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R&D특구 자전거 투어]

엑스포과학공원 통과 구간. 자기부상열차가 일행 머리 위로 지나가고 있다.

대전의 북쪽엔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자리 잡고 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 R&D의 심장이 여기서 뛴다. 벌써 40년째다. 대덕연구단지에서 대덕연구개발특구로 도약한 2006년부터 맥박은 더 강해지고 있다. 과학기술 R&D 성과에 대한 사업화 생태계가 활발하게 조성된 덕분이다. 결과적으로 대전이 대덕특구를 품게 된 건 행운이다. 현재 인천공항에서 상용 운행을 앞둔 자기부상열차를 대전시민은 이미 2010년부터 경험하고 있다. 대덕특구 과학기술 R&D 성과물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특권이 대전시민에게 있다. 바꿔 말하면 대덕 연구기관을 가장 많이 응원하고 힘을 보태야 하는 책임이 대전시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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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대교를 건너면서 답답한 회색 도심을 벗어난다. 대덕특구 자전거 여행의 시작이다. 한파에 잔뜩 움츠렸던 과학기술의 심장에도 봄이 찾아왔다. 갑천을 따라 길게 늘어선 개나리를 벗 삼아 벚꽃이 흐드러지게 폈다. 눈이 부실 정도다. 초록이 돋아나고 개울물 부서지는 소리도 요란해 탄동천에도 생동감이 돈다.
 
대전의 벚꽃 명소, 탄동천변 화폐박물관 앞을 통과하고 있다.

다시 힘을 내 대전시민천문대에 오르기로 했다. 물론 단숨에 오르기엔 벅찬 경사다. 정상에 오르니 광활한 대덕특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아쉽지만 특구보다 더 광활한 우주를 관찰하는 일은 다음 기회에.

석유화학·신약 개발의 메카인 화학연과 풍력·태양광 시험시설이 가득 찬 에너지연을 지난다. 특구의 핵이 눈에 들어온다. 정보통신기술의 살아있는 신화를 간직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다. 정문 바로 안쪽에 설치된 ‘미디어 첨성대’가 압권이다.

ETRI ‘미디어 첨성대’.
ETRI ‘미디어 첨성대’.

전통문양 창살과 민화, 청사초롱, 훈민정음 등 다양한 콘텐츠가 수많은 LED에 의해 자체발광 한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예술이 IT기술로 화려하게 피어나면서 우리나라 IT기술 발전의 불을 밝힌다. 경북대 류재하 교수의 디지털 아트 작품이라고 한다.

연구단지에 가장 먼저 자리 잡은 표준연은 몇 년 전 담을 허물면서 대전시민과 더욱 가까워졌다. 봄꽃이 만개해 연구원 개방 행사가 열리면 뉴턴의 사과나무 직계 3대손도 만나볼 수 있을까?

대덕특구본부 자리엔 대덕테크비즈센터가 들어서 있다. 예비창업자의 꿈이 익어가는 곳이다. 도룡네거리에서 천문연으로 향하는 길은 자전거로는, 특히 초보자에겐 쉽지 않은 오르막이다. 물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시원하게 땀을 식히면서 천문연으로 진입한다. 지금으로 치면 망원경과 같은 ‘간의’(簡儀)와 ‘소간의’(小簡儀)를 비롯해 ‘적도의’(赤道儀),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석각(石刻) 평면해시계’, ‘신법지평일구’(新法地坪日晷) 등 조선시대 천문관측기구들이 즐비하게 전시돼 있다. 우수한 과학기술의 DNA가 오래 전부터 이어져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천문연이 복원한 '간의', 1434년 경북궁 내 천문대에 설치됐던 천문관측기기이다.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구즉 묵마을로 향하는 길, 안타까운 모습이 펼쳐진다. 북대전IC에서 나오면 한 눈에 들어오는 자리에 빨간 글씨로 가득한 현수막이 수없이 걸려있다. 수십 년 간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땀 흘려 온 연구원들의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대덕특구가 온전히 대전시민의 마음에 녹아들고 대전시민이 넉넉한 마음으로 대덕특구를 품을 수 있는 상생의 방안은 없을까?. 이 무거운 고민을 안고 다시 출발점을 향해 길을 잡는다.

