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형 인간이 되자

<여설>공자는 ‘군자불기’(君子不器) 즉 ‘군자는 한 가지 용도로만 쓰이는 그릇과 같은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다시 말해 밥그릇은 밥을 담는 용도에만 쓰이고 국그릇은 국을 담는 데만 쓰인다. 이처럼 군자는 어느 한 가지 용도로만 쓰이는 그릇과 같이 어느 한 부분에만 국한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의 뜻을 재음미해 보면, 한 가지 용도로만 쓰이는 '그릇 같은 부분형 인간'이 되지 말고 통합형 인간이 되라는 말로 새겨 볼 수 있다. 통합형인간이 되기 위한 몇 가지 지혜를 살펴보겠다.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이루는 통합형의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 사람의 성품에 있어서 이성(理性)이 기계와 같은 구실을 한다면 감성(感性)은 기계의 윤활유와 같은 구실을 한다 하겠다. 기계에 윤활유가 부족하면 그 기계는 뻣뻣해서 잘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사람도 지나치게 이성적이기만 하면 인간미나 정감이 없어 다른 사람들에게 친근감이나 감동을 주지 못한다.

그러므로 사람은 이성적 바탕 위에 감성이 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이룬 통합형 성품의 인간이라 하겠다. 옛 선비들은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이룬 통합형 성품의 인간 즉 군자가 되기 위해 문, 사, 철(文, 史, 哲)과 같은 이성적 학문 바탕위에 시, 서, 화(詩, 書, 畵)를 익혀 감성을 기르도록 한 것이다. 복잡다단하고 치열한 경쟁사회에 사는 현대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체적으로 감성이 부족한 생활을 한다 하겠다. 그러므로 이성적인 일상생활에서 틈새시간을 활용, 인문학이나 예술 활동과 같은 감성생활을 더하여 통합형의 삶을 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성적인 직업에 감성을 더하여 통합형 직업인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정치인, 법조인, 의사, 과학기술인 등은 이성적 성격의 직업에 종사하는 직업인이라 하겠다. 이성적 성격의 직업에서 오는 감성의 부족을 인문학, 다양한 예술적 취미활동으로 채워서 감성 있는 직업인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감성이 풍부한 이성적 직업인이 바로 통합형 직업인이라 하겠다. 시낭송하는 여의사, 색소폰 부는 경찰관, 詩를 쓰는 시장, 문학동아리 활동하는 공장 근로자들, 얼마나 낭만적이고 멋이 있는가.

▲양 극단의 인품을 모두 갖춘 통합형 인품을 지니도록 해야 한다. ‘∼하기만 한 사람’ 예를 들어 ‘온화하기만 한 사람’ 또는 ‘엄격하기만 한 사람’ ‘강직하기만 한 사람’처럼 한 쪽으로만 치우친 인품을 지닌 사람은 한 가지 용도로만 쓰이는 그릇과 같은 사람밖에 안 된다. 그러나 ‘∼하면서도 ∼한 사람’ 예를 들어 ‘인자하면서도 근엄함을 지닌 사람’ ‘대범하면서도 치밀함을 갖춘 사람’ ‘나무를 보면서도 숲을 볼 줄 아는 사람’처럼 양 극단의 인품을 모두 갖춘 사람을 통합형 인품을 지닌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을 대인(大人) 또는 군자라고 한다. 공자는 군자삼변(君子三變 ) 즉 ‘군자는 세 번 변하여야 한다’했다. 군자의 제1 변(變)은 망지엄연(望之儼然) 즉 멀리서 바라보면 위엄이 있어 보이고, 즉 카리스마가 있어 보이고, 제2 변(變)은 ‘즉지야온’(卽之也溫) 즉 ‘가까이서 보면 온화함을 느낄 수 있고’ 제3 변(變)은 ‘청기언야려’(聽其言也厲) 즉 ‘언행이 논리 있고 합리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군자는 엄숙함과 온화함 그리고 논리력을 모두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자가 말한 ‘군자삼변’은 진정한 통합형 인품상(像)이 아니겠는가.

▲전문가(specialist)이면서도 박학다식한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되도록 해야 한다. 생산성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지난 백년간의 근대사회에서는 한 가지 용도로만 쓰이는 그릇과 같은 일인일기(一人一技)의 전문가를 필요로 했다면 정보화와 다양화를 추구하는 오늘날의 지식정보(IT)사회에서는 두루 해박한 ‘제너럴리스트’를 요구한다 하겠다. 그러므로 틈틈이 자기 전공분야 외에 다양한 정보나 지식을 쌓아서 한 분야의 전문가이면서도 여러 방면에서도 박학다식한 ‘제너럴리스트’가 되도록 해야 한다.

▲신, 언, 서, 판(身, 言, 書, 判)교육을 통해 통합형 인재를 기르도록 해야 한다. 요즈음은 학생들이나 학교마다 입시와 취업이 최대목표요 가장 큰 이슈가 되다보니 학교교육이 ‘통합형 인재교육’ 즉 전인적(全人的) 인재양성교육이라기보다는 입시위주 교육, 취업인 양성교육이 되고만 것 같다. 이러한 교육은 자칫 한 가지 용도로만 쓸 수 있는 그릇과 같은 소인(小人) 교육으로 전락해버리게 된다. 필자는 통합형 인재를 기르기 위한 전인적(全人的) 교육방법의 하나로 신언서판(身言書判) 교육을 제의하고자 한다.

▲그렇다. 대인춘풍(待人春風) 지기추상(持己秋霜) 즉 남에게는 봄바람 같이 따뜻한 사람이 되고, 내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한 사람 즉 통합형 인간이 되도록 하자.

<인문교양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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