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이면 춘궁기를 넘기지 못하고 너나없이 도시로 몰려들던 50~60년대 도시집중화 현상, 그리고 60년대 이후 경제성장 덕택에 내 집이 있어도 직장, 학업 때문에 다른 주거공간을 마련할 필요성이 점점 늘어나면서 주택난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됐다.물론, 우리에게는 주택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물건을 빌리고 이용하는 문제에 관해 잘 정비된 민법#8228;상법이 있고, 특히 민법은 타인의 부동산을 사용·수익하는 가장 대표적인 물권 형식으로 전세권을, 채권 형식으로 규정한 임차권을 규정하고 있다.그런데, 물권인 전세권은 전세권계약 이외에 전세권등기라는 공시방법까지 마쳐야만 비로소 전세권자로 인정되고, 반면에 토지나 건물을 임차인이 사용·수익하게 하면서 그 대가로 차임의 지급을 약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임대차는 차임의 지급이 본질적 내용이기 때문에 아무런 대가없이 이용하는 `사용대차`는 임대차가 아니다.물권과 채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물건에 대해 배타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느냐 여부에 있는데, 물권인 전세권자는 계약기간 동안 누구에게라도 자기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지만, 상대권인 임차권은 계약의 상대방에게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여기에서 전세계약을 맺었으나 전세등기를 하지 않은 사람은 전세권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또 임대차계약 이외에 임대차등기를 했어도 그것이 물권인 전세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데서 법의 복잡성이 드러나지만, 어떤 법률관계를 물권 또는 채권으로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입법정책의 문제이지 법률관계의 본질에서 차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아무튼 전세계약 후 전세권등기를 하지 않은 미등기 전세도 임대차계약과 같이 취급해 이것을 채권적 전세라고 하는데, 굳이 그 차이점을 본다면 본래의 임대차는 목적물을 사용, 수익하는 대가로 일정시기마다 차임을 지급해야 하지만, 미등기 전세는 건물시가의 70~80%에 이르는 보증금을 일시에 지급하고 그 보증금의 이자상당액과 차임을 상계해 별도로 차임을 지급하지 않고, 나중에 계약이 종료되면 보증금을 다시 반환받는 ‘차임의 지급방법’에 가장 큰 차이가 있다.문제는 공급보다 수요가 많을 경우에는 공급자가 우월한 지위에 서게 돼서 세를 놓을 사람보다 세를 얻을 사람이 더 많은 상황에서는 건물소유자는 전세권보다 자기에게 유리한 임대차를 선호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계약형식을 임대차로 할 것인지, 전세로 할 것인지, 또 월세나 전세보증금을 얼마로 정할 것인지 등을 전적으로 건물소유자에게 맡기는 상황에서 경제적 약자인 세입자는 불리할 수 밖에 없다.그런데, 계약이 정상적으로 끝나서 만기시에 세입자가 집을 비워주고, 건물주는 전세금 혹은 보증금을 돌려주면 좋지만, 만일 살던 집이 경매라도 된다면 전세권자와 달리 계약의 상대방인 건물소유자에게만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밖에 없는 임차인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거리로 나서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서 큰 사회문제가 됐다.그러자 정부는 1982년 임차인은 물론 미등기 전세입주자를 위해 임대차의 특례를 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제정하고, 이어서 2002년 상가건물의 임대차에 관하여도 역시 민법의 특례를 규정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제정하게 됐다.결국 두 특별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민법상 임대차 본래의 효력이 무엇이며, 특별법은 임차인을 위해 민법과 다른 어떤 특례를 규정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요체라 할 것이다. ◆정승열 법무사는법원행정고시 합격(8회)특허법원 총무과장대전지법 민사과 기획서기관법원부이사관(명예퇴직)대전지법 공주지원 대표집행관대전지법 민사조정위원(현)대전시 임대차상담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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