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희의 진시황과 女] <86>
  • 금강일보
  • 승인 2016.06.30 2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채사람 이사④

여불위는 그제야 이사가 쓸 만한 구석이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하고 며칠 뒤 진왕 영정에게 천거했다.

진왕 영정이 이사를 굽어보며 물었다.

“그대는 초나라 사람이면서 왜 진나라에서 벼슬을 얻으려고 하는가?”

“소인배는 기회를 놓치지만 성공을 하려는 자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법이옵나이다. 지금이 진나라에서 벼슬을 얻기가 가장 좋은 때이옵나이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진왕이 흥미로운 듯이 물었다.

“소인배가 기회를 놓치듯 진나라가 지금 기회를 놓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불위가 크게 놀라며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가슴을 졸이며 이사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진나라가 소인배처럼 기회를 놓치다니 그 무슨 말인가?”

진왕의 얼굴빛이 변해갔다. 진나라를 소인배에 비유한다는 자체가 언짢았다. 아울러 진왕 자신이 소인배라는 이야기와 상통하고 있었기에 더욱 기분이 불쾌했다. 하지만 이사는 조금도 주저함 없이 입을 열었다.

“큰 공을 이루려면 상대방이 약점을 보일 때 잔인하게 밀고 나가야 하는 법이옵니다. 한데 지금 진나라는 밀어붙이기는커녕 일을 뒤로 미루고 있사옵나이다.”

“나라에 약간의 불행한 일이 있어 어쩔 수 없었노라.”

진왕이 무뚝뚝하게 반문했다.

“대왕께서는 옛날 진나라 목공이 처음으로 패자가 되었지만 천하를 장악지 못한 이유를 아시옵나이까?”

“때가 이르지 않았던 탓이 아니던가?”

“그렇사옵나이다. 그때는 제후국들이 많고 주나라 왕실의 덕이 아직 쇠퇴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사옵나이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다르옵나이다. 진나라는 벌써 6대째 주변의 6국을 굽어보고만 있사옵나이다. 저들을 병합하여 천하를 통일치 못한 채 말이옵나이다. 그것은 때를 잃었기에 그러하옵나이다.”

“아직도 기회는 있는가?”

진왕이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며 물었다.

“크게 늦지는 않았사옵나이다. 하지만 영영 기회를 놓치면 아무리 현명한 제왕이라도 천하의 제후들을 병합하지 못할 것이옵나이다.”

그제야 진왕의 안색이 밝아오며 훈기가 감돌았다.

“더 이상 기회가 달아나기 전에 방도를 취해야 할 것이옵나이다.”

“그럼 그대에게 방도가 있단 말인가?”

“그렇사옵나이다. 그만한 방도를 가지지 않고 어찌 대왕마마의 안전에서 이토록 말대답을 했겠나이까?”

그제야 진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