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권리 침해할 우려 있어, 허용되지 않는 피의 사실 공표

우리 현행 법체제하에서 수사기관에 의한 공판 청구 전 피의사실 공표행위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이루어지는 피의사실공표행위는 공권력에 의해 밝혀진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일반 국민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일 것이라는 강한 신뢰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하여 피의자나 피해자 나아가 그 주변 인물들의 명예나 프라이버시 등에 대한 치명적인 피해를 가할 수 있으며, 또한 기소 전에 이루어지는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는 형사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에게 불리한 예단을 형성하게 하여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하여 형사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형법 제126조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하여 수사기관에 의한 피의사실 공표행위를 형법상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198조는 검사, 사법경찰관리 기타 직무상 수사에 관계있는 자는 비밀을 엄수하며 피의자 또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로 인한 위험성을 사전에 예방하고 있다. 한편 일반 국민들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제반 범죄에 관해 알권리를 가지고 있어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는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는 일환이라고 할 수 있고, 수사기관으로서도 범죄로부터 국민들의 생명, 신체,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한 경우 등 예외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할 필요성이 있을 수 있다. 그리하여 우리 대법원은 수사기관에 의한 피의사실공표는 원칙적으로 일반 국민들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관하여 객관적이고도 충분한 증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실 발표에 한정되어야 하고, 이를 발표함에 있어서도 정당한 목적 하에 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에 의하여 공식 절차에 따라 행하여야 하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여 유죄를 속단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추측 또는 예단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을 피하여야 한다고 하고,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행위가 민사상 불법행위로서 위법한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공표된 피의사실의 객관성 및 정확성, 공표의 절차와 형식, 그 표현 방법, 피의사실의 공표로 인하여 생기는 피침해이익의 성질,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야 한다고 판시한바 있다. 아울러 우리 대법원은 피의사실공표와 관련한 언론기관의 책임과 관련하여서도 보도의 내용이 수사기관이나 감사기관에 의하여 조사가 진행중인 사실에 관한 것일 경우, 일반 독자들로서는 보도된 비위혐의사실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별다른 방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언론기관이 가지는 권위와 그에 대한 신뢰에 기하여 보도내용을 그대로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고, 신문보도가 가지는 광범위하고도 신속한 전파력 등으로 인하여 그 보도내용의 진실 여하를 불문하고 그러한 보도 자체만으로 피조사자로 거론된 자나 그 주변 인물들이 입게 되는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조사혐의사실을 보도하는 언론기관으로서는 그 보도에 앞서 혐의사실의 진실성을 뒷받침할 적절하고도 충분한 취재를 하여야 하고, 기사의 작성 및 보도시에도 당해 기사가 주는 전체적인 인상으로 인하여 일반 독자들이 사실을 오해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그 내용이나 표현방법 등에 대하여도 주의를 하여야 하는바, 만약 이러한 주의의무를 충분히 다하지 않았다면 설사 그 보도의 목적이 타인의 비위사실의 보도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 보도내용 중에 타인의 비위가 있는 것으로 의심할 만한 사실이 적시되어 있고, 그것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이상 언론매체로서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한바 있다. 피의사실공표와 관련하여 검찰 및 경찰 등 수사기관 그리고 사회의 공기인 언론은 법원이 설정한 위와 같은 기준을 항상 유념하면서 피의자 더 나아가서 일반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법치주의 대한민국의 국격이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영역인 것이다. 변호사 문 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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