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실(胎室) 앞 나무그늘에 앉아 멀리 내려뵈는 풍경은 아늑하고 푸근하다. 켜켜이 중복된 산봉우리가 가까이 왔다가 멀어진다. 천가지만가지 생각이 산처럼 중복된다.

푸르디푸러 이젠 검은색에 가까운 녹음(綠陰)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여기는 신선(神仙)이 사는 곳, 나는 구름 위에 앉아 인간세계를 내려다본다. 구름 틈으로 사람들이 사는 희한한 형태의 콘크리트 층집도 빼꼼히 보인다.

사람 키 몇 배는 될 높이의 고욤나무 두 그루가 마치 정다운 한 쌍 인양, 원가지를 서로 기대고 교차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그 사이로 멀리 보이는 산의 모습을 옛 선인들은 연꽃이 핀 모습으로 보았다. 연꽃자리인 이곳에 조선 태조의 태(胎)를 묻어 만세(萬歲)에 왕조의 번영을 바랐던 것이다. 이른바 조선의 명당(明堂)이라 일컫는 이곳을 가깝게 수시로 찾아 역사와 자연을 즐길 수 있으니 한편 뿌듯하기도 하다.

그늘의 쉼터에 앉아 담금주(酒)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그저 그렇고 그런 인생사를 이야기하며 한나절을 보내니,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얘기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다. 나이 층도 다양하고 살아 온 세월이 각자 다른 사람들이 모여 수다를 떨자니 요절복통이다. 결론을 낼 필요가 없는 이야기 거리를 안주 삼아 담금주는 금세 바닥을 보인다. 살짝 모자란 듯한 오전의 낮술은, 그래서 더 일미(一味)다. 주(週)에 한 번은 야외수업을 실시하는 우리 약용식물 강좌만의 재밋거리다.

세월의 더께로 누렇게 퇴색한 석실(石室)을 돌아보고 주변의 풀과 나무들을 살펴본다. 너무 우거지니 풀밭으로 들어가는 것이 꺼려진다. 온갖 벌레도 창궐하고 뱀도 나타날 것 같아 거리를 두고 감상해야 한다. 우거진 나무 아래로 들어가는 것은 더군다나 어렵다. 산자락 아래 물길이 있는 곳에 넓게 주름진 잎을 달고 노란꽃이 눈에 띈다. 뱀무라는 풀이다.

뱀무는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키는 1미터 정도 자란다. 잎은 겹잎 형태로 줄기 아래 쪽에서 날개깃처럼 넓게 자라며 위쪽으로 클수록 잘게 갈라진다. 꽃은 6월에 노란색으로 피는데, 가지 끝에 1송이씩 달린다. 암술대는 열매가 맺힐 때까지 남아 있고 열매가 맺히면 끝이 조금 굽어 갈고리처럼 된다. 꽃이 지면 가시털이 많은 둥근 열매를 맺는다. 줄기 등에 잔털이 많이 나는 게 특징이다. 도랑가 등 습한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름이 독특한 이 풀은 줄기 아래 쪽의 이파리가 무 잎을 닮았고, 뱀이 다니는 습지에 자라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생김새로는 뱀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 이른 봄에 어린 싹을 나물로 먹으며 뿌리는 생것으로 장아찌로도 먹었다.
<대전시 여성가족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