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15만 8434부 vs 15만 8261부. 97억 4900만엔(1018억 4390만원) vs 100억엔(1044억 6600만원). 점유율 98%.

2만 8098부. 약 100억원. 점유율 1.6%

웬 뜬금없는 수치 놀음인가? 라는 의구심이 들것 같다. 나열된 수치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통 감을 잡지 못한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다. 반면 제시된 수치만으로도 무엇을 얘기하는지 눈치챈 독자들도 있을 터.

첫 문장에 제시된 수치들은 일본 오키나와현에서 발행되는 류큐신보와 오키나와타임즈의 구독부수와 매출액, 두 신문이 지역에서 차이하는 구독점유율을 나타낸 수치다. 다음 문장은 대전지역의 대표적인 신문사인 대전일보의 유가부수와 추정 매출액, 지역신문 전체의 대전충남지역 구독점유율이다.

오키나와의 인구가 약 130만 명이라고 한다. 대전, 충남 지역 인구 350만명과 비교하면 1/3 수준이다. 오키나와현 두 신문의 구독부수가 약 30만 부를 상회하는 수준이고, 대전충남북에서 발행하는 지방신문 발행부수가 약 7만 부 정도로 추정된다. 이를 감안하면 인구수로 1/3정도밖에 되지 않는 오키나와현 지방신문의 발행부수가 약 4배 이상 많다. 두 지역 지방신문들의 매출액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류큐신보와 오키나와다임즈가 각 신문사당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지역의 가장 큰 신문사인 대전일보가 100억 원 전후의 매출을 올리는 걸 보면 약 10배 가까이 매출 차이가 난다.

일본의 신문시장 여건이 다르고 지역적 배경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긴 하지만 꽤나 충격적인 수치이다. 특히 지역 내 구독점유율을 보면 오키나와 지역의 경우 지방신문인 두 신문의 구독점유율이 98%에 이른다. 1.6% 수준인 대전충남지역의 지방신문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가져온 것일까? 지난 4월 22일 대전발전연구원에서 진행된 ‘일본지역신문을 통해 본 한국 지역언론의 혁신 방안’ 세미나 발제를 맡은 윤희일 기자(경향신문 도쿄특파원)는 오키나와 지방신문이 추구하는 ‘지역에 충실한 저널리즘’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1995년 오키나와 주둔 미 병사의 일본인 소녀 성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 운동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오키나와 지역의 핵심 쟁점이다. 이 문제를 접근하는 두 지방 신문의 태도는 가히 혁신적이다. 한가지 이슈에 대해 지겨울 만도 하지만 지면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때론 새로운 이슈가 터져나오면 1면과 마지막 지면을 통편집해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필요하면 호외판을 발행해 지역 주민들에게 관련 소식을 전하기도 한단다. 미군기지 이슈가 일본인뿐만 아니라 미국에게도 전달돼야 한다며 같은 내용을 영어로 발행하기도 한다. 두 신문은 지역의 같은 이슈에 대해 같지만 다른 자신만의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한가지 공통적인 것은 지역민의 목소리가 지면의 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경쟁적이지만도 않다. 미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중요시하는 현 아베 내각의 일부 인사들이 미군기지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는 두 지역신문에 대해 ‘부숴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하자 공동대응해 아베총리의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다.

별반 새로울 것도 없고 지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우리 현실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이상처럼 들린다. “지자체의 예속에서 벗어나 독립하라” 가장 기본적인 명제가 우리 지역신문을 살릴 유일한 대안이다. 장사하려 하지 말고 제대로된 신문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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