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부품 국산·세계화 (주)루맥스에어로스페이스

원상구 (주)루맥스에어로스페이스 대표.

훌륭한 리더는 과거로부터, 그리고 실패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줄 아는 사람이다. 치밀한 위기관리 능력과 뛰어난 의사소통 능력, 깨끗한 도덕성, 섬세한 감성, 정보 및 전략 중시 마인드, 혼(魂)의 자세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전장을 지배한 이순신 장군처럼 말이다. 너무 거창할지는 모르나 대전에서도 혼을 담아 기업을 운영하는 CEO가 있다. ㈜루맥스에어로스페이스를 이끌고 있는 원상구 대표에게서 그런 DNA가 읽혔다.

인터뷰 내내 원 대표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신념이 느껴졌다. 원 대표와 40여 명의 직원들이 10년 남짓한 시간 동안 쌓아온 강인한 승부욕과 정신력의 궤적을 들여다본다.

◆항공기 부품 국산화가 세계화다
대전 대덕테크노밸리에 있는 ㈜루맥스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05년 3월 창업하면서 항공기 부품의 국산화·세계화를 감행한 도전자들다. 비행체 공력센서와 초정밀 압력센서 및 정밀압력변환기를 연구 개발하는 한편, 유·무인 항공기, 유도무기, 위성체 원격 계측시스템 개발과 시스템 통합이 이들의 주력 사업이다. 지난 10년 동안 군용 항공기 정비를 포함한 개발 항공기에 대한 비행시험 지원과 비행시험 데이터를 획득하는 원격계측 업무를 수행해 왔다. ㈜루맥스에어로스페이스의 주요 분야는 ▲항공기 유도무기에 들어가는 부품 개발 ▲항공기에 유도무기와 우주 로켓발사체 시험 발사할 때 정상 상태인지를 확인하는 비행시험 ▲항공기 정비사업 등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항공기 유도무기에 들어가는 부품으로 개발한 공력센서 및 정밀압력변환기는 유·무인 항공기, 유도무기 등 비행체에 탑재돼 대기를 감지하고 이를 고도·속도 정보로 환산해 비행정보시스템에 전달하는 하이테크 기술이다. 항공기를 비롯해 함정, 전차 등 방산분야 곳곳에 적용될 정도로 활용도가 매우 높으며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센서 및 변환기의 국산화 대체를 통해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자립을 이루고 있다. 이 가운데 ‘비행시험 원격계측시스템’도 루맥스가 자랑하는 첨단 기술이다. 이는 유·무인 항공기, 유도무기 및 위성 발사체에 탑재돼 수집된 비행데이터를 실시간 수신해 비행시험 자료를 처리·시현하고 분석 및 저장하는 지상 통합시스템이다. 회사는 원격계측시스템 구축을 위한 인프라 조사 컨설팅, 설계, 제작, 시험, 운영 및 유지보수까지 토털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루맥스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의 대한항공, 한화, 국방과학연구소뿐만 아니라 세계 항공업계 양대 산맥 중 하나인 미국 보잉사와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하는 항공기 정비를 만 10년 넘게 하고 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 방위사업청은 물론 국내 대기업들과의 사업도 이어가고 있고요.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국방산업과의 접근성이 매우 좋아졌습니다. 지가가 서울보다 저렴한 것도 좋은 점입니다.”

◆정도를 걷다
회사를 경영하는 데 있어 원 대표는 정도(正道)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편법을 멀리하고 원칙과 기본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원 대표는 지금까지 책임감과 윤리관을 바탕으로 한 경영이념, 철저한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한 도전적인 경영, 기업의 생명은 신용이라는 믿음, 내일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오늘 미리 예방하는 자세인 유비무환의 정신을 실천해왔다.

“회사를 다니는 모든 직원들은 사명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를 포함해서 말이지요.

그다음 덕목은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 대상이 정부든, 일반 기업이든 솔직한 경영은 필수입니다.”

원 대표는 군인 출신이다. 그래서 한 마디 한 마디가 절도있게 다가온 것일까 잠시 선입견을 빗대는데 군 출신이라서라기보다는 명확하고 확고한 신념이 배어 있기 때문으로 여겨졌다. 그래야만 10년 만에 회사를 현재의 반열에 올려놓은 비결의 퍼즐이 맞는다.

◆국방산업 선도도시 미래 필요
원 대표에게 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장 힘든 시기가 언제였느냐고 묻자 조금의 지체도 없이 즉답이 나왔다. 그것은 중소기업들의 공통적 애환인 인력난이었다. 돌아보면 창업 초창기에는 물론 힘들었지만 여느 중소기업들이 겪는 금전적인 고달픔은 없었단다. 재정상태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인재가 빠져나가고 채우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였다. 원 대표가 본사를 서울에서 대전으로 옮기며 함께 탑승한 직원은 37명. 이 중 13명이 동시에 퇴사하는 악재가 발생했다. 보다 큰 꿈을 꾸며 대전행을 선택했는데 돌아온 것은 아끼던 직원들의 무더기 퇴사였다. 당시를 떠올리는 원 대표의 눈가에 시름이 잡혔다.

“지난해 13명이 퇴사를 했습니다. 실망이 컸어요. 저희 회사의 경우 항공부품 등은 라이선스를 갖고 일을 하는데 라이선스를 얻을 수 있는 단계까지 교육을 시켜 놓으면 이직을 해 버립니다. 아마 동종 업계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월급부터 복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당근책을 고민해 봤지만 그 처방으론 쉬 답을 찾지 못한 모양이다.

“방산 업체 혹은 국방산업 업체들은 보통 다른 기업들보다는 월급이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 월급 문제는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연수도 보내고 해외 출장도 많은 편이라 복지 수준이 딱히 떨어진다고도 생각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린 최종 결론이 ‘사명감’이었습니다. 저희는 미사일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회사고 대기업은 완전체인 미사일을 만들다 보니 젊은 친구들에게서 사명감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 원 대표는 대전시가 국방산업 선도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육 분야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에 둥지를 트는 중소기업들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국방산업 선도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 훈수의 주된 이유였다.

“대전시에서 가능할 부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방산업 선도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미래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인재입니다. 대전이 ‘대한민국 방산의 중심’을 표명하면서도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시스템은 눈에 띄질 않습니다. 좋은 인재 육성을 위한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는 한 국방산업 선도도시 역할은 어렵다고 봅니다.”

원 대표는 인터뷰하는 동안 유독 인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쓰디쓴 경험치에서 우러나온 쓴소리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공감했다. ‘국방산업 선도도시 대전’은 어쩌면 루맥스에어로스페이스가 더 이상 인력난에 시달리지 않고 자유로이 비상할 때 자연스럽게 이뤄질 소망처럼 다가왔다.

글=서지원 기자 jiwon401@ggilbo.com·사진=전우용 기자

㈜루맥스에어로스페이스 www.lumaxaero.com
지난 2005년 설립된 ㈜루맥스에어로스페이스는 비행체 공력센서, 초정밀 압력센서 및 정밀압력변환기를 연구·개발하고, 유·무인항공기, 유도무기, 위성체 원격계측시스템 개발과 시스템통합을 하며 군용항공기정비를 포함한 비행시험 지원과 원격계측 업무를 수행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국방벤처센터와 국방벤처 군 사업화과제 개발수행 협약을 체결, 고압용 압력변환기 개발을 지원받는 등 우수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 중이다. 정밀 동정압 변환기 등이 주요 생산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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