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설>사람이 지닌 감정 중에서 가장 다스리기 어렵고 실패와 파멸의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감정은 분노와 탐욕의 감정이라 하겠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탐(貪), 진(嗔), 치(痴) 즉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이 모든 죄악의 원인이 된다 하였다. 동서고금의 역사에 등장한 수많은 영웅호걸들 중에 빛나는 공적을 쌓고 세상을 다스리는 데는 성공하였으나, 분노와 욕망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여서 즉 자기를 다스리는데 실패하였기 때문에 결국은 비참한 최후를 맞은 사례가 얼마나 허다한가.

세자시절 총명하고 정이 많았던 연산군은 자기생모의 폐출(廢黜)과 사사(賜死)의 분노를 참지 못해 폭군으로 변하여 악행과 폭정으로 나라를 혼란케 하고 결국은 자신도 유배지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도 권력과 명예, 돈에 대한 탐욕 때문에 결국은 비참한 최후를 맞기도 하고 국민의 지탄을 받기도 한 것이다.

이처럼 분노와 탐욕은 쌓아올린 공적과 성공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고 화(禍)를 초래케 하는 원흉인 것이다. 그래서 주역에서는 징분질욕(懲忿窒慾) 즉 ‘분노와 욕심은 덕을 쌓는데 해로우므로 분노가 일어나는 것을 경계하고 욕심을 막아라.’하였다. 또한 ‘근사록’에서는 ‘징분여구화(懲忿如救火) 질욕여방수(窒慾如防水)’ 즉 ‘분한 감정이 일어나거든 불을 끄는 것처럼 가라앉히고, 욕심이 고개를 들거든 욕심의 구멍을 물 나오는 구멍 막듯이 막아 항상 마음의 안정을 되찾으라.’했다.

인생의 실패와 파멸을 초래하는 ‘분노’와 ‘탐욕’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기로 한다. ▲분할 분(忿)자를 파자하여 뜻을 풀어보면, 본마음(心)에서 갈라져 나간(分) 마음이 ‘분한마음’(忿) 즉 ‘분노’라 풀이 할 수 있다. 이처럼 분노는 본마음에서 갈라져 나간 마음이기 때문에 본마음 즉 정심(正心)을 흐리게 한다.

정심이 흐려지면 이성을 잃게 되고 이성을 잃게 되면 판단력이 마비되고 판단력이 마비되면 동물적 야성만 날뛰어 사고를 일으키게 되고 결국은 화를 초래하게 된다. 그러므로 ‘분노’는 나 자신과 남에게 치명적인 화를 입히게 하는 독인 것이다. 특히 남과 논쟁을 할 때 자기감정을 조절하지 못하여 먼저 분노의 감정을 나타내면 오히려 상대에게 허점을 드러내게 되고 약점을 잡히게 된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분노의 감정을 누를 수 있는 사람이라 했다. 분노의 감정을 다스리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면, 1. 분노하고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 지금 분노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기가 쉽다. 그러므로 자신이 지금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하라.

2. 역지사지(易地思之)하여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라. 3. 지난 원망에 대해서는 잊도록 하라. 4. 화가 나면 말하기 전에 심호흡을 하고 열까지 세어 감정조절을 하라. ▲본마음에서 갈라져 나간 마음은 ‘분노 외에 탐하는 마음’ 즉 ‘탐욕’이라 하겠다. 탐욕 역시 분노와 함께 본마음 즉 정심을 잃게 한다. 그런데 세상에는 돈, 권력, 명예, 색 등 정심을 잃게 하는 탐욕의 미끼들로 가득 차 있다.

그 중에서 ‘명예욕’은 인간이 탐하는 욕망 중 가장 높은 가치의 욕망이요 궁극적인 욕망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귀부(貴富)가 아니고 부귀(富貴)이다. 즉 누구나 부(富)의 욕망을 이루고 나면 궁극적으로는 귀(貴)의 욕망을 이루려고 한다. 즉 벼슬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사업으로 돈을 벌게 되면 그 다음에는 정치를 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돈을 벌려는 궁극적인 목적은 명예욕 즉 명성에 대한 욕심이라 할 수 있다. 경행록에 보면, ‘삶을 평안하게 지키려면 욕심을 적게 해야 하고 자기 몸을 안전하게 지키려면 명성을 피하라.’ 그러나 ‘삶에 대한 욕심을 없게 하기는 쉬우나 명성을 없게 하기란 어려우니라.’하였다.

이처럼 인간의 욕망 중에서 가장 집착이 강하고 떨치기 어려운 것이 ‘명예욕’인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대체로 명예를 얻으면 자칫 오만과 방종에 빠지게 되어 그 명예를 끝까지 지키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 백년, 명예롭게 몸을 보전하기 어렵고 죽어서 백년, 무덤 지키기 어렵다.’하였다.

이처럼 보통 사람으로서 버리기 어려운 것이 ‘명예욕’이요. 지키기 어려운 것이 ‘명예’인 것이다. 그래서 군자는 함부로 이름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소유욕과 명예욕을 채우기 위해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유욕 때문에 삶을 망치게 되고 명예욕 때문에 몸을 다치게 되는 것을 알지 못하고 탐욕 하니 그 미련스럽기가 타 죽을 줄 모르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비와 다를 바가 없지 않는가. ▲그렇다. 분노와 탐욕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자는 자기를 다스릴 수 있고 자기를 다스릴 줄 아는 자는 세상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

- (인문학 교육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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