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정식 회부절차 착수 전망

천안함이 북한 어뢰 폭발로 침몰했다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공식 발표가 나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가 언제, 어떻게 이 사건을 논의하고 처리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결과 발표 이후 우리 정부가 선택할 다양한 옵션들 가운데 가장 유력한 외교적 대응 방안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도출이기 때문이다. 외교통상부는 이번 사안이 무력행사를 금지한 유엔 헌장 2조4항과 1953년 연합군과 북한, 중국 간 체결된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보고 유엔 안보리를 통해 대북 제재를 추진하기로 이미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 안보리 회부되나 = 일단 이 사건이 안보리에서 정식 안건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점에는 거의 이견이 없다. 국제 평화와 안전에 위협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유엔 회원국이면 어느 나라든 안보리의 논의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점과 관련해서는 내주 중에 정식 회부절차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부가 외교안보부처를 중심으로 실무 검토작업을 진행한 뒤 내주 초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 이후 부처 합동의 후속 대응조치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방안에 안보리 회부건도 담겨질 것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방한(26일)을 전후한 시점에 안보리 논의 회부에 대한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어느 나라가 안보리에 논의를 요구할지도 관심사다. 과거 북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의 경우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일본이 주로 제안했지만, 핵이나 미사일 처럼 일본이 직접적 위협을 느끼는 사안과는 달리 천안함 침몰은 남한을 겨냥한 도발이라는 점에서 일본이 다시 `총대'를 멜지, 아니면 한국이나 미국이 제안할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직접 피해 당사자인 한국 정부가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는 방식으로 공식 회부절차에 착수할 가능성이 정부 내에서 신중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건 제안에 앞서 한.미.일은 사전 협의를 통해 안보리 논의를 언제, 어떻게 진행시킬지에 대한 사전 조율작업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리 논의 진행 전망= 안보리에 안건이 회부되면 곧바로 안보리 15개 이사국들의 협의가 시작된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 5개 상임이사국(P5)이 모두 한목소리를 낸다면 논의가 속전속결의 형식으로 진행될 수 있지만, 천안함 사건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그간 입장으로 미뤄볼 때 미.일 등과는 다른 목소리를 낼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그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고, 한.미.일은 천안함이 침몰한 해상에서 수거된 어뢰 뒷부분 동체 등의 증거를 제시하며 중국 측의 말해온 기준에 부합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가장 절친한 우방국인 중국으로서는 한국 합조단의 발표를 `모략극'이라고 반박하며 검증을 위한 검열단을 파견하겠다는 북한 측의 입장에 손을 들어줄 공산이 크다.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역시 그동안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과 거의 보조를 맞춰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중국 측의 입장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고 유엔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 상임이사국 가운데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방진영과 중국.러시아가 맞서면서 진통을 겪게 될 경우 논의는 2주 이상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때는 유엔 안보리가 결의안을 채택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6일이었고, 또 지난해 4월 로켓 발사 때는 8일이 걸렸으며, 한 달 후인 5월 핵실험 때는 16일이 걸렸다. ◇어떤 결과 도출될까= 안보리 논의를 통해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도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안보리의 가장 강경한 제재는 결의안이고, 그 다음 단계는 의장성명, 그리고 가장 낮은 단계가 의장의 언론발표문이다. 하지만 유엔 외교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결의안 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미 과거 2차례의 북한 핵실험 직후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1718호, 1874호)들이 있고, 그 내용도 경제.군사적 면에서 북한을 옥죌 수 있는 내용이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더 강한 결의가 나오기 어려울 뿐 아니라 중국이 반대할 경우 결의안 통과는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담은 의장 성명이 유력해 보이지만, 이 또한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데 5개 상임이사국들이 합의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리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유엔주재 한국 대표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발표한 증거를 중국이나 러시아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얼마나 설득력있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라면서 "현재로선 굉장히 어려운 협상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논의 과정에서 의견이 분분해 안보리의 단합된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어정쩡한 내용의 발표문 정도가 나오게 될 경우 대북 메시지가 갖는 효력도 그만큼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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