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 자료에 의하면 동백꽃을 산다화(山茶花)라 하여 약재로 사용한다. 량혈(凉血)작용이 있어서 코피, 토혈(吐血), 자궁출혈, 대변출혈에 꽃을 태워서 복용하면 지혈(止血)효과가 있다. 또 타박상에 어혈을 제거시켜 낫게 하며 아메바성 이질(痢疾)에도 치료효과가 있다.

민간에서는 화상(火傷)에 꽃을 말려 가루로 낸 후, 참기름이나 동백기름을 반죽하여 붙이면 치료효과가 있어 사용했다. 또한 씨앗을 볶지 않고 그대로 추출한 기름을 기관지염이나 천식 등에 복용했고, 머릿기름, 등유(燈油), 화장품 등에 사용했으며, 식용하기도 했다. 이 기름은 오랫동안 두어도 변질되거나 굳지 않고 잘 마르지도 않아 선조들이 많이 활용했다.

나무 도감(圖鑑)에 의하면 ‘겨울에도 푸르른 나무’라는 뜻에서 동백(冬柏)나무라고 불렸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자료에 의하면 동백꽃이 향기는 없지만 꿀을 많이 함유한 꽃이다. 한 겨울에 이 꿀을 먹기 위해 동박새가 날아들었다고 한다. 제주도에서는 이 나무를 ‘동박낭’, 동박새를 ‘동박생이’라고 일컫는다 한다. 이 ‘동박’이 ’동백‘으로 변해 동백나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동백나무는 이 지역에서 예전에는 별로 보지 못했던 나무였다. 따뜻한 기후인 남쪽지방이나 주로 바닷가에서 자라는 나무다. 그래선지 동백꽃에 대한 정서가 그리 깊진 않다. 다만 겨울을 모르고 추운 날씨에도 봉오리를 내밀고 꽃을 피우는 나무가 색다르고 대견하다. 철모르고 윤기가 나는 새파란 이파리와 그 깊고 그윽한 꽃색으로 많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나무인 것이다.

고려(高麗) 중기(中期)의 문인인 이규보의 ‘동백꽃’ 시 한편을 소개한다. [복숭아꽃 오얏꽃이 비록 고우나 / 다소 천박한 듯해 믿기 어렵고 / 소나무 잣나무는 특별한 교태 없으나 / 추위를 견디므로 귀히 여기는구나 / 여기에 좋은 꽃을 키워내는 나무가 있어 / 눈 속에서도 능히 꽃을 피우네 / 알고 보면 잣나무보다 나으니 / 동백이란 이름이 맞지 않구나]

동백(冬栢)을 글자 그대로 풀면 ‘겨울 잣나무’다. 당시에도 동백이란 이름으로 불렸다는 얘기인데, 이 동백나무를 겨울 잣나무로 부르는 것은 마땅치 않다는 내용이다. 오늘날도 동백나무의 한자명이 왜 동백(冬栢)인지는 모를 일이다.

바람을 못이긴 꽃송이가 통째로 떨어져 바닥에 나뒹군다. 선명한 색깔을 간직한 채 떨어진 꽃잎이 아쉬워서 주섬주섬 모아 화분의 나무 밑에 깔아주었다. 꽃잎은 여전히 붉고 아름답다. 오묘한 자연의 색을 지금 바라보고 느끼며 감상할 수 있는 이 시간이 행복한 순간일 게다. 천(千) 년 전에 문인(文人)이 봤을 그 좋은 꽃이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이다.
<대전광역시 평생교육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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