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포크음악으로 물든 미국

가진것 없는 배고픈 뮤지션 르윈

음악적 성공과 현실서 방황하던 중

뜻밖의 오디션 기회가 찾아오는데

미국의 1950년대와 60년대 초반에 ‘비트’라 불리는 세대가 있었다. 그들은 기계화, 산업화되는 현대사회를 부정하고 과격한 반항적 운동을 일으켰다. 당시의 음악계는 여러 장르가 복합적으로 붐을 일으켰지만 대부분 록과 포크가 대세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인물이, 바로 밥 딜런이다. 그 이전에도 포크는 단순한 리듬과 음률에 실리는 시적이면서도 현실에 맞닿은 가사로 인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밥 딜런의 등장은 포크음악의 혁명과 세대교체를 의미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밥 딜런, 하지만 그 이전의 세대는 과연 어떠했을까.

뉴욕의 겨울, 얇은 재킷과 목도리로 차가운 바람을 견디며 매일 친구의 집을 전전하는 르윈 데이비스는 듀엣으로 음악활동을 하던 동료를 잃고 홀로 음반을 낸 무명 포크 가수이다. 마지막까지 그는 음악을 하려 하지만 주변 상황은 점점 어려워지기만 하고, 자신의 꿈을 버려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던 찰나, 포크 가수라면 누구나 꿈 꿀 ‘뿔의 문’에 들어갈 수 있는 오디션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는다.

르윈 데이비스가 극 중에서 부르는 ‘행 미, 오 행미(Hang me, O Hang me)’의 원곡자 데이브 반 롱크는 르윈 데이비스의 실제 모델이다. 그의 자서전을 읽은 코엔 형제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미국의 60년대 초반 ‘비트’ 세대의 포크와 음악인들의 활동을 다루고자 했다. 특히 영화의 앞과 뒤를 장식하는 ‘카페 뒷골목에서 누군가에게 한 대 맞는 음악인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 장면은 르윈을 때리고 가버리는 중년 남자로 인해 비현실적인 느낌이 강해지며, 남자의 모습이 고양이의 걷는 뒷모습으로 치환되는 코엔 형제의 특기, 이른바 매치 컷이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다.

이 몽환적인 분위기는 극 중 내내 계속된다. 이는 아마도 안개처럼 부연 화면들 때문일 것이다. 그 화면들은 우리에게 예전 60년대 초반의 포크의 시대로 이끄는 역할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모든 것이 꿈과 같다는 인상을 준다. 우리의 삶이 꿈과 같던 시절, 추억으로 돌이켜보면 아름답지만 그 내면은 엉망진창이다. 아름다운 영상에 비참한 삶을 담는다. 그것은 간결하고 서정적인 선율에 동시대인들의 암울함을 자조적으로 읊던 르윈의 포크음악과 닮아 있다. 대전아트시네마 30일 개봉.

장승미 <프로그래머>

▲감독: 조엘 코엔, 에단 코엔 감독 ▲배우: 오스카 아이삭, 캐리 멀리건, 저스틴 팀버레이크 출연▲드라마 ▲미국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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