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

“국가와 국민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최근 국무총리에 오른 이완구 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한 말이라고 한다. “공직의 마지막 자리라는 각오로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총리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다하는 데 신명을 바치겠다”고도 했다.

“국회 청문회를 거치며 공직생활 40년을 냉철히 되돌아보고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막중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앞으로 국민의 뜻을 받들며 국민과 함께 일해 나가는 총리가 되도록 하겠다” 총리로서 각오를 밝히는 자리였던 만큼 제법 비장함과 숙연함도 느껴진다. 하지만 지난 총리 인준 청문과정을 떠올리면 총리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다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이완구 총리가 지난달 23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서 국무총리 후보자가 된 직후 적어도 지난 두 번의 총리 인준 과정이 다시 반복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던 듯하다. 정치권 내에서 조차 이번 총리 청문과정은 인준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데는 채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총리 인준 절차가 또 다시 재앙과도 같은 시간이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양파 총리’, ‘누더기 총리’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과정은 충격 그 자체였다. 앞선 두 번의 총리 낙마 과정에서도 문제가 된 부동산 투기의혹과 병역 기피, 논문표절 의혹은 그나마 양반이었다. 과거 국보위 근무논란에 이어 자녀의 병역기피, 재산축적 의혹, 황제특강 의혹 등 시간이 지날수록 각종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왔다.

압권은 언론통제 의혹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공개된 녹취록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전화 한통화로 언론보도를 좌지우지 하고 언론사 인사에 개입한 정황도 보인다. 김영란법을 운운하는 대목에서는 언론인에 대한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언론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무소불위 권력의 실체를 목도하게 된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는 안중에도 없는 듯 했다.

공직자로서의 자질과 도덕성에 치명적 결함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완구 내정자는 결국 총리가 됐다. 국회의 인사 청문절차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논란에 대한 해명도, 밝혀진 사실에 대한 사과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어찌됐든 적어도 다음 총리의 자격을 두고 이번 같은 논란은 다시 벌어지지 않을 듯싶다. 박근혜 대통령이 앞으로 남은 3년의 임기동안 새로운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을 두려워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이완구 총리의 취임과 함께 충청권은 또 다른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지역감정의 망령 앞에 굴복하고 말았다. 숱한 총리의 자격 논쟁은 중요하지 않았다. 충청권 출신인지 아닌지가 유일한 총리의 판단기준이 됐다. 지역 언론이 그 중심에 섰다.

40년 공직 및 정치인생의 대부분을 충청권에서 보냈다는 이완구 총리지만 인사 검증 과정에서 지역 언론은 철저히 방관자에 머물렀다. 총리 지명엔 환호했고 의혹 제기엔 침묵했다. 여론을 핑계로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최소한 기대했던 언론의 역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역 언론의 자격에 의문을 갖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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