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과 사마의의 두뇌싸움④

사마의를 만나고 돌아온 사자는 곧 바로 공명의 장막으로 직행했다. 그리고 위진에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일을 공명에게 설명했다. 공명은 사자의 보고를 받고나서 군복으로 갈아입고 칼 차고 활까지 매고 천지신명께 기도를 드렸다. 반나절이란 긴 시간을 장막 안에서 홀로 기도하던 공명이 제장을 부른 것은 정오가 가까워서다. 그는 제장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영을 내렸다.

먼저 왕평과 장의를 불러 밀계를 주고 다시 마충과 마대를 불러 귀엣말로 명하고, 마지막으로 위연에게 밀계를 주어 보냈다.
장수들이 명을 받고 각기 맡은 곳으로 떠나자, 공명은 스스로 수십 기를 거느리고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가 모든 군사들을 지휘통제 했다.
한편 사마의는 정문의 글을 보고 두 아들을 불러 촉진을 겁박하라 이르니 사마사가 간하기를
“아버님답지 않으신 결정입니다. 어떻게 한 조각 종이쪽지를 믿고 위험을 자초하시려 하십니까? 만약 불미스런 일이라도 생기면 어찌하시렵니까? 상대는 공명입니다. 따로 장수를 보내 낌새를 살피시고 아버님께서 돕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 너희 의견을 따르마. 곧 진랑에게 일러 1만군을 거느리고 촉진를 겁박하게 하라. 나는 본부군을 거느리고 접응하겠다.”
명을 내리니 이날 밤 싸움의 주도권이 장자 사마사에게 돌아갔다. 초경쯤에 하늘은 맑고 달은 휘영청 밝았다. 바람도 불지 않고 교교한 밤이었다. 그런데 2경이 조금 지나자 갑자기 음산한 음풍이 불더니, 한기를 품은 구름장이 사면에서 일어나면서, 청천이 검은 기운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군사들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나 식별할 수가 없다. 이런 고약한 징조가 나타나자 사마의는 중얼거리기를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하늘이 나를 성공하게 꾸미는구나!’

크게 기뻐하며 군사들은 입을 굳게 다물게 하고 말은 재갈을 물려 소리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진랑이 전위에서 1만군을 이끌고 촉진으로 쇄도했다. 그런데 촉진은 텅텅 비어있었다. 진랑은 비로소 공명의 계교에 떨어진 것을 알게 되자 급하게 군사를 향하여 소리치기를
“함정이다. 군사들은 급히 퇴각하라!”

명령이 이행되기도 전에 사면에서 횃불이 올라오면서 함성이 산천을 뒤흔들었다. 좌편에는 왕평, 장의가 우편에는 마대, 마충이 군사를 거느리고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진랑은 사력을 다하여 싸웠으나 달아날 혈로를 찾지 못했다. 사마의가 뒤에서 따르다 보니 촉진에 화광이 충천하고 함성이 크게 일자, 군사를 재촉하여 촉진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사마의가 더 가까이 가서 바라보니, 하늘도 태울 것 같은 화염이 충천한 가운데 포성이 터지자, 함성과 고각소리가 산천을 흔들며 촉군이 쏟아져 나왔다. 좌에는 위연이 우에는 강유가 말을 타고 자랑하는 무기를 흔들며 나타나 위군을 협격했다. 실로 위군은 찍소리도 제대로 못하고 대패했다. 십에 팔구는 죽고 상했다. 이런 난전 중에서 진랑은 힘도 써 보지 못하고 화살에 맞아 죽었다. 이로써 진짜 진랑과 가짜 진랑이 다 죽은 셈이 되었다. 사마의는 정작 싸워 보지도 못하고 바라보기만 하다가 패하고 말았다. 자기가 쓴 계교를 공명이 역이용하여 당했다는 뼈아픈 현실을 그때서야 깨달았다.

‘어휴~ 죽일 수도 살려 둘 수도 없는 놈!’
사마의는 어금니를 깨물고 마음속으로 개탄하며 패잔병을 수습하여 본진으로 돌아왔다. 장자 사마사의 의견을 중시한 때문에 목숨을 보존한 것이다.
사마의가 돌아와 3경이 조금 지나자 하늘은 초경 때와 같이 맑아졌다. 위군들은 맑게 갠 하늘과 휘영청 밝은 달을 바라보며 저마다 중얼거리기를
‘제갈공명이 요술을 부려서 검은 구름을 일으킨 거야.’

‘공명은 둔갑술을 쓴다. 저번에는 팔진법으로 우리를 괴롭히더니 이번에도 요술을 부렸어. 우리 도독은 제갈공명을 당할 수 없어. 귀신도 홀릴 놈이 제갈공명이야. 절대로 사마의는 제갈공명을 당할 수 없어.’
위병은 이렇게 귀신타령을 하니 사마의는 더욱 더 기세가 꺾이고 전의가 상실 되었다. 사마의의 고민은 이런 군사들의 사기저하가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었다. 다들 풀이 죽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대장부 사마의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공명은 산꼭대기에서 완전한 승리를 확인하고 쇠를 울려 군사를 거두었다. 이번 싸움에서 기후 변화가 일어난 것은 믿거나 말거나, 공명이 육정육갑이란 술수를 써서 먹구름을 일으켰다는 기록을 따랐음을 독자 여러분은 이해하시기 바란다. 이는 앞으로 전개될 공명의 몇 가지 술수를 더 써 먹기 위하여 부득불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진실도 이 기회에 밝히는 바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과학의 힘으로 인공강우가 가능한 세상이다. 과거에는 도가 깊은 선인들은 도술을 통하여, 자연의 조화를 응용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바이다.
공명은 크게 승리하고 본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제일 먼저 옥사장에 명하여 위국에서 거짓 투항한 정문을 데려오게 하여 명하기를
“저놈을 참하라!”
정문을 장계취계로 다 써 먹고 헌신 버리듯 정리해 버렸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