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가까워지고①

진나라 장수 두예는 사마염의 명을 받들어 양양땅에서 백성들과 동고동락하며, 양병에 힘썼다. 그리고 오국 정벌을 위하여 차근차근 준비했다.
이때 오국에는 유능한 장수들이 다 죽고 오왕 손호는 날이 갈수록 주색에 빠져 지냈다. 주야로 잔치를 계속 열어 만조백관이 곤드레만드레로 술 취하여 지내니, 세상물정을 알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런데다가 손호는 내시 황문랑 10인에게 규탄관이란 벼슬을 만들어 주었다. 이들은 연회를 마치면 각기 자신이 지낸 일을 자백하게 했다. 잔인한 내관은 허물이 있다고 인정된 자는 칼로 얼굴을 상처내고 눈알을 뽑아 버렸다. 이로 말미암아 오국 조정은 크게 두려워서 말을 제대로 못하는 공포시대가 연출되었다. 이 무렵 익주자사 왕준이 오를 칠 것을 상소했다.

‘오왕 손호는 나날이 황음이 자심하니 국내에 반항하는 기운이 짙습니다. 만약 손호가 죽고 어진 임금이 나오게 되면 강적이 될 것입니다. 신이 전함을 새로 지운지 이미 7년이 지났습니다. 나날이 배가 썩어 갑니다. 그리고 신의 나이도 70이 되었으니 죽을 날이 멀지 않습니다. 죽기 전에 천하를 평정해야겠습니다. 만약 이 세 가지 중에 한 가지라도 어긋나는 날에는 오국은 도모하기 어렵습니다. 바라 건데 폐하께서는 기회를 잃지 마십시오.’
사마염은 상소를 읽고 만조백관을 모아 상의하기를
“왕준의 상소는 전에 짐에게 상소한 양호의 상소와 일치한다. 짐은 뜻을 정했노라!”

이에 시중 왕혼이 아뢰기를
“신이 들으니 손호는 북상할 준비를 차려서 대오가 정비하고 그 성세가 웅장하다고 하였습니다. 급히 싸울 것 없이 1년 쯤 더 기다렸다가 그들이 피곤한 후에 발군한다면 쉽게 성공할 것입니다.”
사마염은 또 다시 그럴 듯하다 생각했다. 조서를 내려 군사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비서승 장화와 바둑을 두며 소일했다. 그때 시신이 두예의 상소문을 가져와 사마염이 이를 펼쳐보니

‘지난번에 고인이 된 양호가 비밀리에 신을 폐하께 천거하고, 널리 조정에 알리지 아니한 까닭에 조신들은 통일된 의논이 없습니다. 무릇 큰일을 도모하려면 이해관계를 확실하게 따져야 합니다. 만약 이번에 오국을 정벌한다면 십중팔구는 이롭고 해될 일은 없습니다. 작년부터 우리가 오를 치려는 형적은 현저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손호는 우리를 두려워하여 무창으로 도읍마저 옮겼습니다. 만약 강변의 모든 성곽이 완벽을 이루어 백성까지 옮긴다면, 들에는 약탈할 곡식이 없어서 명년에도 계획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하루 속히 오국을 도모한다는 결심을 내리소서.’

사마염이 상소문을 읽고 깊은 생각에 잠기자 장화가 바둑판을 쓸어 알을 가려 담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사마염에게 다가가 아뢰기를
“폐하께서 성무(聖務)하신 가운데 우리나라는 부하고 병력은 강해졌나이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오국은 손호가 황음무도하고 폭정을 일삼아, 탐관오리는 백성을 괴롭혀 오국 만백성이 민생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폐하의 군대로 정벌하신다면 쉬이 평정하시게 될 것입니다. 폐하께서는 의심치 마시고 결단을 내리십시오.”

“경의 말은 이해를 확실히 따져서 한 말이다. 내 다시 무엇을 의심하겠나!”
진왕 사마염은 곧 정원으로 가서 조서를 내리기를
‘진남장군 두예로 대도독을 삼는다. 10만 대군을 거느리고 강릉으로 나가라! 진동대장군 낭야왕 사마주는 제주로 나가라! 정동대장군 왕혼은 횡강으로 나가라! 건위장군 왕융은 무창으로 나가라! 평남장군 호분은 하구로 나가라! 모든 장수는 각기 군사 5만을 거느리고 두예 대도독의 지휘를 받으라!’
대진 왕 사마염은 다시 조서를 내리기를

‘용양장군 왕준과 광무장군 당빈은 수륙양군 20만 명을 전선 수 만 척에 싣고 강동으로 내려가라! 관남장군 양제는 양양에 둔병하여 제로의 인마를 절제하라!’
진왕 사마염의 조서가 한번 내려지자 모든 장병들은 일제히 군사행동을 개시했다. 이 소식을 세작이 오왕 손호에게 전해 주었다. 손호는 진국에서 대대적인 군사행동이 강행되자, 크게 놀라 급히 승상 장제와 사도 하식, 사공 등수를 불러서, 침략군을 물리칠 계책을 묻자 먼저 장제가 아뢰기를

“오연으로 도독을 삼아 강릉으로 출병하여 적장 두예를 막고, 표기장군 손흠으로 군사를 하구로 내어 적병을 막게 하소서. 신은 곧 장수가 되어 좌장군 심영과 우장군 제갈정과 함께 10만 대군을 이끌고, 우저로 나가서 제로의 군사를 접응하겠습니다.”
“경의 의견대로 그리하시오.”
손호는 장제의 의견을 들어 장제에게 적을 막게 하고, 후궁으로 들어가 수심에 쌓여 있었다. 그때 중상시 잠혼이 아뢰기를

“폐하께서 수심이 깊으시니 어찌된 일이오니까?”
“과인은 괴롭다. 진국에서 침략해 들어오니 큰 탈이 날 모양이구나! 제로에 군사를 보내어 막으라 했다만 진장 왕준은 수만 병사를 이끌고, 전선을 강물에 띄워 순류를 타고 내려오는데, 그 기세가 대단하다 하니 어찌 마음이 편하겠느냐?”
“전하, 신이 한 계교로 왕준의 전선을 콩가루가 되게 만들어 보겠습니다.”
“어떤 계교가 있느냐?”

“우리 강남에는 쇠가 많습니다. 연환색 1백 여 줄을 만들되 길이 수백 길로 하고 무게를 한 개당 2~30근으로 하여, 연강 요해처에 가로 질러 놓습니다. 그리고 다시 철추 수만 개를 만들어 물속에 꽂아 놓는다면, 전선이 순풍을 타고 내려오다가 철추에 걸리면 파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적이 어떻게 강을 건너오겠나이까?”
“참으로 기이한 묘책이다.”
손호는 기뻐하며 곧 영을 내려 공인을 선발하여 밤을 도와 강변에 풀무를 설치했다. 그리고 잠혼의 의견대로 철색과 철주를 만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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