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

루머는 루머로 끝나야 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루머는 누군가를 흠집 내기 위한 거짓일 경우가 많다. 드물게 사회적 이슈가 되는 루머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직결된다. 루머가 사실로 드러나면 사회적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는 경우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대성학원의 채용비리는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떠돌던 루머가 사실이 된 경우다. 수년 전부터 떠돌던 대성학원 채용비리는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채용 비리에 연루된 현직 교사만 18명에 달한다고 한다. 대성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대성고에만 7명의 교사가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연루된 교사를 포함해 재단관계자 등 총 25명을 기소했다고 한다. 최근 밝혀진 사학 비리로는 엄청난 규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검찰 조사를 통해 드러난 부정 채용 행태 역시 기막히긴 마찬가지다. 이사장의 아들인 안모 상임이사와 부인이 채용비리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교사 채용을 대가로 수천만 원에서 2억 원이 넘는 돈을 받고 시험문제를 미리 알려주거나 답안을 바꿔치기 하는 등의 수법으로 부정 채용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 명의의 부동산 매매 계약 과정에서도 허위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공금을 횡령한 사실도 드러났다. 재단 소유주 일가가 벌인 전형적인 사학 비리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대성학원 채용 비리 문제는 이번 검찰 조사 결과 처음 밝혀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지역에서는 채용 비리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지난 2011년, 2013년 전교조가 연이어 대성학원의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기도 했다. 채용 비리 의혹만 있는 것도 아니다. 대성학원 관련 루머 중 채용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승진인사 비리를 비롯해 공사비 횡령 의혹, 비자금 조성, 교육당국과의 유착 의혹 등 총체적인 사학비리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대성학원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관련자들이 기소까지 됐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대전시교육청과 대성학원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을 통해 개학을 앞두고 터진 이번 채용 비리 문제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보도까지 이어지고 있다.

도덕성을 생명으로 여기는 교직의 특성상 한 번 실추된 교권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부정한 방법으로 교사로 채용된 사실이 밝혀진 마당에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이 진행 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 실추된 교권과 훼손된 학습권, 학생들을 믿고 맡긴 학부모들의 상실감까지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성학원 사태는 더 이상 시간을 끌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7명의 채용 비리 관련 교사가 근무하고 있는 대성고는 무수한 논란 속에 자사고로 지정된 학교이기도 하다. 교사 채용 비리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도 최근에는 대전시 교육청으로부터 자사고 운영의 문제가 없다며 자사고 재지정을 받기도 했다. 연간 천만 원이 넘는 엄청난 교육비를 부담하며 최고 수준의 교육 기회를 제공 받을 것이라는 기대는 이번 사건으로 철저하게 무너졌다. 입시를 앞둔 학생들의 미래를 누가 책임져야 하는 것인가?

상황이 이러함에도 설동호 교육감과 대전시 교육청의 대응은 이해하기 힘들다. 사학비리의 원흉으로 전락한 사립학교법을 내세워 관련자의 징계조차 할 수 없다는 변명은 대전시 교육을 책임져야 하는 기관의 수장과 기관으로서 해야 할 말이 아니다. 당장 개학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교육 현장의 파행은 불 보듯 뻔하다. 지금 당장 교육청에 떨어진 지역 교육 현안 중 이보다 중요한 사안은 없다.

열일 제쳐두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도 사태 수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설동호 교육감은 더 이상 대성학원 사태로 인한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대성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직권 취소와 관선이사 파견을 통한 대성학원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추가적인 사학비리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뒷짐 지고 먼 산 바라보듯 대성학원 사태를 바라볼 일이 아니다.
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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