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도 박빙 승부 예고

여름휴가 피크기에 ‘그놈의’ 선거를 또 치러야 하는 대전 대덕구와 충남 서산·태안. 먹고 살기 바쁜 시절에 ‘관심밖’이라고 치부하고, “허구한 날 싸움박질만 하는 정치꾼들 꼴도 보기 싫다”며 아무런 거리낌 없이 주권을 포기하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국회의원 배지를 발톱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고, “아무나 달면 어떠냐”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지역사회와 국가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무책임한 짓이다. 그동안 수많은 ‘도둑놈들’이 권력을 잡고 한 세상을 풍미한 것도 어찌보면 다 ‘내탓’이란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오는 30일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치르는 대덕구, 재선거가 실시되는 서산·태안의 지난 총선 결과는 어떠했을까? 2000년 이후 4차례 총선에서 드러난 지역 표심을 통해 ‘안개 정국’에 휩싸인 이번 재·보선 결과를 가늠해 보자.

◆대덕구-保·革 3승 1패, 與·野 2승 2패
2000년 16대 총선에서 대덕구에는 5명의 후보가 출마,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김원웅 후보가 34.19%를 득표해 당선됐다. 무소속 이인구 후보는 30.63%로 2위를 차지했고, 자유민주연합 최환 후보가 17.16%로 뒤를 이었다. 여당인 새천년민주당 김창수 후보는 16.53%로 4위에 그쳤고, 민주국민당 허윤범 후보는 1.48%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2004년 17대 총선에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여당인 열린우리당 김원웅 후보가 50.75%의 압도적 지지율로 당적을 바꿔 재선에 성공했다. 현직 대덕구청장이었던 자민련 오희중 후보는 28.67%로 낙선한 뒤 같은 해 11월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번 보궐선거에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정용기 전 구청장은 이때 공직선거에 첫 등장, 13.77%의 저조한 득표율로 현실정치의 매운맛을 봤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지역정당인 자유선진당 김창수(33.93%) 후보가 한나라당 이창섭(31.11%), 통합민주당 김원웅(30.05%)에 근소한 표차로 승리를 거뒀다. 2012년 19대 총선은 3파전으로 벌어져 새누리당 박성효 후보가 50.19%, 야권연대 후보인 통합진보당 김창근 후보가 30.99%를 얻어 싱겁게 승부가 갈렸다. 자유선진당 이현 후보는 18.80%로 힘을 쓰지 못했다.

4차례 선거를 되돌아보면 보수 정당이 3승 1패로 진보 정당에 우위를 보였고, 여야 간에는 2승 2패로 무승부를 기록한 셈으로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박빙의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또 2000년 이후 지역정당이 배제된 첫 국회의원 선거라는 점도 변수다.

◆서산·태안-保·革, 與·野 2승 2패 팽팽
서산·태안 주민들은 16·17대 총선에서 진보 성향의 여당 후보를 줄곧 선택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0년 새천년민주당 문석호, 참여정부 때인 2004년에는 열린우리당 문석호 후보가 당선돼 재선을 이뤄낸 것이다.
한나라당·새누리당 집권기인 18·19대 총선에서는 여당 대신 보수 성향의 지역정당 손을 들어줬다. 2008년 자유선진당 변웅전, 2010년 같은 당 성완종 후보가 승리했다. 이번 재선거에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을 받은 조한기 후보는 19대 총선에 첫 출마해 세 후보 중 꼴찌에 머문 바 있어 2년여 만의 재도전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주목된다.

서산·태안은 지난 4번의 선거에서 보수-진보 정당이 2승 2패, 여-야로도 2승 2패를 거둔 셈으로 8일 후면 전모를 드러낼 재선거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여야가 ‘지역일꾼론’과 ‘정권심판론’으로 맞서고 있는 7·30 선거판. 대덕구와 서산·태안 모두 이번 재·보선의 원인을 제공한 새누리당(박성효 의원-시장 선거 출마, 성완종 의원-공직선거법 위반)과 세월호 참사, 잇따른 인사 참사로 위기에 봉착한 박근혜정부에 대해 유권자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에 따라 ‘여(與)의 수성이냐, 야(野)의 탈환이냐’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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