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모양 다양한 게 특징 …4~5월에 연녹색 꽃 피워

새해도 벌써 두어 달이 훌쩍 지났다. 심난한 마음이 겨울 날씨 만큼이나 스산하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산 넘어 산이다. 이젠 쉬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장차 어찌 지내야할 것인가가 고민이다. 딱히 뭐 좀 해봐야겠다는 대상을 찾기가 수월하지 않다. 젊은 날부터 평생을 지내온 직장에서 물러나 이젠 집에서 쉬는 친구들이 하나둘 늘었다. 그 친구들이 공허한 마음을 채우려는 공감대가 있어 자주 전화도 하고 만난다. 십 수 년 전 창졸지간에 직장을 잃고 방황하던 내 지난날들이 주마등(走馬燈)처럼 스친다.

오늘은 친구들과 수통골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가벼운 산행준비를 하고 시내버스에 몸을 실었다. 차창으로 지나는 풍경은 여전하다. 변한 건 나뿐이다. 대학교 정문을 지나며 분주하게 오가는 학생들은 지난날 내 모습이다. 오늘의 나는 초로(初老)에 들어 내리막길에 가속이 붙은 셈이다. 아직도 자식들과 건강 걱정을 하며, 지금의 나를 지키기에 숨이 벅차다. 인생은 늘 이렇게 고민하며 살아야 하는가 보다. 삶 자체가 스트레스인 셈이다. 그마저도 즐기며 살아야 보람 있게 지낼 것 같다.

눈발이 날린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뜸한데, 그 또한 아낙네들이 절대적이다. 그만큼 삶이 여유 있고 건강관리에 열중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여인들인 것 같다. 친구들과 잡담을 하며 가벼운 발걸음을 옮긴다. 흐르는 물도 적고 그래선지 도랑은 얼음판이다. 주변의 풀들은 삭정이 같이 말라 제 빛을 잃었고 낙엽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뿐이다. 소나무만이 도도하게 푸르름을 유지하고 서 있다.

계곡을 따라 부는 바람이 소나무를 스치며 가지를 흔든다. 그런 배경을 장식하며 내리는 흰 눈이 풍치를 더 한다.
이곳도 한참 만에 온 것 같다. 계곡 도랑을 따라 오솔길도 만들고 둑방을 쌓아 시민들의 등산길도 다양해졌다. 몇 해 전 기억 속에 있는 풍경이 차라리 나은 것 같다. 자갈 계곡을 거슬러 지나던 옛길이 더 정겹지 싶다. 그래도 시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개발한 것이니 나무랄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하며 계곡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계곡을 따라 하산 길에 앙상한 나무들 사이로 껍질이 얼룩진 나무가 눈에 띈다. 나무줄기에 희뜩희뜩하고 불규칙한 타원형의 무늬가 곳곳에 그려져 있다. 물푸레나무다. 봄이면 연녹색의 이파리로 눈의 피로를 씻어주고, 한여름엔 길쭉한 겹잎으로 그늘을 만들어 시원하게 해주는 나무다. 둥근 원목줄기에 희끗희끗한 무늬를 만드는 특이한 나무로 어렸을 적 머리 위에 나던 피부병인 기계충 생각을 나게 한다.

물푸레나무는 물푸레나뭇과의 낙엽교목으로 높이 15미터까지 자란다. 겨울눈이 회색으로 새 가지 끝에 달린다. 가지 끝의 겨울눈에서 나오는 잎은 마주 나며 작은 잎이 대여섯 개 모여 이루어진 겹잎이다. 이 나무는 잎 모양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끝은 뾰족하거나 둥글고 밑부분은 쐐기형이며 가장자리에는 물결 모양의 얕은 톱니가 있다. 꽃은 연녹색으로 4~5월경 새로운 가지 끝에 모여 달린다. 꽃잎은 없고 컵 모양인데 암수한그루 또는 암수딴그루인 것도 있다. 열매는 긴 타원형으로 가을에 익는다.

<대전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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