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

수서발 KTX민영화에 이어 의료, 도시가스, 전기도 민영화가 된다면 우리사회는 어떻게 변화할까? 지난 2014년 노동계를 중심으로 거센 저항에 직면했던 공공기관 민영화 논란이 2015년 접어들면서 잦아든 모양새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 어쩌면 지난 세월호 사건이후 공공기관은 방만 경영과 온갖 비리 문제가 이슈화됐다. 이로 인해 공공무분 개혁이 주요 과제로 인식될 만큼 공공부분에 대한 개혁요구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 역시 민영화라는 단어보다는 공공기관 정상화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 정상화의 본질은 여전히 민영화에 있다. 공공부문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공공기관 정상화라는 이름에 가려 정부의 민영화 의도가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부문 정상화가 실상은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사회공공서비스가 사실상 사라진다는 점에서 쉬이 넘길 문제는 아니다. 민영화의 폐해는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이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부문 개혁과제 중 공공기관 정상화의 요체는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근절 및 공공기관 부채관리 강화로 요약될 수 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 2014년 10월 말 1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결과를 발표하면서 18개 부채중점관리 기간의 부채 감축액이 24조 4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당초 목표액인 20조 1000억원 대비 4조 3000억원을 초과 달성한 것으로 18개 기관 중 16개 기관이 목표를 달성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실질적인 공공기관의 개혁은 뒤따르지 않았다는데 있다. 공공기관 부채의 경우 그 동안 공공기관 부채가 증가하게 된 요인은 따로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자원외교나 4대강 사업 추진 등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 과정에서 공공기관에 떠 넘겨진 부채가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대부분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통해 기관장과 감사들이 내부 통제를 잃고 정부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데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공공기관 부채의 본질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고 이를 촉발시킨 낙하산 인사를 근절시키는 대책은 전무하다.

정부 발표대로 이 기간 부채감축에 나선 공공기관들은 어떻게 부채를 감소했을까? 2014년 2월 기재부의 '정상화대책 이행계획’에 따르면 18개 부채감축 중점관리기관은 사업조정과 자산매각, 경영효율화를 통해 부채관리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LH공사는 사업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민간자본유치에 나섰고, 한전도 민간자본 유치 등을 통해 사업규모를 축소했다. 공공기관의 자산매각도 진행됐다. 최근 이슈가 된 강남의 한전본사 부지 매각이나 인천공항철도 매각이 대표적이다. 부채감축을 이유로 각 공공기관의 알짜자산이 민간에 매각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를 통해 사실상 민영화에 다름없는 민간투자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의 핵심은 공공기관의 기능재편과 성과중심 운영체계 도입이다. 그 중 공공기관 기능재편은 공공기관이 담당하던 공적기능을 민간에 개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돈이 되지 않는 일부 사업만을 남긴 채 알짜 사업을 추려 민간사업자(재벌기업)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그 동안 공공기관이 담당했던 대국민 사회적 공적서비스가 민간으로 이양된다. 장기적으로 요금인상, 사회적 안전망 제거 등의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민영화의 수혜는 공공기관을 인수한 민간자본에 돌아간다. KTX 자회사 설립, 의료부분 영리법인 허용, 민간기업 가스직수입 허용, 에너지 산업 재편 등으로 포장된 공공기관 정상화는 사실상 민영화나 다름없다. 정부의 복지정책 포기와 함께 공공기관에 의해 유지되던 사회공공성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영화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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