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애사건⑥

선왕 자초가 태후 조희를 처음 만난 것은 여불위의 집에서였다. 조나라 수도 한단에 자초가 볼모로 잡혀있었고 여불위가 화양부인에게 후계자로 삼아줄 것을 당부하기 직전이었다.

여불위는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자초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융숭하게 대접했다. 여불위는 한참 술자리가 무르익을 즈음에 자신의 애첩 조희를 불러 인사를 시켰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자초는 조희를 보는 순간 한눈에 반해 여불위의 말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곁눈질로 조희를 보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조희의 백옥 같은 얼굴과 사내의 마음을 빨아들이는 짙은 눈, 오뚝한 콧날, 앵두같이 윤기가 흐르는 입술, 웃을 때마다 내보이는 볼우물, 잘록한 허리, 탐스러운 엉덩이 그곳을 휘감고 있는 얇은 비단치마…….

자초는 그런 조희의 모습에 반해 허물어졌다. 갖은 핑계를 대고 여불위의 집을 찾곤했다. 그녀와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기 수시로 술자리를 열어달라고 여불위에게 보챘다.

“그때는 저도 많이 젊었었지요.”

“암요. 참 고우셨지요. 신의 눈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사옵니다.”

여불위가 맞장구를 쳤다.

“선왕께서 저를 달라고 할 때 중부께서는 기분이 어떠셨나요?”

“지금에야 하는 말이지만 저리도록 가슴 아팠답니다. 이토록 아름다우신 태후마마를 빼앗긴다고 여겼으니 밤잠을 이루지 못했지요.”

“정말 그러셨나요?”

“그럼요.”

중부 여불위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말을 이었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하는 수 없이 그러겠노라고 대답을 했지요. 그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답니다.”

“정말 그러셨다고요?”

태후 조희는 소녀처럼 밝게 웃으며 되물었다. 여불위가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지만 그래도 거듭 확인하고 싶었다. 그 생각은 그때까지 변함이 없었다.

“그러던 사이가 이제는 태후와 중부가 되었습니다. 신이 많이 늙기도 했구요.”

“아닙니다. 중부께서는 아직 한창이십니다. 힘쓰시는 것을 보면 아직 건강하십니다.”

태후가 여불위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입에 발린 소리를 했다.

“신은 태후마마와 지정을 나눌 때마다 기력이 쇠진해감을 느낀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인데 신에게 좋은 방법이 있사오니 따라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무슨 방법이시온데….”

“하여튼 신의 뜻을 따라 주십시오.”

태후는 여불위의 말에 또 다른 흥밋거리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만으로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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