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一積十鉅無匱化三(일적십거무궤화삼)’에 대해 보자. 이것을 직역하면 ‘1에서부터 쌓아 10으로까지 커져 다함이 없으면 3으로 변화한다’는 뜻이다. 이 구절에서는 천지조화를 실행할 능력을 갖춘 단계를 수리로써 설명하고 있다. 1은 수의 시작이고 10은 수의 끝이다. 수는 10이 넘으면 다시 1로 돌아온다. 우주조화는 10수 속에서 이루어진다. 1에서 10까지를 더하면 55수가 되니, 55수를 「계사전(繫辭傳)」에서는 ‘천지의 수[天地之數]’라 하고, 또 ‘변화(變化)를 이루며 귀신(鬼神)을 부리는 바이다.[所以成變化而行鬼神也]’라고 말한 것이다. 10수 중 1, 3, 5, 7, 9는 양수이고 2, 4, 6, 8, 10은 음수이다. 양수와 음수가 다양한 패턴으로 조합되면 갖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신묘한 작용이 벌어진다. 「계사전」에서는 음수 5개와 양수 5개가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천지조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본다.

한편, 「삼한관경본기(三韓管境本紀)」에는 “1로 쌓음[一積]에 음이 성립하고, 10으로 커짐[十鉅]에 양이 만들어지고, 쉼이 없음[無匱]에 충(衷)이 생긴다.[一積而陰立 十鉅而陽作 無匱而衷生焉]”라는 말이 있다. 즉 시작하는 1은 음이 되고 커진 10은 양이 되는데, 음과 양의 작용이 쉼 없으면 속 알맹이[衷]가 나온 다는 뜻이다. 이 말에 의거하여 ‘一積十鉅無匱化三(일적십거무궤화삼)’의 뜻을 요약하여 풀어보면, 음과 양이 만들어진 다음 이것의 교합활동이 끝없이 진행됨으로써 천지의 알맹이, 즉 인간이 탄생되어 3을 이룸을 말한다. ‘천극(天極)’과 ‘지극(地極)’, 그리고 ‘인극(人極)’의 ‘삼극’은 이렇게 하여 정립된 것이다. 삼일사상(三一思想)에서 볼 때, 만물 중에 천지의 알맹이를 가장 잘 소유한 것은 인간이다.

그런데 여기서의 ‘삼극’은 음과 양이 쉼 없이 결합함으로써 나온 것으로 실질적인 조화작용을 펼칠 수 있는 ‘삼극’이다. 여기서의 3은 ‘하나’에서 막 분화된 단계의 그 ‘삼극’이 아니다. 여기서의 3은 수리로 볼 때, 1에서 10까지의 수가 결합함으로써 재탄생된 3으로, 이것은 단순히 우주의 핵심구성 요소를 상징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조화작용을 펼 능력을 가진 ‘삼극’의 3이다. 한편, 「삼한관경본기」에서는 천지와 사람을 물과 불, 그리고 나무로 비유하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물은 하늘을 본뜨고 불은 땅을 본떴으며 나무는 사람을 본뜬 것이다. 무릇 나무는 땅에 뿌리를 두고 하늘을 향해 뻗었으니, 이는 사람이 땅을 밟고 선 다음 몸이 위로 뻗어 하늘을 대신하는 것이다.[水以象天 火以象地 木以象人 夫木者 柢地而出乎天 亦始人立地而出 能代天也]”라 했다.

즉 물과 불이 있은 이후에 나무가 나와 천지에 생기를 퍼뜨리는 것처럼 천지가 있은 이후에 사람이 나와 ‘삼극’을 이루어 천지조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一積十鉅無匱化三(일적십거무궤화삼)’은 음양의 교합을 통하여 천지조화를 현실에서 펼칠 수 있는 ‘삼극’이 출현하는 과정을 수리로써 밝힌 말이라 하겠다.

다음 ‘天二三地二三人二三(천이삼지이삼인이삼)’에 대해 보자. 직역하면 ‘천이(天二)의 삼이요 지이(地二)의 삼이요 인이(人二)의 삼이라’이다. 이는 앞 구절의 ‘一積十鉅無匱化三(일적십거무궤화삼)’을 이어서 나온 말이다. 즉 현실에서 실질적인 조화작용을 할 수 있는 ‘삼극’이 되었음을 뜻한다. 그래서 이 두 구절의 글은 현실적 차원에서 조화를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단계를 표현한 말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天二三地二三人二三(천이삼지이삼인이삼)’의 구절에서의 천과 지와 인에 각각 2를 더하여 ‘천이(天二)’, ‘지이(地二)’, ‘인이(人二)’라 한 것이다. 여기서의 2는 2차 공정을 말한다. 앞의 ‘天一一地一二人一三(천일일지일이인일삼)’의 구절은 조화의 주체가 되기 위해 자기를 숙성시키는 1차적 단계라면, 이 구절은 숙성이 끝나 우주조화를 실행할 자격과 준비를 모두 갖춤을 뜻한다.

그리고 ‘천이(天二)’, ‘지이(地二)’, ‘인이(人二)’에 모두 ‘삼’자를 더하여 ‘天二三(천이삼)’, ‘地二三(지이삼)’, ‘人二三(인이삼)’이라 한 것은 천지인의 ‘삼극’이 모두 천지인 ‘삼극’을 갖추었음을 뜻한다. ‘천극’이 오직 ‘천극’만 가지면 현실에서 조화 가능한 자로서의 ‘천극’은 되지 못한다. 반드시 ‘지극’과 ‘인극’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만 ‘천극’이 다양성과 역동성을 확보하여 ‘천극’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 나머지 ‘지극’과 ‘인극’도 마찬가지이다. 한 가지만 가진 단순구조로 된 개체는 존재만 할 뿐 실질적인 조화작용을 펼칠 수 없다.

‘天二三地二三人二三(천이삼지이삼인이삼)’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삼극’이 각각 ‘삼극’을 갖추어 천지조화를 펼칠 준비를 완전히 갖춘 단계를 표현한 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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