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 배수진을 치다.①

사마소가 조모의 명을 유예하고 어찌 행동할지 망설였다. 형 사마사가 없으니 조신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망설이고 있었다. 그 때 종회가 와서 사마소에게 말하였다.
“사마사 대장군께서 돌아가시어 인심이 흉흉한데 장군께서 여기 오래 머물러 계신다면 조정에 변이 생길 경우 그때는 후회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요. 그대 말이 진정 나에게 약이 되었소.”
사마소는 짧게 말하고 곧 군사를 이끌고 낙수 남쪽에 둔병했다. 조모는 사마소가 명을 어기자 깜짝 놀라 태위 왕숙을 불러 묻자 왕숙이 고하기를

“사마소가 그 형의 대권을 장악했으니 폐하께서는 작을 봉하시고 그의 마음을 안돈시키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조모는 왕숙의 진언을 받아들여 왕숙을 보내 사마소에게 대장군에 상서사를 삼는다는 조칙을 전했다. 사마소는 잠시 오해했던 일을 잊고 입조하여 절차를 마치고 위국의 대권을 손아귀에 넣었다.
서촉의 세작이 이 일을 성도의 강유에게 보내니 강유가 후주를 찾아보고 아뢰기를
“사마사가 죽고 대권이 사마소에게 들어갔으니 사마소는 잠시도 낙양을 떠나지 못할 것입니다. 이 틈을 타서 중원으로 나아가 우리의 숙원을 이루고자 합니다.”

“짐은 경을 믿으니 좋은 소식을 가져오시오.”
강유는 쉽게 윤허를 얻어 한중으로 나가 인마를 정돈하자 대장군 장익이 간하기를
“촉지는 척박하여 전량이 부족하니 원정을 하는 것은 무립니다. 험한 곳에 처해 있으니 분수를 알고 군사를 무휼하며 백성을 아끼는 것이 최선의 보국입니다.”
“장 대장군께서는 잘못 알고 계시오. 제갈승상께서 남양모옥(南陽茅屋)를 나오시기 이전에 삼분천하를 작정하신 일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비록 우리나라가 부유하지 못하나 승상께서는 6출기산하시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중도에 돌아가셨습니다. 지금 강유는 승상의 유명을 받들었으니, 마땅히 진충보국(盡忠報國)하여 그 유지를 받들어야 당연한 것입니다. 비록 이 몸이 죽는다 해도 이 길을 가다 죽으면 한이 없을 것입니다. 이제 위국이 틈이 생겼으니 이때를 놓치면 언제 그 기회가 오겠습니까?”

하후패가 곁에서 듣고 있더니 말하기를
“장군의 말씀이 옳습니다. 경기를 몰아 먼저 포한으로 나가서 조서와 남안을 얻는다면 모든 고을을 점령할 수 있습니다. 그리되면 부족한 전량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에 장익이 다시 말하기를
“지난번에 이기지 못하고 돌아온 것은 군사의 출병이 더딘데 기인한 것이었습니다. 병법에 적의 방비가 없을 때 치라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불이 일 듯 빠르게 진출하여 위병의 허를 찌른다면 전승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소. 이번 싸움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나갈 것이오.”
강유는 곧 백만 대군을 이끌고 포한을 향하여 출발했다. 큰 군대가 조수에 이르자 위국 세작들이 옹주자사 왕경과 부장군 진태에게 고하자 왕경은 마보병 7만 명으로 촉군과 대치했다.
강유는 장익과 하후패에게 밀계를 주자 이들은 계교를 받아가지고 임지로 떠나갔다. 강유는 두 장수를 보내고 친히 대군을 이끌고 조수를 등지고 배수의 진을 쳤다.
왕경이 세 아장을 데리고 나와 강유에게 따져 묻기를

“위·오·촉 삼국이 정족지세를 이루고 안정되었는데 어찌 촉국은 평화를 해치고 침략을 일삼는 것이냐?”
“내 말 잘 들어라! 사마사가 까닭 없이 임금을 갈아 치우니 이웃 나라의 도리로 이를 문죄코자 왔다. 그리고 위국은 우리와는 원수의 나라이다.”
왕경은 장명, 화영, 유달, 주방 네 장수를 돌아보며 말하기를
“촉병이 배수진을 쳤다. 이는 패하면 모두 물에 빠져 죽을 것이다. 강유는 효용이 절륜한 장수다. 너희 네 장수가 힘을 합쳐 나가 싸워 보라! 저들이 만약 물러간다면 당연히 추격하여 잡아야 한다.”

네 장수가 대답하고 좌우편으로 군사를 나누어 나아가 강유에게 싸움을 청했다. 강유는 이들과 건성으로 싸우는 체하다가 싸운 지 수합에 문득 말머리를 돌려 배수진 친 곳으로 달아났다. 왕경이 이런 강유를 보자 급히 군사를 몰아 일제히 강유의 뒤를 쫓았다. 강유는 군사를 이끌고 조수 서쪽을 바라보고 달아났다. 달아나다 보니 이제 강물이 코앞에 있다. 강유는 큰 소리를 내어 외치기를

“이대로 쫓기면 우리는 물에 빠져 죽는다. 이렇게 급하게 되었는데 너희들은 어찌하여 분발하지 않느냐?”
강유의 외침에 모든 장수들이 일제히 위병을 향하여 돌진하자 위병은 크게 패하여 달아났다. 이때 장익과 하후패가 위병의 등 뒤에서 나타나 두 길로 협공했다. 위병은 별도의 방도도 없이 완전히 포위되고 말았다. 강유는 그런 위군 속으로 말을 몰고 들어가 창과 칼을 휘두르며 좌충우돌하니, 위병은 질서를 잃고 서로가 짓밟고 쓰러지고 밟히어죽었다. 조수 물에 빠진 자와 싸우다 죽은 자가 수를 헤아리기 어렵게 많았다. 위병의 시체는 십리에 뻗어있고 수급을 벤 것이 1만 개가 넘었다. 왕경이 혈로를 열고나오니 패잔병 백여 명이 뒤를 따랐다. 왕경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적도성으로 달아나 성문을 굳게 닫고 나오지 않았다.
강유는 승리를 거두고 전군을 호궤한 뒤 적도성을 공격하려하자 장익이 간하기를

“장군께서 이미 공적을 세우셨고 위엄과 명성이 진동하니 그만 전쟁을 마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제 또 전쟁을 하여 마음과 같이 되지 못하면 화사첨족(畵蛇添足)하는 격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아니하오. 지난번에 실패했던 것은 중원을 취하여 천하를 종횡하자는 것이었소. 이번 조수의 한 싸움은 위병들의 간담을 찢어 놓았소. 이제 적도성을 취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울 것이오. 스스로 의지를 꺾지 말고 강하게 하시오.”
“장군, 제발 여기서 멈추었다가 한 템포 늦추어서 다시 도모하십시오.”
장익이 재삼재사 공격을 멈추라고 간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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