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무심"…갈라진 땅 보며 한숨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렸지만 적은 강수량으로 농민들의 마음이 타들어가고 있다.

2일 대전 중구 목달동에서 만난 농민들은 극심한 가뭄으로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토마토를 재배하는 임 모(68) 씨는 자식처럼 길러온 토마토를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임 씨는 “토마토뿐 아니고 이곳의 모든 농작물들이 가뭄 때문에 고충을 겪고 있다”며 “요 며칠 비가 내렸지만 필요한 만큼 내리지 않아 농사 짓는 사람들은 상품의 질이 떨어져 걱정”이라며 토마토를 쓰다듬었다.

가뭄은 농민들의 수익 악화로 이어졌다. 적당량의 수분을 공급받지 못하다보니 상품의 질이 떨어져 예년만큼의 돈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 씨는 “상품 출하 시 지긋지긋한 가뭄 때문에 질이 하락해 지난해 반값밖에 안 쳐준다”며 “딸처럼 길러온 토마토를 제값에 시집보내기 위해 중구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애써 웃어보였다.

이런 농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토마토는 초록빛 미소를 띠었다.

생강 밭은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보다는 상황이 양호했지만 지난해보다 성장이 더뎌 고민이다. 생강 밭에서 약을 뿌리던 한 농민은 “통상 이맘때쯤이면 싹이 올라와야 하는데 적게 컸다”며 “채소를 키우는 농가보다는 가뭄걱정이 덜하지만 지난해와 같아지려면 비가 더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가뭄은 조경수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마른 장마 탓에 제대로 크질 못하고 있어서다. 조경수 가지치기를 하던 농민은 “작년에도 비가 조금밖에 안 왔는데 올해는 더 하다”며 “가을쯤 빨갛게 익어가는 산딸나무 열매가 올해도 잘 익어갈지 걱정된다”고 푸념했다.

농민들은 “물을 달라고 애원하는 자식 같은 농작물에게 시원한 소나기를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이마에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냈다.

방원기 기자 b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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