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인조 때 왕명출납기록 생생히 남아

 의곡 박정현 일기 기념비

조선조 인조 때 형조판서를 지낸 의곡(義谷) 박정현(朴鼎賢·1562∼1637)이 쓴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가 1994년 국보 303호로 지정된데 이어 2001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지난 11일 의곡 공파 집성촌인 예산군 대술면 농리에서 이를 기념하는 기념비 제막식이 있었다.

왕명의 출납은 물론 궁중의 재산, 행정, 사무와 의례적인 행사까지 기록하는 승정원일기는 박정현이 승정원 주서로 근무하면서 1623년(인조 1년)∼1638년(인조 16년)까지 쓴 일기가 일명 ‘박정현가 일기’로 불리면서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

승정원일기는 조선조 개국 때부터 고종 31년까지 총 3243권의 일기가 기록됐었으나 임진왜란 때 상당부분 불타 없어지면서 인조 1년(1623년)∼고종 31년(1894년)까지 조선조 270년 동안의 일기만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보존돼 있으면서 박정현이 쓴 일 가운데 1087건의 역사적 사실을 복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곡 박정현은 1562년 호조판서를 지낸 부친 박호원의 4남으로 태어나 26세 되던 해인 1588년에 알성문과(임금이 성균관의 문묘에 참배한 후 보던 문과) 3등에 급제 한 후 예조 좌랑[(조선시대 육조(六曹)]의 정6품 벼슬)과 정랑(정5품)을 거쳐 강원도 관찰사 등을 지낸 뒤 1627년에 형조판서로 재상의 반열에 올랐다.

승정원 주서로 있을 당시 박정현은 통상 한 달에 한 권 정도 작성하는 승정원일기를 의례적인 사무까지 세세하게 작성함으로써 후손에게 전하지 못하고 묻힐 뻔 한 역사적 기록들이 생생하게 현존할 수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념비 제막식에 박정현 기념비문을 쓴 헌법재판소 김진우 전 재판관은 “용서리 양지 터에 높은 선비 쉰 풍월/ 흰 구름 솔 바람에 사백년 전해 오네/ 시묘 삼년 대 효요 호군 삼차 충사라/ 출한 즉 선정비요 입하여 명재셨네/ 난향 같은 인품에 옥 같은 문장으로 비단 짜듯 쓴 일기 승정일기 복구라… 생략”이라는 비문을 통해 의곡 박정현을 극구 칭송하고 있다.

예산=이회윤 기자 leehoiyu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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