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가까워지고②

한편 진장 두예는 강릉으로 출병하여 아장 주지를 시켜 수군 8백 명을 작은 배에 싣고 가만히 장강을 건넜다. 두예는 손쉽게 낙향을 야습해서 점령하고 산림 속에 수많은 기를 세워 바람에 휘날리게 했다. 낮에는 방포를 쏘고 북을 울리고 밤이면 각처에 봉화를 들게 해두고, 다시 파산 아래 군사를 매복시켰다.

다음 날 두예는 대군을 휘동하여 수륙으로 아울러 쳐들어가자, 오국의 최전선 부대가 오왕에게 침입 사실을 알렸다. 오왕은 오연을 육로로 보내고 육경을 수로로 보내고 손흠은 선봉이 되어, 진병의 진출을 막았다. 두예의 전선이 앞으로 나아가자 손흠의 배도 당도했다. 양군이 서로 교전할 무렵 두예는 슬며시 군사를 뒤로 물렸다. 손흠은 두예의 군사가 물러나자 군사를 이끌고 언덕위로 올라가 뒤를 쫓았다. 20리를 채 못가서 포성이 울리면서 진병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오병이 급히 물러가려 할 때 두예가 승리를 예감하고 1진을 엄습하니, 오병은 죽고 다친 자가 부지기수였다. 손흠은 급히 패잔병을 이끌고 왔다. 이때 주지의 8백 군사는 변장하고 오군의 대오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이들이 성벽을 타고 올라가 일제히 횃불을 높이 들자 손흠이 크게 놀라 탄식하기를

“저 군사는 어인 군사냐? 북편에서 온 진군이 날아서 강을 건넜단 말이냐?”
급히 말머리를 돌리려 할 때 주지가 다가와 손흠의 머리를 베어 버렸다. 육경이 배위에서 바라보니 강남쪽 언덕위에 화광이 충천하며 파산위에는 큰 깃발이 바람에 휘날렸다. 자세히 살펴보니 <晉國鎭南將軍杜預>라 대서특필되어 있었다. 육경이 크게 놀라 언덕위로 기어 올라가 도망치려 하자 진장 장상이 달려와서 육경의 목을 베었다. 오연은 오진이 모두 패하자 성을 버리고 달아나다가 복병에게 잡혀서 두예 앞에 끌려갔다. 두예는 오연을 보자마자 호통을 치기를

“저런 물건은 살려두어 쓸모가 없다. 어서 목을 쳐라!”
오국은 오연마저 죽고 말았다. 두예가 강남을 점령하자 완상 일대에서부터 황주의 모든 고을 수령방백이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다 같이 인뚱이를 들고 달려와 항복을 했다. 두예는 백성을 위로하고 추호도 범하는 일이 없게 단속하고, 군사를 다시 지휘하여 무창을 공격하자 쉽게 무릎을 꿇었다. 두예는 싸우는 곳 마다 이기자 곧 장수들을 불러 모아 건업을 칠 계책을 차렸다. 그러자 호분이 의견을 말하기를
“방금 봄물이 창일해서 오래 군사를 머무를 수 없습니다. 오는 봄을 기다려서 일거에 격파한 것이 좋겠습니다.”

“옛날 악의는 제서(濟西) 싸움에서 강제(强齊)를 병탄하였다. 지금 우리는 파죽지세(破竹之勢)의 군위를 가졌다. 두어 마디만 지나가면 저절로 풀려서 손댈 곳도 없을 것이다.”
고사를 예를 들어 말하고 급히 격서를 띄워 제장들에게 건업성을 공격하게 했다.
이때 용왕장군 왕준은 수군을 거느리고 중류를 타고 내려갔다. 앞에 나가던 전초선이 보고하기를
“오국 사람들이 철색을 만들어 연강 일대를 가로질러 놓고 철추를 물속에 심어 두어 우리 배가 파선하도록 준비 했습니다.”

“하하하. 그런 바보들이 있나. 나 왕준을 저들은 바보로 아는 모양이구나. 강바닥에 철주를 박아 두었어? 그것도 방책이라고 내어 놓았단 말이냐?”
왕준은 크게 웃으며 오왕 손호를 두고 비웃었다. 전쟁을 희극 각본처럼 생각하고 있는 손호가 가소로워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병신들! 밥 먹고 기껏 생각한 것이 강바닥에 철주와 철색을 박고 쳤단 말이지.”
“예 장군, 우리 배를 파손할 심산으로 그랬습니다.”

“참으로 한심할 친구들이다. 손호란 놈이 그리도 멍텅구리더란 말이냐?”
왕준은 그리 말하고 곧 뗏목 수십 벌을 만들게 하여 강물에 띄우고 그 위에 풀로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 갑옷을 입혔다. 그리고 뗏목 위에 세우고 순류를 타고 떠내려 보냈다. 오병들은 이 뗏목을 보자 진병의 진출로 보고 먼저 서로 앞을 다투어 달아났다. 그런가하면 물속에 배치한 철주와 철색들은 몽땅 뗏목에 부딪치고 박쳐서 말없이 사라졌다. 다시 뗏목 주변에 큰 횃불을 세워 놓으니 길이가 10여 장이요, 주위가 십여 아름이다. 삼씨기름으로 불을 붙여 놓자 남아있던 철색의 일부는 불에 타서 녹아 끊어졌다. 연강 양편으로 뗏목이 불을 품고 떠내려가자 오병들은 크게 놀라 달아났다.

이때 동오승상 장제는 좌장군 심영과 우장군 제갈정으로 진병을 막으라 했다. 이에 심영이 제갈정에게 말하기를
“상류의 부대들이 제방을 튼튼하게 지키지 못하여 딱한 일이 생겼습니다. 힘을 다해 싸워서 다행히 이긴다면 강남이 편하겠지만, 불행히도 패한다면 나라가 망할 것이오.”
“공의 말씀이 맞습니다. 이제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제갈정이 대답하자마자 보초가 달려와 보고하기를

“진병이 순류를 타고 내려오는데 그 기세가 우리로서는 당할 수 없습니다.”
두 장수가 크게 놀라 장제를 찾아가 상의하기를
“동오는 이제 끝장이 날 것입니다. 달아나 목숨을 구하십시오.”
제갈정이 말하자 장제가 눈물을 흘리며 대답하기를
“오국이 망할 것을 왕이나 모를까 다 알고 있지요. 이제 만약 임금과 신하가 항복하고 국난을 당하여 죽은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이 또한 욕되는 일이 아니겠소.”

장제의 말에 제갈정이 눈물을 흘리며 나갔다. 장제는 심영과 함께 군장을 갖추고 말을 타고 나섰다. 군사를 호령하여 쳐들어오는 진병을 막고자 나간 것이다. 진병은 물밀 듯이 쏟아져 오영으로 들어왔다. 앞선 장수는 주지다. 장제는 사력을 다하여 부딪쳤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난군 중에 창칼을 고루 맞고 죽었다. 심영도 주지의 칼을 당하지 못하고 죽었다. 장수들이 이와 같이 죽자 병사들은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목숨을 구해 달아났다. 애초에 게임이 되지 않은 싸움이었다. 뒷사람은 이런 장제의 장렬한 죽음을 시로 써서 예찬했다.
‘두예가 파산에 큰 길을 드러내자/ 강동 장제는 충성의 기치를 올리고 죽었다./ 이미 왕기를 버려서 남중은 다 망했는데/ 책임을 알아 차마 투쟁을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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