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가 태어나다①

그해 정월이었다.

서북고원을 휩쓸고 내달린 거친 바람이 한단을 뒤덮었다. 며칠 동안 광풍이 몰아치고 하늘에서 마른 낙뢰가 떨어졌다. 좀처럼 겨울에 낙뢰가 떨어지는 일이 없었으므로 조나라의 수도 한단 사람들은 무슨 변고가 일어날 것이라고 두려워했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호사가들은 큰 전란이 있거나 혹은 국가에 큰 변고가 생길 것이라고 주절거렸다. 민심이 들끓었다.

하지만 며칠 밤 며칠 새벽을 뒤흔든 광풍은 자초의 집에서 사내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서야 씻은 듯이 멎었다.

자초는 실하게 생긴 사내아이를 품에 안고 크게 기뻐했다. 툭툭한 머리와 이목구비가 확연한 얼굴 그리고 다부지게 생긴 눈빛이 어디로 보아도 자신을 닮은 것이 분명했다. 아이는 의심할 여지없이 자신의 새끼였다.

하지만 자초는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볼모는 죽는 그 순간까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처참한 처지라 아들마저 그런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었다.

“아들아 우리 부자는 언제 고국으로 돌아가겠느냐?”

자초는 아이의 맑은 얼굴을 볼 때마다 같은 말을 되뇌었다. 희망은 오직 여불의의 계략이 성공하는 길밖에 없었다.

자초는 아이에게 정(政)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자신의 성인 영(?)자를 붙여 ‘영정’이라고 불렀다.

훗날 절대적 불가사의의 주인공이 될 시황제는 그렇게 태어났다.

영정은 어머니 조희의 품에 안겨 쌔근쌔근 자면서 들풀처럼 무럭무럭 자라주었다. 자초도 그런 영정의 모습을 보며 희망과 행복의 나날을 보냈다.

조희 역시 이보다 더 큰 행복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애첩으로 사랑만을 갈구하며 살 때와는 전혀 다른 삶이었다. 그렇게 웃음 속에서 세 식구는 한 해를 보내고 이듬해를 맞았다. 영정이 막 두 살이 되던 해였다.

이런 사실을 알 리 없는 소양왕이 당초 계략대로 자초를 볼모로 보낸 조나라를 공격했다. 진나라 군대는 일순간에 조나라의 각 성들을 함락시키고 수도 한단을 포위했다.

조나라의 효성왕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급히 신하들을 불러 방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조나라의 군대로 진나라의 군대를 대적하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수년 전 장평대전의 악몽이 효성왕을 괴롭혔다.

진나라 장수 백기(白起)란 소리만 들어도 치가 떨렸다. 그가 쳐들어왔을 때 나라가 뒤집힐 만큼 큰 홍역을 치렀기에 두려움은 더했다.

당시 백기는 대군을 이끌고 조나라를 공격하여 장평에서 조나라 명장 조염파와 3년간을 대치하는 지루한 전투를 치렀다.

전략에 능한 조염파는 적의 사기를 꺾기 위해 지구전을 펼쳤고 백기는 3년 동안 성을 함락시키지 못했다는 불명예를 안아야 했으므로 신경전이 날로 치열해 갈 즈음이었다.

백기는 궁리 끝에 간자를 넣어 조나라 조정에 유언비어를 퍼트렸다.

“조염파는 너무 늙어 진나라를 무서워하고 있다. 그러기에 성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움츠리고만 있는 것이다. 만약 조사의 아들 조괄이 장수로 나선다면 단참에 진나라 장수 백기를 물리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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