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이질균 억제 · 소화액 분비촉진 등 효과도

수평선 끝에 아스라이 보이는 선착장이 카드 속의 그림 같다. 대청호 오백리길의 하나인 이곳 황새바위 코스는 내가 즐겨 찾는 곳이다. 쉼터 옆의 커다란 바위가 겹쳐져 눈길을 끈다. 고맙게도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서 주변을 감상하며 쉬어 갈 수 있는 곳이다. 왜 황새바위라고 부르는 줄은 모르지만 바위가 황새 모양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그 바위를 감상하며 유유자적 걷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때에 오더라도 싫지 않은 장소다. 복잡한 머릿속을 다독여 가라앉혀 주는 내게는 더없이 좋은 산책길이기도 하다.

어르신들과 같이 와서 배낭을 풀고 각자 만난 음식도 나누며 그리 좋은 곳이라고 칭찬 일색이다. 물가에 나 있는 풀들을 확인하며 비수리(야관문/夜關門) 군락을 만난다. 더 자라면 채취하겠다고 입맛을 다시곤 한다. 억새풀이 막 펴기 시작한 주변에 마른 차조기 풀이 씨앗을 달고 말라가고 있다. 자색 줄기가 바로 차조기인 줄 알 수 있다. 줄기를 훑어 냄새를 맡으니 아직도 향긋하니 코끝을 자극한다.

한 여름에 햇빛을 받으면 남색 이파리의 색깔이 신비감을 주는 풀이다. 어쩌면 풀색이 저럴 수가 있을까하는 느낌을 준다. 일전에 어느 사찰(寺刹) 마당에 이 차조기가 그득한 걸 보고 스님의 풀 관심에 감탄을 한 적이 있다. 햇볕을 받아 반짝거리는 보랏빛 이파리의 모습이 꽤나 환상적이었다.

차조기 또는 '차즈기'로도 표기하는 이 풀은 꿀풀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산과 들, 밭 언저리 등에서 흔하게 자란다. 키는 30㎝ 정도이고 줄기는 사각의 네모 형태다. 자줏빛이 도는 잎은 마주 나는데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으며 긴 잎자루가 있다. 꽃은 8~9월경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서 총상(總狀)꽃차례를 이루며 연한 자주색 통꽃이다. 열매는 일반 들깨와 아주 비슷하다. 사전에 의하면 중국이 원산지이며, 한국에는 고려시대의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도 기록되어 있다 하니 고려시대 이전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차조기는 자주깨, 소마(蘇麻), 계임(桂荏) 등의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

한의자료에 의하면 차조기의 잎을 9월 중 백로(白露) 전에 잎을 채취하여 약용했고, 가을에 성숙한 과실을 채취하여 약재로 썼다. 잎은 혈관확장으로 해열작용, 포도상구균과 이질균의 억제작용, 소화액분비 촉진 및 강력한 방부(防腐)효과를 내는 약리작용을 한다. 효능으로는 오한으로 발열, 두통, 코 막힘, 기침 등에 응용하고, 어패류 및 식품 중독의 해독(解毒)에 단방(單方)으로 썼다. 또한 줄기도 안태(安胎)의 효능이 있어 임신(姙娠)질환에 이용되었다. <대전광역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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