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水仙花)란 이름은 습기가 있는 곳에서 잘 자라고 물을 아주 좋아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수선화는 꽃받침과 꽃잎 안쪽에 꽃송이 하나가 더 얹혀 있다. 6장의 꽃잎이 은(銀) 접시와 같고 가운데에 있는 나팔모양의 노란꽃은 금(金) 잔盞)과 비슷하다. 그래서 금잔은대(金盞銀臺) 또는 금잔옥대, 눈 속에 핀다하여 설중화(雪中花), 지선(地仙)으로 부르기도 한다.

안덕균 교수의 한국본초도감 자료에 의하면 수선화의 뿌리와 꽃을 약재로 사용한다. 뿌리를 종기에 짓찧어 붙이면 효과가 있고, 목에 걸린 생선가시를 녹인다. 꽃은 여성의 번열증(煩熱症)을 해소시킨다.

민간요법으로 관절염이나 신경통, 유선염 등에 수선화의 비늘줄기를 강판에 갈아서 밀가루 반죽을 해서 환부에 바르면 효과가 있다. 또한 생즙을 발라 악창을 치료했고, 백일해, 천식, 구토(嘔吐) 등에 사용했다.

이른 봄이나 동절기에 우리나라에서 꽃을 볼 수 있는 풀은 수선화고 나무는 동백이라고 한다. 제주(濟州)지방은 이 수선화가 자생하며 1~4월에 꽃이 많이 핀다. 꽃이 필 때면 아름답고 청초한 모양과 그윽한 향기가 일품이어서 선비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눈이 내리는 계절에도 추위에 아랑곳 않고 눈 속에서 꽃을 피우는 수선화를 보고 감탄했던 것 같다. 추사(秋史) 김정희 선생도 제주도에 유배됐을 때 아름다운 수선화의 자태를 보고 시(詩)를 지었다고 전한다.

수선화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키소스라는 아름다운 청년이 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하여 물속에 빠져 죽은 그 자리에서 핀 꽃이라는 전설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오는 식물이다. 그래서 수선화를 나르시즘의 꽃이라고도 한다.

외국이라기보다는 남해(南海) 어느 작은 섬에 잠시 들른 기분이다. 우리의 옛 경상도 땅이었던 대마도, 와보고 싶었던 곳이지만 막상 와보니 척박한 곳이다. 그래서 선조들이 이곳을 포기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옛날, 사람들이 살기엔 참 어려웠을 곳이란 생각이 드는 곳이다.

같은 꽃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르고, 같은 사람도 보는 때에 따라 다르다는 누구의 글이 생각난다. 비석 앞에서 우연히 만난 수선화 몇 포기가 여행하는 내내 세월을 거슬러 생각케한다. 지금은 이곳이 아름다운 관광지이겠지만 옹주(翁主)에게 지난 세월은 자신을 놓아버릴 정도로 힘든 삶 터였을 것이다. 부두를 떠나오며 대마도의 산 너머 저편에 누군가를 두고 온 허전한 기분이다.

<대전광역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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