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 사마소의 복통을 앓게 하다.②

다음날 사마소는 조정에서 촉국 정벌을 의논하니 전장군 등돈이 간하기를
“강유는 여러 차례 중원을 쳐들어와 우리의 피해가 막심합니다. 지금 방어하기에도 힘이 부친 판국에 촉국을 취하려 하십니까? 촉국은 아시다시피 심산궁곡 험난한 곳으로 깊이 쳐들어가면 잇속이 없고 화만 자초하게 될 것입니다.”
“전장군은 그게 무슨 망발인가? 내가 인의의 군사를 일으켜 무도지주(無道之主)를 치려하는데 네 어찌 감히 속된 입을 놀리느냐? 이 자의 목을 베어라!”

무사들이 등돈의 등을 떠밀어 밖에 나가 목을 베어 수급을 사마소 앞에 바치니 떨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사마소는 등돈의 수급으로 제장들에게 엄포를 주고 말하기를
“내가 동쪽을 정벌한 이래 군사를 쉬게 한 지 6년이 되었다. 군사를 조련시키고 군수장비를 수리하고 군수물자를 저축하여 오·촉을 정벌하는데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먼저 서촉을 평정하고 순류를 따라 수륙 양로로 병진하여 동오를 병탄한다면, 이는 괵(虢)을 멸하고 우(虞)를 취하는 방식이다. 내 계산으로는 서촉은 성도에 8~9만 변방에 5~6만 강유가 둔병하는 군사가 6~7만에 불과하다. 내가 이미 등애에게 명하여 관외 농우의 군사 10만 명을 이끌고 강유를 붙잡아 매어 다시는 동편의 일을 생각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종회에게 관중 정병 2~30만을 거느리고 낙곡으로 달려가서 한중을 공략하라 명했다. 촉주 유선은 혼암한 자라 변방의 성이 파하면, 아녀자나 선비처럼 떨다가 대책을 구하지 못하고 망할 것이다.”

들은 사람들은 사마소의 식견에 탄복했다. 일일이 지명과 군사의 수를 지적하고 후주 유선의 마음까지 꿰뚫어 보고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마소의 대명으로 종회는 진서장군의 인수를 받고 군사를 크게 일으켜 서촉 정벌에 나섰다. 종회는 기밀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동오를 친다고 청주, 연주, 예주, 형주, 양주에 전함을 건조하라 명했다. 그리고 부장 당자를 등주부근의 바닷가로 보내 해선을 모아들이게 했다.
사마소는 종회의 의도를 모르고 불러 묻기를
“자네는 육로로 서촉을 취할 줄 알았는데 무슨 연고로 전함을 만드는가?”

“서촉에서 우리 군사가 진격하는 것을 알면 반드시 동오에 구원을 청할 것입니다. 그런 연고로 먼저 동오를 치는 척하여 동오가 망동하는 것을 막고 서촉을 치려고합니다. 그리하면 1년 남짓이면 족히 서촉을 파하고, 그 사이 배가 완성되면 곧 돌아서서 동오를 공격하는 것이 순서가 될 것입니다.”
“그래, 그대의 깊은 계략이 이제야 이해가 되는구먼.”
사마소는 기뻐하고 날을 가려 출전케 하니 때는 위국 경원 4년 가을 7월 3일이었다. 사마소가 종회를 성 밖까지 나가 전송하고 돌아오자 서조원 소제가 사마소를 찾아와 고하기를
“지금 주군께서 종회에게 10만 대병을 주어 서촉을 공격케 하셨습니다. 저의 소견에는 종회는 뜻이 크고 마음이 높으니 혼자 대권을 잡게 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내 어찌 그런 막중한 일을 생각해 두지 않았겠는가. 염려 말게.”
“주군께서 아신다면 어찌 직분을 나누어 맡기지 아니하셨습니까?”
“그대도 들은바와 같이 조신들이 서촉을 치는 것이 부당하다 했다. 이것은 마음속으로 강유를 두려워하여 생긴 것이다. 소위 심겁(心怯)이란 것이다. 조정의 대신들이 이러한데 억지로 싸우게 한다면 성공치 못하고 패할 것이다. 하지만 종회는 홀로 서촉을 칠 계책을 주도면밀(周到綿密)하게 오래전부터 세워왔다. 종회는 두려움이 마음속에 없기 때문이다. 마음이 두렵지 않고 강강하니 반드시 서촉을 파할 것이다. 만일 종회에 의해 서촉이 토멸된다면 촉인들의 마음과 간담이 찢어지게 아플 것이다. 또한 패한 장수는 용맹을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망국대부는 살 땅이 없어질 것이다. 만약 우리 위국이 승리한다면 병사들은 고국으로 돌아갈 일을 생각할 것이다. 그런고로 종회를 따라 타지에서 반하는 일이 없을 것이니 성공한 후의 염려를 지금 할 필요가 없다. 이 말은 나와 소제 그대만 알고 절대로 다른 곳에 옮기지 마라.”

소제는 사마소의 이론 정연한 말에 탄복하여 절하고 돌아갔다.
한편 서촉을 향해 출정한 종회는 영채를 세워서 군사를 배치하고 장대에 높이 올라 제장들을 모아 놓고 영을 내렸다. 종회를 따라 출정한 장수들은 감군 위관, 호군 호열, 대장 전속, 방회, 전장, 원정, 구건, 하후함, 왕가, 황보개, 구안 등 8여 장수였다.
“제장들은 들어라! 반드시 한 대장이 선봉이 되어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아야 할 것이다. 누가 이 중한 임무를 감당하겠는가?”
“허의가 중책을 맡겠습니다.”

종회가 바라보니 나선 장수는 범 같았던 장수 허저의 아들 허의다. 제장들이 허의를 두고 말하기를
“장군 허의가 아니면 그 중임을 맡을 사람이 없습니다. 허의만이 선봉대장으로 적임입니다.”
이에 종회가 허의를 가까이 불러 말하기를
“너는 너의 부친처럼 호체원비의 장수다. 오늘 보니 여러 장수들이 너를 신임하는 마음이 크다. 선봉대장 인을 차고 마병 5천과 보병 1천을 거느리고 한중을 취하러 나가는데, 중로군이 되어 사곡으로 나가라. 좌군은 낙곡으로 나가고 우군은 자오곡을 취하여 진출할 것이다. 이 두 길이 다 험난하고 기구한 산길이다. 먼저 도로를 만들어 길을 평평하게 하고 다리를 놓고 산을 뚫고 바위를 깨뜨려 길이 막히는 곳이 없게 하라. 만일 태만하게 하여 길이 막혀 군사가 나아가지 못한다면 군법으로 다스릴 것이다.”

“염려 마십시오. 군령장을 두고 가겠습니다.”
허의는 명을 받자마자 군사를 거느리고 앞으로 나갔다. 종회는 10만 대병을 휘동하여 허의의 뒤를 따라 밤과 낮을 가리지 아니하고 전진했다.
한편 등애도 서촉을 공격하라는 조칙을 받고 사마망을 시켜서 강인의 침범을 막게 하고, 옹주자사 제갈서, 천수태수 왕기, 농서태수 견홍, 금선태수 양흔에게 사람을 보내어 각기 본부병을 거느리고 대채로 와서 명령을 수령하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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