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명화 오리지널 포스터 ·재해석 작품 등 전시

롯데갤러리 대전점이 영화의 추억과 향수를 주제로 한 신년특별전을 연다.
롯데갤러리는 오는 14일부터 내달 11일까지 ‘오마주 투 필름’(Hommage to Film)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1960∼1980년대에 제작된 영화 오리지널 포스터를 포함해 영화의 추억과 향수, 영화적 소재와 인물을 모티브로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배트맨과 원더우먼 등의 영웅들을 소재로 채택한 고근호 작가는 기존의 컬러풀한 조립로봇형태의 작품을 준비했다.

작품 ‘영웅-잭 스패로우’와 ‘헐리우드 스토리’는 장난감 같은 느낌을 주지만, 특유의 해학적 코드와 유머를 통해 현실 속 즐거운 판타지를 불어 넣었다.
박태규 작가의 극장 간판화는 추억과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다소 투박한 붓질로 매끄러운 사진과 같은 느낌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그의 작품은 우리 인생의 고단함을 화폭에 담고자 하는 작가의 속내가 반영됐다.

마릴린 먼로와 오드리 햅번을 전면에 내세워 우레탄 도장을 한 합성수지 위에 필름 커팅으로 형상을 만들어 가는 배수민 작가는 입체와 평면의 경계에서 부조의 형식을 띠며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배 작가는 예술적 삶을 살아온 인물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투영하고, 동시대 젊은이들의 불안과 혼란을 드러내 보인다.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이란 뜻의 키덜트(Kid+Adult)적 코드를 주제로 작업하는 양재영 작가는 영화와 소설, 애니메이션 이미지를 이용해 동심의 향수를 전달한다. 양 작가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종이와 혼합재료를 이용해 재해석했다. 여기서 종이란 재료가 약하고 파손되기 쉬운 것으로, 세월이 지나 어른이 되면서 유년시절의 꿈과 가슴 속의 영웅들이 소멸돼가는 것처럼, 쉽게 변해가는 우리들의 마음을 상징하고 있다.

내면의 상처와 복잡한 감정들을 편견 없이 표현하고자 한 전현숙 작가는 현실속 중년 남자와 영화 슈퍼맨의 캐릭터를 혼용해 이차적인 메시지를전달한다. 불안한 감정이 엿보이는 큰 눈망울로 아슬아슬한 외줄 위에 걸터앉은 남자는 슈퍼맨 복장을 하고, 당차게 현실을 살아내고자 하는 인물의 현재를 상징하고 있다.

디지털 회화작업으로 유명한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는 모니터 영상작품을 전시한다. 영상엔 1900년대 초를 시점으로 제임스 딘의 내뿜는 담배 연기에 당대의 여배우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시대의 아이콘은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 작가는 젊은 나이에 요절해버린 배우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배우들을 보며, 기억 속 삶의 단편들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현대 소비사회를 좀 더 가볍고 신선하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 최잔 작가는 우리가 길거리에서 쉽게 접할수 있는 값싼 스티커를 작품의 주재료로 이용한다. 대량으로 생산돼 가끔은 쓰레기 취급을 받는 스티커는 대량생산과 복제성, 사회성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최 작가는 흔하고 값싼 스티커로 사람들이 동경·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표현하는데, 명화나 영화, 또는 대중적인 이미지나 인물을 차용함으로써 현대소비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오드리 햅번과 제임스 딘의 전성기 이미지를 차용했으며, 작품명에는 제목 서두에 ‘re-’가 붙어있는데 이는 ‘다시’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접두어이자 재현(representation)의 약자의 의미로 사용됐다.

이러한 현대미술 작품과 함께 1960년∼198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제작된 ‘티파니에서 아침을’, ‘모던 타임즈’, ‘시네마 천국’, ‘클레오파트라’, ‘사관과 신사’, ‘사이코’등 기억 속 명화를 다시 떠올릴 수 있는 포스터 30여 점을 선보인다. 영화에 대한 경외와 기념의 의미로 컬렉션의 역사를 장식해 온 포스터는 당대의 시대상을 대변하기도 하며, 1990년대 이전의 포스터는 주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제작돼 독특한 회화적 미감을 보여주고 있다.

오리지널 포스터(Original Movie Poster)의 개념은 영화 제작사 또는 배급사가 영화 홍보를 위해 직접 디자인과 인쇄한 포스터를 의미하는데, 특히 1980년대 이전의 포스터는 영화사의 일괄적 포스터 배급 형태와 재사용으로 인해 현재는 대량 파기 및 유실되고 희귀한 품목이 됐다.

롯데갤러리는 음악과 미술, 문학, 영화 등 인간의 삶을 투영하는 예술 분야는 그것을 보는 이들에게 삶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 중 영화는 모든 예술적 감성과 삶의 진실을 보여주며,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 작품을 전시하는 다양한 장르의 참여작가들은 주로 영화 속 인물들을 소재로 차용하고 있는데, 캐릭터가 지니는 상징성과 더불어 과거의 시대적 아이콘을 통해 잃어버린 꿈과 희망을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정관묵 기자 dhc@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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