과학의 달을 맞아 국립중앙과학관에선 각종 체험프로그램이 한창이다. 260억 원짜리 놀이터인 ‘창의나래관’은 대덕특구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 잡았다. 아이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여기서 꿈을 키운 아이들이 다시 대덕특구에서 꿈을 실현하겠지?’

글=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사진=이성희·김동직 기자

 

  정부출연연구기관 탐험 - 풍성한 견학·체험프로그램  

'과학힐링특구' 
- 즐겁게 놀고 재밌게 배우니 기쁘지 아니한가

대덕특구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다. 세계적인 이동통신기술이, 원자력 자립의 꿈이 여기서 실현됐다. 석유화학제품이 우리나라 수출 1순위에 자리매김한 원동력도 여기서 나왔다. 차세대 친환경에너지의 기초가, 우주개발의 꿈이 여기서 영글고 있다. 과학기술 각 분야 최고의 연구기반이 모두 이곳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거창하지만 그리 멀리 있진 않다. 클릭 한 번이면 꿈이 실현되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대덕특구에 모여 있는 20여 개가 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은 모두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주로 단체견학 위주로 운영되지만 개별적인 견학도 가능하다.
학생들은 체험인증도 해주는 ‘위레카’ 프로그램(wereka.science.go.kr)을 참고해 볼만 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ETRI 홍보관은 모두 26가지 테마로 구성돼 있다. 실감형 학습시스템, 가상 아쿠아리움, LTE-어드벤스드, 차세대 투명 디스플레이, 차세대 지상파 DMB 시스템 등 ICT 기술의 미래를 먼저 만날 수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생명공학의 역사부터 응용분야까지 바이오 기술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세포·염색체·DNA 등 생명의 신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전자현미경으로 생명의 신비가 빚어내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과학의 기초는 ‘표준’이다. 모든 것이 가장 정확한 곳, KRISS에선 각종 표준기 모형과 관련 연구개발 성과물을 관람할 수 있다. 측정기술을 체험하고 진짜 ‘뉴턴의 사과나무’도 볼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KASI)
은하수홀 전시관에서 천문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만날 수 있다. 국제GPS기준점과 선조의 지혜가 담긴 고(古)천문기기가 전시돼 있고 태양흑점망원경을 통해 태양의 흑점을 관찰할 수 있다.

 

한국기계연구원(KIMM)
모든 산업의 기본인 기계에 관한 모든 것이 이곳에 있다. 연구원 홍보관에서 기계의 역사를 관람할 수 있다. 대한민국 자기부상열차의 원조가 이곳에 있지만 6월 말까진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한국화학연구원(KRICT)
친환경 그린화학 공정, 화학소재, 신약, 융합화학 연구 분야에 대한 연구 성과들을 만날 수 있다. 연구원 특강을 통해 화학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우주를 향한 꿈의 상징, 인공위성과 항공기, 로켓모형 등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다. 인공위성 발사환경 시험실과 위성체 조립실 등 나로호가 만들어진 곳을 직접 볼 수도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연구 방향을 읽을 수 있다. 매주 수요일은 OPEN DAY로 개인이나 소그룹(15인 이하)을 위한 견학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지질박물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별도의 지질박물관을 운영한다. 관람하면서 태초 지구의 신비를 풀어나가게 된다. 자연사박물관과 비슷하지만 보다 전문적인 탐구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방대한 과학기술 지식들이 원활하게 흐를 수 있도록 돕는 슈퍼컴퓨터와 과학기술연구망이 구축된 곳이다. 홍보영상을 시청한 뒤 슈퍼컴퓨터 4호기를 직접 볼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국내 유일의 연구용원자로 ‘하나로’와 함께 하나로를 통해 얻은 중성자와 방사성동위원소를 활용한 연구를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성인만 가능하다. 청소년은 홍보관을 이용하면 된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말 그대로 초대형 R&D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기관이다. 기초연이 보유하고 있는 초고압 투과 전자현미경 등 4대 대형장비의 기능을 이해할 수 있다. 비디오 현미경을 통한 체험도 가능하다.

한국한의학연구원(KIOM)
한의학을 보다 쉽고 친근하게 배울 수 있는 한의과학관과 선사시대의 침, 최대 의학서적 의방유취 등 한의학과 관련한 유물을 보고 느낄 수 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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