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머위-2> 종기, 타박상 입었을 때 잎 찧어 붙이면 좋아

털머위는 국화과에 속한 상록 여러해살이풀이다. 바닷가 근처에서 흔히 자라고, 키는 30~50㎝ 정도 자란다. 줄기 전체에 연한 갈색 솜털이 난다. 잎은 잎자루가 긴데 뿌리에서 모여 나고, 두껍고 윤이 나며 가장자리는 톱니가 있으나 대체로 밋밋하다.

꽃은 가을부터 샛노란색의 꽃이 피기 시작하여 겨울의 초입까지 볼 수 있다. 열매는 수과(瘦果)로서 털이 빽빽이 나고 갈색의 관모(冠毛)가 있다. 관상용으로 뜰에 심기도 한다. 이 풀과 비슷한 머위는 털머위와 전혀 다른 풀인데, 머위는 식용하지만 털머위는 독성이 있다. 이른 봄 새로 올라온 털머위의 연한 잎줄기를 가볍게 데쳐서 껍질을 벗겨 식용한다 하나 독성이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부르는 이름이 지역에 따라 갯머위, 말곰취 또는 넓은잎말곰취로도 불린다.

한의 자료에 의하면 이 풀의 지상부를 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채취하여 말린 것을 연봉초(蓮蓬草)라 하여 약재로 사용한다. 효능으로 청열해독(淸熱解毒), 활혈(活血)작용이 있다. 특히 열이 심하고 오한(惡寒)을 느끼며, 눈 충혈, 목구멍이 아프고 코피가 나는 증상이 나타나는 감기와 인후염에 효과가 있다. 또 종기(腫氣)나 타박상을 입었을 때 잎을 찧어 붙이면 낫는다.

민간요법으로는 잎을 짓찧어서 상처나 습진에 바르면 잘 나았고, 찔린 상처에 털머위의 생잎을 비벼서 바르면 고름을 빨아내는 역할을 했다. 또 생선 중독에 풀 전체 삶은 물이나 생즙을 마시면 해독이 된다고 했다. 치통(齒痛)에 생잎을 갈아서 나온 즙을 탈지면에 적셔서 잇몸을 찜질하면 효과가 있었다.

남쪽 바닷가에서 잘 자라는 털머위는 겨울에도 푸른 잎을 자랑하는 생명력이 질긴 약초이다. 하지만 중부지역에서는 추운 겨울에 잎은 죽고 뿌리만 남아 월동(越冬)을 한다. 자라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달라지는 식물이다.
바다에 떠 있는 하나의 섬인 방패섬과 솔섬이 밀물과 썰물 때에 하나였다가 두 개였다가 해서 그곳에 모여 있는 섬을 오륙도(五六島)라 불렀다고 한다. 높은 파도가 그 섬을 집어 삼킬 듯 넘실댄다. 바람을 맞대고 언덕에서 내려다보기도 쉽지 않다. 물보라도 언덕 위까지 날아든다. 입맛이 짭짤할 정도다. 그래도 낮게 엎드린 야생화는 고개만 까닥일 정도다. 언덕 위의 경계목 너머에 서 있는 털머위 꽃대궁은 그 바람을 견딘다. 납작 엎드린 다른 풀들과 달리 너풀너풀한 잎을 달고 꽃대를 세운 모습이 억센 바닷가에서 삶을 지탱하고 살아온 부산사람들의 이미지를 느낀다.

바닷가에 바람이 잔잔한 날이 며칠이나 될까. 꽃이 귀한 스산한 이 계절에 털머위의 샛노란 꽃은 잔뜩 움츠러드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 사계절 푸른 잎으로 생동감이 넘치는 풀. 힘든 환경을 극복하고 가을 한복판에 꽃을 피운 털머위. 꼿꼿한 꽃대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어딘지 낯선 풍경, 익숙지 않은 동네지만 그 환경에 맞게 살아온 이곳 사람들의 말에 실린 사투리와 억양을 느낌으로 이해할 것 같다. 바람이 거센 지금도 먼 바다에는 손바닥만한 배들이 넘실대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있다.

<대전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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