴, 붉은 사슴, 백사슴, 사불상, 로키산양, 무플론, 영양 등은 관람객이 동물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등 근접체험을 즐길 수 있고, 사자, 코끼리, 얼룩말, 타조 등 아프리카 사파리는 사파리 버스를 타고 볼 수 있다.
특히 몽골 야생말, 로키산양, 아메리카 수리부엉이, 가면올빼미, 흰올빼미, 붉은 말똥가리, 황무지 말똥가리, 돌산양, 알다브라 거북 등은 오월드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동물인데, 이 동물들은 대전시와 자매도시인 캐나다 캘거리지 동물원이 우호증진을 위해 기증한 것이다.
몽골의 고원지대에서 야생하면서 13세기 혜성처럼 나타난 징키스칸이 세계를 정복할 때 신속한 이동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몽골 야생말은 자연생태계에서는 이미 멸종상태여서 몽골에서도 찾기 힘들고, 국제적으로도 캐나다 캘거리 등 일부 동물원만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또, 로키산양은 3000m 이상의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사는 특성을 가졌으며, 토끼처럼 귀가 쫑긋한 아메리카 수리부엉이, 꼬리부분을 제외하고 흰털로 몸을 감싼 흰올빼미, 그리고 찢어진 눈에 마치 가면을 쓴 것 같은 가면 올빼미, 특히 알다브라 육지거북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어린이동물원, 대전동물원 폭포, 플라워랜드, 대전동물원 조류사.
곰 사육장 쪽 도심과 안영동으로 통하는 도로를 건너는 구름다리 너머의 플라워 랜드는 크게 테마공원, 축제마당, 물의 나라, 빛의 나라로 나뉘는데, 테마공원에서는 소리정원, 습지원, 무궁화, 장미 등은 물론 각종 이름모를 야생화들과 온실정원이 볼만하고, 축제마당에서는 중앙 연못이외에 터널분수, 사각분수대 들이 눈길을 끈다.
사실 오월드는 야생동물과 조류들을 전시·관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멸종되어가는 동물의 종보존을 목적으로 설립된 이후 그동안 한국호랑이 자연분만과 포유, 멸종된 한국늑대 복원 등을 추진하는 생태동물원으로서 가치를 크게 인정받고 있다. 특히 1980년 경북 문경에서 발견된 이후 공식기록이 없어서 사실상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늑대 종(種) 복원사업에 나서 2010년 처음으로 새끼 6마리가 번식에 성공하였으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한 달여 만에 모두 폐사한 경험을 살려서 2011년 4월 말 다시 8마리를 번식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종합 테마공원으로서 오월드가 개선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먼저, 테마공원의 생명력은 무엇보다도 관람객의 재방문 집객력에 있다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점에 소홀한 것 같다. 오월드는 2002년 개장이후 10년 동안 1100만 명이 다녀가서 산술적으로는 전 국민 4명 중 1명이 오월드를 찾았으며, 그중 65%인 700만 명의 외지인이 대전을 찾아서 지역경제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미쳤다고 하지만, 대부분 1회성 방문에 그치고 있다. 다수의 고가의 동물들과 시설을 일시에 변경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미술관의 큐레이터처럼 관객이 호기심을 갖고 다기 찾는 시설이 되도록 하는 노력이 아쉽다.
둘째, 2013년 2월 1일부터 기존의 과학테마의 시티투어 코스 이외에 대전역 앞 중앙시장과 유성시장 등 전통시장을 포함한 역사문화 투어코스를 신설하는 시티투어 코스를 만들면서 오월드를 역사문화 투어코스에 포함하여 관람객이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지만, 이런 편의시설보다는 유인요소가 빈약하다. 가령, 36개월 미만 어린이 3000원, 청소년 4000원, 어른 8000원이고, 야간과 동절기에는 각각 2000원, 3000원, 6000원의 입장료는 자유이용권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각각 1만 8000원, 2만원, 2만 5000원씩이어서 부모가 어린이를 동반하는 것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4인 가족이 동물원만을 관람한다고 할 경우에 평균지출은 2만원이 넘고, 놀이시설 등을 이용한다고 할 경우에는 6만 원 이상 지출하게 된다. 그밖에 간식이나 점심값 등을 계산할 경우에는 지나친 과소비 놀이시설이 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대전시민을 위하여 외지인과의 가격차별화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놀이시설
셋째, 오월드는 대전시가 운영주체라는 직·간접적인 혜택을 받아온 점을 간과할 수 없으며, 관료적이고 안이한 운영 자세는 비난받아야 한다. 2012년 캄보디아 코끼리 도입계획의 실패와 국가 이미지 실추는 가장 좋은 실례인데, 1973년 발효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으로 멸종위기 1급인 코끼리의 거래가 국제적으로 금지되면서 매매를 통해서는 구할 수가 없게 되자 국내에 9마리밖에 없는 희귀동물인 캄보디아 코끼리를 대전시소방본부가 보유중인 소방펌프차 1대를 캄보디아 정부에 기증하고 코끼리와 맞교환할 계획이었지만, 전혀 작동이 되지 않는 폐차 직전의 소방차를 반출하여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 그런데, 대전시는 이 사태를 수습한다고 동물원장을 경질하고 실무자를 징계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과연 이런 계획이 실무자 수준에서 계획된 일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넷째, 오월드는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지만, 대부분의 동물들을 울안에 가둬둠으로서 생체동물이 받는 스트레스를 무시하는 운영방식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물론, 3000m이상 산악지대에서 사는 로키산양을 위하여 15m 높이의 인공암벽을 설치하기도 했지만, 유명한 인도네시아 타만 사파리 동물원은 동물 대부분을 자연 상태에서 방사하고 있다. 특히 호랑이, 사자, 표범 같은 극히 일부 맹수들도 철제 대문 안 깊은 곳에 인공적으로 저지대를 만들어서 탈출하지 못하게 한 자연 상태에서 생활하며, 관람객들이 관람할 수 있게 한 점 등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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