德(능력), 時(때), 位(지위)

사람이 세상에 뜻을 펼치고 출세를 하고 성공을 하는데 있어서는 세 가지 기본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德’(능력), ‘時’(때), ‘位’(지위)를 갖추어야 한다. 사람이 세상에 뜻을 펼치고 출세를 하고 성공자가 되는 데는 학덕과 재능만 가지고는 안 된다. 즉 德(능력)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뜻을 펼칠 수 있는 때 즉 기회를 만나야 하고 또한 그 뜻을 펼칠 수 있는 지위(地位)가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삼위일체(三位一體) 되었을 때 비로소 뜻을 펼칠 수 있고 출세와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먼저 德(능력)을 길러야 한다. 안으로는 세상에 뜻을 펼칠 수 있는 품성과 그릇이 되도록 자기 자신을 갈고 닦으면서 밖으로는 세상에 뜻을 펼칠 수 있는 그 능력을 길러야 한다. 즉 수기치인(修己治人)의 덕(능력)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때(時)를 타야 한다. 즉 만사가 이루어지려면 시운(時運)을 얻어야 한다. ‘시래풍송등왕각’(時來風送謄王閣) 즉 ‘때가오니 바람이 등왕각으로 보내주었다.’라는 고사(故事)가 있다. 중국 당나라의 천재시인 ‘왕발’은 순풍을 만나 하룻밤 만에 칠백 리 뱃길을 달려 ‘등왕각’에 다달아 ‘등왕각 서문’을 지어서 천하에 이름을 날렸다는 고사이다. 이처럼 인간사에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일도 시운이 오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말기 동학 농민운동 지도자 녹두장군 ‘전봉준’은 처형을 당하기 전, 절명 시에서 ‘시래천지개동력(時來天地皆同力) 운거영웅부자모(運去英雄不自謨)’ 즉 ‘때가 되니 천지도 모두 내편인데 운이 가니 영웅도 스스로 어찌 할 길이 없구나.’라 하며 시운(時運)이 이르지 않아 구국(救國)의 뜻을 이루지 못한 통한을 절규하였다. 이처럼 아무리 숭고한 뜻이라도 절대적으로 시운(時運)을 타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물고기는 물을 타고, 새는 바람을 타고, 인간은 때를 탄다.’하였다.

▲지위(位)가 있어야 한다. 세상에 뜻을 펴는 덕(능력)을 갖추었다 해도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위가 없으면 그 능력은 그냥 뜻에 그칠 뿐이다. 공자께서 16년간 주유열국(周遊列國)한 것은 세상에 仁의 뜻을 펼치기 위한 지위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끝내 지위를 얻지 못했기에 공자는 仁의 뜻을 세상에 펼치지 못한 것이다. 만약 공자가 仁의 뜻을 펼칠 수 있는 지위를 얻었다면 아마 당시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한다. 충무공 이순신장군은 세상에 뜻을 펼칠 수 있는 세 가지 요건인 德(능력), 時(때), 位(지위)를 모두 갖추었다 할 수 있다. 德(능력)인 탁월한 전술능력과 리더십, 時인 ‘임진왜란’ 그리고 位인 ‘삼도수군통제사’라는 지위, 이 모두가 삼위일체 되었기에 불멸의 이순신 장군으로서 역사에 길이 남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덕(능력)은 세상에 뜻을 펼치기 위한 그 근본이며 밑바탕이 된다. 덕(능력)은 자신이 노력하면 얼마든지 갖출 수 있다. 그러므로 노력하면 된다. 그러나 지위(位)는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다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때(時)는 원한다고 해서 오는 것이 아니다.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이라 했다. 즉 ‘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일을 성사시키는 것은 하늘에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세상에 뜻을 펼칠 수 있는 덕(능력)을 갖추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지만 그 뜻을 이룰 수 있는 지위(位)와 시운(時運)은 하늘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즉 뜻을 펼칠 수 있는 덕(능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다한 다음에 그 뜻을 이룰 수 있는 지위(位)와 시운(時運)을 기다리는 것이다. 시운은 소리 없이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이므로 덕(능력)이 갖추어지지 않는 자에게는 그냥 소리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러므로 덕(능력)을 갖추는 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 하겠다.

▲‘지위’(位)와 시운(時運)을 얻지 못했다 해도 덕(능력)닦기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세상에 뜻을 펼칠 수 있는 덕(능력)을 갖추었으나 불행하게도 시운(時運)이 오지 않아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해도 결코 덕(능력)닦기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맹자는 이렇게 말했다. ‘득지여민유지(得志與民由之) 부득지독행기도(不得志獨行其道)’ 즉 ‘세상에 뜻을 펼칠 수 있는 벼슬을 얻으면 백성과 더불어 그 뜻을 펼치고 벼슬을 얻지 못하면 홀로라도 그 뜻을 실천하며 살아라.’하였다. ▲그렇다. 세상에 대한 뜻을 이루지 못하면 어떤가, 한평생 세심정혼(洗心淨魂)하며 살다가 깨끗한 영혼을 가지고 저세상으로 간다면 이보다 더 큰 뜻의 이승삶이 어디 있겠는가!

-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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