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성사란 하늘에 있구나!②

사마사는 아비 사마의의 말에 감복하였다.
“아버님의 고견을 듣자오니 소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저도 명일 전투준비를 위하여 가겠습니다.”
사마사가 나가자 사마의는 장호와 악침을 불러 명하기를
“너희 둘은 5천 병마로 본부군의 뒤를 서서히 따르다가 때가 되면 구응하라.”
이때 공명은 산위에서 위병의 동태를 살펴보니 대오가 구구하고 분분하였다. 혹 1~2천이 1군이 되기도 하고 4~5천이 1군이 되기도 하여, 수많은 군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기산 대채를 취하려고 다가오는 것이다.

공명은 위병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급히 밀령을 내려 신속하게 전하기를
“만약 사마의가 친히 기산으로 오거든 너희들은 급히 위 본영을 습격하여 위남을 탈취하라.”
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밀령을 전해 받은 촉장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때, 위병이 각본대로 기산 대채로 몰려갔다. 촉병들은 허장성세(虛張聲勢)로 사면에서 일제히 고함치며 구원하는 척하였다. 사마의는 촉병들이 기산을 구원하는 것을 확인하고 갑자기 두 아들과 함께 중군 전체를 빼내어, 호로곡으로 급하게 쳐들어갔다. 위연이 호로곡 어귀에 있다가 사마의를 발견하고 달려들며 소리치기를
“이놈 사마의야! 오늘이 너 죽을 날이다. 어서 오너라.”

칼을 춤추며 쫓아가자 사마의도 창을 비껴들어 상대했다. 그러나 위연이 3합을 채 다투어보지 아니 하고 말머리를 급히 돌려 달아났다. 사마의는 깊은 생각 없이 그저 쫓기는 위연을 목표로 쫓아갔다. 하지만 한 번 쫓긴 위연은 싸울 생각은 아니하고 칠성기가 나부끼는 곳만 바라보며 달아났다. 사마의는 촉군은 겨우 장수 하나에 따르는 군사도 소수인지라 안심하고 뒤를 쫓으며 외치기를
“촉군은 소수 병력이다. 여기 공명도 있다. 분발하여 잡아 족쳐라!”

사마사는 좌편에 사마소는 우편에서 아비 사마의를 옹위하며 위연을 쫓았다. 위연은 수적으로 너무 왜소한 5백 군마라 기를 쓰고 골짜기를 파고들며 달아났다. 사마의는 골 어귀 까지 쫓아가서 이젠 군사를 보내 골 안을 샅샅이 탐색하라 명했다. 그러자 탐색조가 골 안을 들어가 보고 금방 돌아와 보고하기를
“골짜기 속에는 복병의 흔적이 없고 규모가 큰 초막 하나가 있을 뿐입니다.”
“규모가 큰 초막이라 했느냐?”
“예 도독, 아주 규모가 큰 초막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초막이 아니라 양식을 쌓아 이엉을 올린 것일 것이다.”
사마의는 스스로의 지혜를 믿고 그렇게 단정해 버리고 곧 군마를 모두 몰고 산골짜기로 들어갔다. 사마의가 한참 가다가 앞을 바라보니 과연 초막이 드러났다. 초막 위에는 마른 섶이 쌓여 있으나 위연의 흔적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사마의는 이제야 더럭 의심이 났다. 등골이 오싹함을 느끼며 두 아들을 돌아보며 말하기를
“만약 촉병이 우리가 돌아갈 산골 어귀를 끊는다면 어찌한단 말이냐?”

“아버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버님의 판단이 잘못 될 리 없습니다.”
“사마사야, 내가 공명의 꾀에 속지 않으려고 그리 조심했건만 결국 속고 말았구나!”
사마의가 두 아들을 바라보며 탄식할 때, 고함소리가 호로곡을 뒤흔들며 산 위에서 촉병이 쏟아져 나오고 골 어구에는 불이 붙었다. 사마의가 걱정한 대로 사건이 전개되었다.
“아앗! 위험하다. 퇴각이다. 물러가자!”

사마의는 명령을 내렸지만 도망할 길은 모두 불이 훨훨 타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산 위에는 위병을 향하여 화살이 비오듯 쏟아졌다. 양식을 쌓아 둔 줄 믿고 있던 초막 안에서는 지뢰가 폭발하면서 마른 섶에 불이 붙었다.
“우우 웅웅웅~”

마른 섶에 불이 붙자 화염이 울부짖으며 호로곡을 집어 삼킬 듯 타올랐다. 사마의는 간담이 찢어지는 통증을 느끼며, 불을 피해 호로곡을 빠져나갈 궁리를 해 보지만, 어떠한 방도도 생각나지 않았다. 온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수족이 오그라질 것만 같았다. 너무너무 다리가 떨려 일단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두 아들을 껴안고 통곡하며 말하기를
“애들아! 우리 3부자가 호로곡에서 불귀신에게 잡혀 먹힐 줄 몰랐구나!”

불길 속에 휩싸여 울부짖는 사마의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절망하여 기절 직전이 되었다. 이런 아버지를 바라보며 장자 사마사가 울부짖기를
“아버님! 절망하지 마십시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습니다. 하늘이 우리들을 낼 때 이렇게 불에 태워 죽이려고 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으흐흑”
사마사의 애간장이 타는 울부짖음을 듣고 있던 사마소가 갑자기 하늘을 우러러 미친 사람처럼 신들린 사람처럼 외치기 시작했다.
“하늘아! 하늘아! 우리를 살려라! 불에 태워 죽이려면 왜 이 땅에 태어나 위국 대장을 시켰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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