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감 자료에 의하며 ‘족도리풀’로 표기되어 있다. ‘족두리풀’로 고쳐야 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불려왔던 그대로 ‘족도리풀’이란 고유명사로 부르면 그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족도리풀 뿌리를 캐어 맛을 보게 하니 각자 표정들이 제각각이다. 입안이 얼얼하여 마취주사를 맞은 것 같은 기분, 어떤 이는 구강이 화∼하여 상쾌한 느낌을 준다고 하고, 또 다른 이는 놀라서 물로 입 안을 헹구는 사람도 있다. 독특한 맛이 있는 재미있는 풀이다.

한의 자료에 의하면 뿌리를 포함한 전초를 여름에 캐어 말려서 약재로 사용한다. 진통, 진정(鎭靜), 해열의 약리작용이 있어서 두통, 복통 등에 효과가 있다. 또 오한 , 발열, 해수, 천식, 가래가 많은 증상에 잘 듣는다. 만성기관지염과 국부(局部) 마취에도 효능이 있다. 뿌리가 가늘게 갈라지고 약성이 매워서 한자 이름을 세신(細辛)이라고 한다.

민간에서는 족도리풀 뿌리 한 줌과 구릿대 뿌리 한 줌을 물에 넣고 달여 먹으면 치통(齒痛)이 잘 낫는다고 한다. 또한 두드러기에 족도리풀을 가루 내어 헝겁주머니에 넣고 가려운 곳을 고루 비비거나, 피부에 가루를 바르고 손바닥으로 비벼 환부가 화끈거리게 하면 효과가 있다. 그리고 입안에 구취(口臭)가 심할 때 뿌리를 씹어 해결했고, 현대인이 즐기는 은단(銀丹)의 원료로도 활용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꽃의 수분(受粉)은 벌과 나비에 의해 이뤄진다. 족도리풀은 독특하게도 이파리 아래쪽으로 땅 표면에 닿게 꽃을 피운다. 그래서 땅을 기어다니는 개미나 벌레 등에 의해 수분을 하는 특성이 있다. 식물 세계의 보편적인 종족 보존의 형태를 벗어난 꽃인 셈이다.

사진이라도 찍을라치면 납작 엎드려야 한다. 잎자루 아래 옹기종기 모여 꽃을 피운 모습이 촌스럽다는 느낌도 준다. 그래서 어떤 이는 족도리풀 꽃을 태양과 벗하며 살아가느라 새카맣게 그을린 시골의 어린애를 닮았다고 했고, 세상을 전혀 모르 는 깊은 산골의 수줍은 소녀같다고도 했다.

이미 꽃은 수정이 되어 씨방이 닫혀 있다. 끝부분을 오무린 채 꾹 다문 입 모양을 하고 씨앗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꽃이 족두리를 닮아 족도리풀이 된 것이다. 족두리는 전통 예복을 입고 머리에 쓰는 관(冠)으로 위는 모가 지고 아래는 둥근데 비녀를 찔러 고정시킨다. 대개 검은 비단으로 만들고 구슬로 꾸민다. 우리의 전통 혼례문화인데, 오늘날에도 혼례를 마치고 폐백(幣帛)을 드릴 때 원삼(圓衫)과 족두리를 같이 쓰고 있다.

콘크리트 투성이인 시내는 시간이 한낮으로 갈수록 점점 뜨거워질 것이다. 이곳은 잔잔한 바람과 시원한 그늘로 세상일과는 전혀 무관한 세상이다. 숲에 앉아 수강생들과 한담(閑談)을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빛줄기는 천상의 빛이다. 산사나무 사이로 우연히 본 족도리풀이 생각에 생각을 잇게 한다. <대전시 여성가족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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