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

갑천친수구역 개발사업이 대전의 또 다른 논란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예견된 논란이긴 하지만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보존하느냐, 고급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느냐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시민단체는 갑천과 월평공원이 어우러져 도심 속 마지막 남은 생태보존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전시는 마지막 남은 알짜배기 개발 사업부지라는 점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갑천친구구역 개발사업은 서남부생활권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쑥 등장한 사업이다. 당초 서남부생활권 개발사업은 대전 도시 성장 예측에 따라 인구 200만을 가정하고 총 3단계로 나눠 추진될 계획이었다.

이미 20여 년 전인 1992년 기안돼 현재는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된 상태다. 문제는 도안 신도시 개발사업이 당초 인구 증가 추이 예측과 달리 대전의 인구가 150만에서 정체되면서 지난 2012년·2016년 착공 예정이던 도안 2단계·3단계 사업이 불투명한 상태다.

사업주관사인 LH조차 사업성 결여로 사업을 포기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전임 염홍철 시장의 민선 3기 시절 서남부생활권 개발 사업을 촉진하기 위해 호수공원을 추진하면서 진통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 계획은 갑천에 위치한 농경지가 도심 내에서는 보기 드문 우량농지로 농림부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사업계획 자체가 무산됐다. 호수공원 설치 과정에서 예상되는 700억 원이라는 재정적자 역시 사업추진을 어렵게 만들었다.

물 건너 간 것 같던 갑천 호수공원 사업은 이후 4대강 사업으로 다시 부활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수 십 조원을 들여 추진했던 4대강 사업은 4대강 재앙으로 귀결됐다. 환경파괴 논란뿐만 아니라 4대강사업 추진을 담당했던 수자원공사는 재정파탄지경에 이르렀다. 이명박 정부는 재정 파탄에 몰린 수자원공사의 적자보전을 위해 4대강 사업 주변 개발을 통해 이를 보전할 방법을 찾았다. 친수구역특별법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친수구역특별법이 대전시의 갑천 호수공원 사업 추진의 빌미를 제공했다. 자연친화적인 생태호수공원을 조성하여 주민들의 여가·휴식·생태학습 공간을 제공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도모하겠다던 사업 취지는 사라졌다. 호수공원 건설사업이 호수공원을 낀 아파트 개발사업으로 바뀌었다. 호수공원 조성 사업비 마련을 위해 5000여 세대의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게 이 사업의 핵심이다. 명품 호수공원 조성이 명품 아파트 분양 사업으로 둔갑했다.

문제는 이 같은 사업계획 변경이 전임 시장시절 추진됐다는 이유만으로 시민의 동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합리적인 명분도 찾기 힘들다. 지난 2006년 이후 지속된 사업계획 변경과 추진이 반복됐지만 이 과정에서 정보공개는 물론 제대로 된 여론수렴 절차도 없었다. 명품 호수공원이라는 이름 아래 대전시의 일방적인 사업계획 변경과 추진만 반복됐다.

대전시의 정책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권선택 시장은 취임 이후 원도심 문제 해결을 위해 도시재생본부를 만들고 도시 균형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개발사업도 지양하겠다고 공약했다. 개발사업으로 사라지고 있는 녹지지역을 생태보존지구로 지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업추진 예정지구는 환경부가 갑천습지보호 구역 지정이 검토 중인 곳이기도 하다. 대전시정의 주요 정책기조와 갑천친수구역 개발사업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갑천친수구역 개발사업이 도시공사의 재정적자 때문에 멈출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존폐 기로에 처한 도시공사의 사업성 보장을 위해 대전에서 추진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사업이 갑천친수구역 개발사업 이기 때문이다.

개발 패러다임은 과거의 유물이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호수공원과 명품 아파트 공급이 대전의 미래 가치가 될 수 없다. 오래된 논란만큼 대전의 장기적 미래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개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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